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제네시스 GV80

입력 2020년01월22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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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주행감각·사용자 경험으로 브랜드 가치 전달

 지난 2017년 제네시스 GV80 컨셉트가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당시 이 차는 최적의 비율, 당당함, 섬세함, 실용성을 통해 제네시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2020년, 제네시스는 GV80을 출시했다.

 GV80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국산 첫 고급 SUV, 제네시스 첫 SUV 등. 그 만큼 업계와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제네시스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온갖 신기술과 플래그십의 상품성을 GV80에 담았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일단 기대를 안고 차에 올랐다.  



 ▲고급 브랜드에 걸맞은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킨 모습이다. 차체를 지나는 몇 개의 선이 연출한 우아함은 기존 SUV에선 볼 수 없었던 요소다. 전면부는 제네시스의 얼굴이 이제 자리잡았다는 인상을 준다. 큼지막한 방패형 그릴과 두 개로 나뉜 수평형 헤드 램프는 디자인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릴은 제네시스가 "G-매트릭스"로 정의한 마름모꼴 패턴이다. 기교 대신 단순명료한 디자인이다.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날갯짓하는 백조같은 엠블럼도 특징이다. 운전석에서 볼 때 제법 멋있다.



 측면은 극적인 스타일로 연출했다. 후륜구동 특유의 역동성은 물론 SUV에서 좀체 보기 힘든 아름다움을 제대로 녹여냈다. 현대차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도 자신이 디자인했던 벤틀리 벤테이가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선과 캐릭터라인(파라볼릭 라인), 펜더를 가르는 애슬래틱 파워라인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펜더에는 방향지시등 역할의 장식을 마련했다. 이 걸 앞뒤 램프와 함께 가상의 선으로 이으면 제네시스의 새 디자인 정체성인 두 줄의 선이 생긴다. 크롬 몰딩을 빛이 반사되는 면에 두껍게 쓴 점도 특징이다. 앞범퍼, 펜더, 도어, 뒷범퍼를 잇는 이 장식은 크롬이 반사되는 게 아니라 외장 색상이 반사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후면부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천장 덕분에 낮고 넓게 보인다. 테일 램프는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네 개의 묶음으로 꾸몄다. 움푹 패인 트렁크 패널 디자인은 제네시스가 2018년 뉴욕에서 공개한 에센시아 컨셉트에서 가져왔다.



 실내에선 송풍구를 좌우로 길게 이은 형태의 대시보드, 2스포크 스티어링 휠, 14.5인치 모니터가 눈에 띄지만 수수한 편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상당히 공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차내 결제 시스템, 원격진단 기반 상담 서비스 등의 신기술과 국산차 최다 수준의 기능을 적용했으나 티를 내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복잡한 기능을 필요할 때만 꺼내서 쓰도록 비워둔 "여백의 미"란 단어로 실내 컨셉트를 설명했다.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낯설지만 막상 손에 쥐면 여느 차와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2개를 길게 이어붙인 듯한 모니터는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만 좌석과 거리가 살짝 멀다. 그러나 모든 기능은 센터콘솔의 조작부로 다 제어 가능하다. 원형 패드는 버튼, 다이얼 기능은 물론 글씨쓰기도 지원한다. 전자식 다이얼 기어 레버와 주행모드 다이얼도 특징이다. 어지간한 부품엔 G-매트릭스 돌기를 적용해 눈과 손이 심심하지 않다.




 실내에 쓴 소재 중 플라스틱을 보기 어렵다. 기둥과 천장은 알칸타라를,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은 가죽, 우레탄 등을 아낌없이 썼다. 좌석 역시 가죽에 입체적인 퀄팅 패턴을 넣어 촉감과 착좌감을 만족시킨다.

 공간은 1~2열 모두 여유롭다. 휠베이스가 2,955㎜에 달해서다. 후륜구동 기반인 탓에 엔진룸에 일부 공간을 빼앗기긴 했지만 부족하진 않다. 뒷바퀴를 기본으로 굴려 2열 중심부가 높게 솟아 있을 법도 하지만 평평한 편이다. 7인승의 3열 좌석은 전동식으로 펼 수 있다. 다만 성인이 앉거나 타고 내리기엔 비좁다. 아이가 있지 않다면 5인승을 추천한다.





 ▲편안함 강조한 주행성능
 현대차그룹 최초로 직렬 6기통 3.0ℓ 구조의 디젤 엔진과, 동력을 매끄럽게 뽑아내는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스트레스 받았던 소비자에겐 모자람없는 주행감성을 전달한다. 수치 상 동력성능은 최고 278마력, 최대 60.0㎏·m다. 부드러우면서도 꾸준한 가속감각은 예전 벤츠, BMW의 직렬 6기통 디젤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2.2t이 넘는 거구여서 힘이 넘지치는 않는다. 최고속도에 가까워질수록 디젤의 한계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보다 역동적인 달리기는 향후 출시할 2.5ℓ·3.5ℓ 가솔린 터보에 기대해야 할 듯.


 승차감은 요트를 타는 것처럼 편하다. 고속에서는 플래그십 세단 수준의 주행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비교적 작은 20인치 휠·타이어를 끼웠음에도 흔들림이 적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제한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좌석 날개 속 공기주머니를 부풀려 운전자의 몸을 조여준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 그러다 다시 속도를 내리면 푼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그렇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 중 하나다.

 소음, 진동 대책도 만족스럽다. 이중접합유리, 흡차음재 등의 하드웨어적인 소음 차단 외에도 노면 소음을 실시간 분석해 0.002초만에 반대 위상 음파를 내보내는 음향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이다. 그러나 풍절음을 다 막진 못했다. 차체가 큰 SUV의 한계다. 진동은 여느 가솔린차보다 적다.


 완성도를 높인 고속도로주행보조Ⅱ 가운데 특별한 기능은 새로 추가한 자동 차로변경이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로를 변경하는 이 기능은 작동조건이 까다롭다. 방향지시 후 수 초간 옆차로가 비어 있어야 가능하다. 평소 쓰임새는 적을 것 같다. 그 밖에 부분운전자보조 시스템은 이미 여러 현대기아차로 검증한 수준이다.

 ▲목표는 북미·유럽 안착, 성공 가능성은?
 현대차의 흔적을 완전히 지운 첫 제네시스다. 디자인, 상품성, 감성품질 등 모두 한 차원 높은 브랜드의 제품답다. 한편으론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넘쳐나는 기술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GV80은 브랜드 내에서 SUV 제품군 확충뿐 아니라 북미, 유럽시장 내 안착이라는 임무가 있다. 특히 한 번 실패한 유럽에서 재기해야 하는 만큼 칼을 갈고 준비한 노력이 엿보인다. GV80은 정통성이 약한 제네시스의 브랜드 파워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상품성을 갖췄다. 판매가격은 6,580만원부터.


구기성 기자 kksstudios@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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