-필요한 부분만 골라 다듬은 부분변경
-폭 넓은 주행 보조 기술 탑재해 안정성 높여
양극화 현상으로 소형과 대형 SUV가 주목받는 시대이지만 수입차 시장은 조금 다르다. 여전히 중형 SUV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고 자리 싸움도 치열하다. 프리미엄 SUV에 대한 요구가 분명하고 1억원에 육박하는 상위 체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수요가 몰린 결과다.
메르세데스-벤츠 GLC는 이 분야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터줏대감이다. GLC의 뿌리는 전신인 GLK로부터 나온다. 도심에서도 부담 없이 몰 수 있는 중형 SUV의 필요성을 파악한 벤츠는 2008년 GLK를 시장에 선보였다. 겉모습은 각진 차체를 적용해 SUV 이미지를 표현했고 실내는 고급 소재와 감성을 강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GLK는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며 벤츠 SUV 성장에 힘을 더했다. 2016년부터는 새로운 작명법에 맞춰 GLC 클래스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범위를 확대해 쿠페형 SUV인 GLC 쿠페도 선보였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마침내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 GLC 쿠페가 1월 국내 공식 출시했다.
▲디자인&스타일 가장 큰 변화는 헤드램프다. 날렵하게 치켜 올린 형태에서 벗어나 사각형 모양으로 단정하게 다듬었다. 위 급인 GLE와도 비슷한 형상이며 중후하고 차분한 앞모습을 연출한다. 풀 LED를 타입으로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에 따라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춰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그릴과 가운데에 박힌 삼각별 로고는 한층 커졌고 범퍼 아래에는 크롬도금을 둘러 화려함을 강조했다.
신형 GLC 쿠페는 전 트림에 AMG 라인 패키지가 들어간다. 두툼한 스포츠 타이어와 19인치 휠, 측면에 알루미늄 피니시 러닝 보드가 달려있는 이유다. 타고 내릴 때에도 도움을 주지만 차고가 낮아 활용도는 낮다. 외관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뒤는 최소한의 변화만 거쳤다. 테일램프는 형상이 같지만 속 구성을 바꿔 신선함을 더했다. 이 외에 배기구 모양을 살짝 다듬는 정도로 부분변경을 마무리했다. 트렁크 주름이나 레터링 위치, 후방반사등을 포함한 뒤 범퍼는 전부 그대로다.
실내도 GLC 마니아가 아니면 달라진 부분을 쉽게 찾기 힘들다. 구석구석 살펴보고 버튼을 눌러봐야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차린다. 우선 계기판의 변화다. 디지털 형식으로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들어갔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클래식과 프로그레시브, 스포츠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하며 스티어링 휠에 달린 터치패드로 조작 가능하다. 최적화된 한글 지원과 깔끔한 구성으로 운전하는 내내 보는 맛이 난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크기를 키운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보인다. 와이드 타입으로 벤츠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기본 탑재했다. 지능형 음성 인식을 통해 실내 기능들을 작동시키고 날씨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터치로 손쉽게 설정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과 함께 차의 각종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그래픽 구현이 뛰어나다. 센터터널에 위치한 다이얼은 조그셔틀에서 패드로 조작 방식이 바뀌었다. 렉서스와 비슷한 방식인데 적응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이 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무선충전 패드, 열선 스티어링 휠, 64가지 색을 지원하는 무드등이 추가됐다.
전체적인 크기를 비롯해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 역시 2,875㎜로 기존과 동일하다. 2열은 무난한 공간을 보여준다. 룸미러로 보는 뒤 시야각은 좁지만 탑승했을 때는 크게 답답하지 않다. 무릎 공간과 머리 위 공간도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2열 편의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와 컵홀더, 열선 시트 등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들어있다. 트렁크는 기본 500ℓ를 제공하며 2열을 접으면 최대 1,400ℓ까지 늘어난다. 입구가 넓고 아래에도 깊은 수납함을 추가로 마련해 활용성을 키웠다.
▲성능 국내 판매 중인 GLC 쿠페는 300 4매틱 트림으로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7.7㎏·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6.2초,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9.8㎞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부드럽게 깨어나며 출발 준비를 알린다.
가속페달 반응이 매우 섬세하다. 스로틀 양에 맞춰서 손쉽게 속도를 올리며 모든 과정은 소리 없이 이뤄진다. 추월 가속을 비롯해 고속 주행에서도 한결같은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서 마치 플래그십 세단을 모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같은 배기량의 디젤 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토크가 일품이다. 1,800rpm에서부터 최대치가 나오기 때문에 일상 주행에서도 스트레스 없는 가속이 가능하다. 9단 변속기는 똑부러지게 제 자리를 찾아 단수를 오르내린다. 당황하거나 주춤한 기색이 없다. 여러모로 파워트레인에 대한 단점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스포츠와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페달 반응은 예민해지고 변속기는 더 민첩하게 움직인다. 또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진다. 한마디로 달리기에 최적화된 조건이 갖춰진다.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도 역동적인 주행에 한몫한다. GLC 쿠페에는 앞 235/55R19, 뒤 255/50R19 크기의 미쉐린 레티튜드 스포츠3 타이어가 들어간다. 파일럿 스포츠 4보다는 한계점이 낮지만 SUV 전용 타이어로 GLC 쿠페의 성능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각 부품의 이상적인 조합은 전체적인 운동 성능을 끌어올린다. 덕분에 직선은 물론 코너에서도 재미있고 적극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SUV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눈앞에 펼쳐진 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다.
추가된 안전 기능은 신형 GLC 쿠페의 핵심 포인트다. 앞차와의 거리 및 차선 유지 기능이 포함된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개선된 교차로 기능이 적용된 액티브 브레이크와 하차 어시스트, 후미 충돌이 임박한 경우 위험 경고를 표시하는 프리-세이프 플러스까지 S클래스에서 봤던 모든 기능이 그대로 들어갔다. 각 기능들의 구현이 매끄럽고 인식률이 높아 장거리 운전 시 피로도를 크게 낮춘다.
▲총평 신형 GLC 쿠페는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꼼꼼히 차를 완성하는 쪽을 택했다. 티 나는 부분이 없어서 신차를 샀다고 자랑하기에는 조금 민망할 수 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고 오너로서 체감 만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벤츠의 최신 기술로 무장해 상품성을 키웠고 합이 잘 맞는 동력계와 주행 안정성은 타면 탈수록 빛을 낸다. 곳곳에서 치밀함과 섬세함이 묻어나고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넘쳐나는 신차들 사이에서 건재함을 드러내며 실력을 발휘할 GLC 쿠페가 기대된다. 가격은 기본형 7,650만원, 프리미엄 8,3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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