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주행성능, 높아진 효율
-대형 SUV의 장점 고스란히 누려 BMW X5 x드라이브 45e를 만나기 위해 지난 10월 독일로 향했다. 가는 비행기에서부터 궁금증이 가득했다. "무엇 때문에 대형 SUV에 복잡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넣었을까"하는 의문부터 효율과 무게, 공간 활용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개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BMW가 바라는 친환경차의 정의부터 먼저 살펴봤다.
BMW는 단순히 규제에 맞춰 배출가스를 낮추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부담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원하고 그에 대한 결과물로 PHEV를 선택했다. 효율이 낮은 하이브리드와 대중화에 한계를 보이는 순수전기차 사이에서 최적의 장점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회사는 2016년부터 본격적인 PHEV 제품 늘리기에 돌입했다. i퍼포먼스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세그먼트 구분없이 신차를 출시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마침내 양산된 BMW 최초의 PHEV SUV가 X5 x드라이브 40e다. 그리고 3년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난해에는 한 세대 진화한 X5 45e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타일&상품성 X5 45e는 듬직하면서도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실제로 길이 4,922㎜, 너비와 높이는 각각 2,004㎜, 1,745㎜로 기존 4세대 X5와 크기가 동일하다. 3세대와 비교하면 36㎜ 길어졌고 66㎜ 넓어졌으며 17㎜ 낮아졌기 때문에 한층 역동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자세 유지에 도움을 준다.
세로로 길게 내려온 키드니 그릴과 앞트임 디자인을 벗어난 레이저 헤드램프 등 차를 꾸미는 요소들은 모두 큼직하다. 알루미늄 소재를 적절히 섞어 입체감을 나타낸 앞범퍼가 시선을 사로잡고 하단부를 치켜 올려 험로 주행에 적합한 SUV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옆은 펜더에 마련한 전기충전 포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고 추가 주행거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장치다. 바로 밑에는 에어브리더가 뚫려있고 도어 아래쪽에도 은색 플라스틱 몰딩을 덧붙여 심심함을 피했다. 유리창 테두리를 비롯해 거대한 21치 휠은 온통 블랙으로 칠했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센스 있는 모습이다.
뒤는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와 여러 조각으로 나뉜 트렁크 등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신 범퍼는 배기구 일체형으로 모양을 살짝 다듬었다. 후방반사등 위치도 범퍼 끝에 붙여 조금 내렸다. 전체적으로 뒤태는 일반 X5보다 더 안정적인 느낌이다.
실내는 광활하다. 운전석 중심으로 살짝 방향을 튼 센터페시아와 새로운 버튼 레이아웃도 신선하다.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만족스럽다. 구성이 일목요연하고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운전 중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제스처 컨트롤은 다양한 손동작을 추가했으며 인식률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터치 기능 추가로 보다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센터 터널은 X5 45e의 핵심이다. 잘 짜 맞춘 가구를 보는 것처럼 매끈하고 깔끔하다. 크리스탈 소재를 사용한 변속 레버와 조그셔틀, 시동버튼은 차의 품격을 높인다. 서스펜션 조절 및 내리막 경사로 조절 버튼 등 값비싼 장치도 아낌없이 넣었다. 여기에 PHEV 차답게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버튼과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어댑티브 버튼을 전면에 배치한 점도 특징이다.
친환경차는 배터리 공간 때문에 실내가 좁다는 건 옛말이다. 3세대와 비교해 42㎜ 늘어난 휠베이스(2,975㎜)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형 SUV가 주는 넉넉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고 무릎과 머리 위공간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이와 함께 고전압 배터리를 차체 아래로 옮겨 무게중심을 낮추고 넉넉한 적재 공간도 확보했다. 트렁크는 기본 500ℓ 이며 폴딩 시 최대 1,710ℓ 까지 늘어난다. 일반 X5보다는 각각 145ℓ 와 150ℓ 작은 수치이지만 육안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오히려 예전 40e과 비교하면 드넓은 공간에 감동이 밀려올 정도다.
▲성능 신형 X5 PHEV는 4기통 2.0ℓ 엔진을 버리고 새로운 직렬 6기통 3.0ℓ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을 넣었다. 여기에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최고출력 394마력, 최대토크 61.2㎏·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5.6초, 최고속도는 시속 235㎞ 다. 예전과 비교하면 각각 81마력, 15.3㎏·m 향상됐다. 가속시간 역시 1.2초 당겨졌고 최고속도도 25㎞/h 나 올라갔다.
껑충 높아진 숫자들은 운전을 하면서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는 훅 하고 성큼 전진한다. 거대한 보폭으로 달려나가는 거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한층 강력해진 성능을 앞세워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고 순식간에 운전자가 원하는 영역에 차를 올려놓는다. 과정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며 거대한 차를 몰고 있다는 느낌은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도심을 빠져나와 아우토반에 진입했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 바꾸고 오른쪽 발에 힘을 가득 실었다. 대배기량 엔진은 기지개를 켜면서 강한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영역으로 운전자를 인도한다. 시원스러운 가속과 경쾌한 움직임이 신선한 자극제로 다가온다. 고성능 스포츠카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지만 짜릿한 운전의 즐거움은 같다. 맹렬하게 달리면서도 내연기관차 대비 적게 내뿜는 탄소 배출을 생각하면 뿌듯함도 밀려온다.
고속 코너를 비롯해 전체적인 핸들링은 BMW 특유의 감각이 짙게 뱄다. 운전자가 원하는 양만큼 정직하게 몸을 틀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여기에는 PHEV 성격에 맞춰 새로 조정한 BMW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가 한몫했다. 순수전기 또는 내연기관 엔진으로만 구동될 때에도 네바퀴에 토크가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만큼 롤이 적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접지력을 제공한다.
전자 제어식 댐퍼를 기본 장착한 2축 에어서스펜션은 부드러움을 택했다. 단단하게 차를 잡아주던 40e와는 성격을 나눴는데 차의 컨셉트를 고려하면 지금의 세팅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예전 X5 PHEV에 비해 회생 제동 이질감이 크게 줄어든 점도 신형의 특징이다. 동력계와 합을 맞추는 각 부품들의 조화가 상당하고 완성도는 한층 무르익은 모습이다. 궁극적으로 운전자가 보다 편하게 차를 다룰 수 있게 돕는다.
효율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먼저, 1회 충전 시 전기모드로 갈 수 있는 거리는 예전보다 3배 늘어난 67~87㎞다(1회 완충 시 국제표준시험방식 기준). 여기에 69ℓ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정속 주행을 이어나가면 주행 가능 거리는 1,000㎞에 육박한다. 수 백㎞를 달리면서 기름 바늘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배터리 충전 속도도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순수 전기주행 시에는 최고시속 140㎞/h까지 낼 수 있어 도심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았다. 대형 SUV를 몰면서 하이브리드 해치백 수준의 효율을 경험하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총평 BMW X5 x드라이브 45e와 함께 달리면서 만나기 전 들었던 궁금증은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다. 대형 SUV이기 때문에 전기파워트레인 탑재가 원활하고 최적 효율을 낼 수 있는 PHEV 시스템이 필요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넉넉한 공간을 바탕으로 차가 주는 장점을 고스란히 지켜냈고 풍부한 성능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예전 40e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일취월장해진 실력에 박수가 나왔다. 또 BMW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보다 더 다재다능한 차를 찾기 힘들 정도다. BMW가 추구하는 친환경차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운전할 수 있는 차다. 그 중심에는 X5 45e가 있고 앞으로 친환경 SUV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PHEV SUV는 올 상반기 국내 공식 출시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SK이노베이션, "고객 행복에서 지속가능성 찾겠다"▶ 쌍용차, 2020 화천 산천어축제 후원▶ 현대위아, 유럽·북미에서 7,021억원 규모 등속조인트 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