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넘는 수입 전기 SUV, 월 판매 10대 안팎
-가성비 뒤처지고 적은 보조금이 발목
-브랜드, 친환경 이미지 제고용 프리미엄 수입 전기 SUV가 높은 가격 대비 낮은 상품성과 보조금 미지급 등으로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수입차협회가 발표한 1월 차종별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전기 SUV는 비슷한 가격과 크기의 내연기관차 대비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규어 I-페이스는 3대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84.3% 감소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첫 번째 순수 전기차 EQC는 6대 파는데에 그쳤다. 테슬라 모델 X는 10대를 간신히 넘겼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누적 판매 대수도 상황은 비슷하다. I-페이스는 1년 동안 68대 수준에 머물렀고 3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EQC는 고작 24대에 불과했다.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의 행보와는 정 반대의 결과다.
판매 부진 배경으로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I-페이스와 EQC는 각각 1억990만원, 1억500만원부터 시작하며 모델 X의 경우 1억2,160만원에서 최대 1억4,160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내연기관 기준으로는 대형 SUV를 비롯해 럭셔리 세단과도 비슷한 가격대다.
전기차 보조금도 발목을 잡는다. EQC와 모델X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테슬라코리아는 본사 방침에 따라 국내 정부에 모델 X에 대한 구매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벤츠코리아 역시 지난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나마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I-페이스는 지난해 900만원에서 605만원으로 295만원 줄었다. 환경부가 2018년부터 전기차 국고보조금을 차등 책정해왔는데 올해는 연비와 주행거리를 중심으로 차등 폭을 확대해 형평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들이 실질적인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 수입사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전기차의 경우 친환경 및 새로운 물건을 다룬다는 얼리어답터 성격과 별개로 플래그십 제품군에서 브랜드가 보여준 가치를 그대로 누리고 싶어한다"며 "프리미엄 수입 전기 SUV는 소비자 요구 충족이 낮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주행거리나 효율마저 높지 않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고급 전기 SUV의 경우 애초에 보여주기식 제품일 뿐 높은 판매를 기대하는 차종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 SUV 라인업을 갖춤으로써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업계 전문가는 "볼륨 차종이 아닌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판매 대수에 기대는 없었을 것"이라며 "브랜드의 미래 방향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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