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지 않는 외관, 디지털화 선언한 실내
-강력한 V6 디젤엔진이 제공하는 시원한 거동
-최고가 1억원이지만 최대 15% 할인 적용 대중 브랜드로 각인된 폭스바겐이지만 라인업 중 투아렉만큼은 결을 달리한다. 포르쉐 카이엔의 "형제차"라는 타이틀은 단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해서 달린 건 아니다. 지금은 단종한 페이톤과 더불어 폭스바겐의 고급차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 브랜드 역량을 집중시킨 차가 바로 투아렉이다. 그래서인지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보다 훨씬 높은 게 사실이다.
높은 상품성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SUV와 맞먹는 가격은 늘 논쟁거리다. 이는 브랜드에서 연상되는 "대중성"이 소비자들의 인식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은 투아렉만큼은 "프리미엄"이라는 딱지를 당당히 붙인다. 그 만큼 제품력에서 같은 그룹의 아우디 Q7과 카이엔에 밀리지 않을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3세대로 돌아온 투아렉을 시승했다.
▲투박함 벗어난 외관, 대대적인 디지털화로 지루한 실내 안녕 신형은 폭스바겐그룹의 세로배치형 모듈 플래폼 "MLB 에보"가 기반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포르쉐 카이엔 등 그룹 내 프리미엄 제품군과 동일한 뼈대를 사용했다. 길이와 너비가 2세대와 비교해 늘고 높이는 낮아져 차체가 더 웅장해졌지만 자세는 더욱 안정적이다.
외관은 한눈에 폭스바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하다. 중량급답게 웅장함 속에 플래그십다운 세련된 요소들이 디테일하게 녹아들었다. 전면에서는 헤드 램프와 그릴이 "ㅡ"자로 이어지던 기존 라인을 "T"자 형태로 바꿨다. 특히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코너링 램프를 통합한 LED 매트릭스 헤드 램프는 입체적으로 빚어내 질리지 않는 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측면은 직선을 강조하며 보다 SUV답게 당당해졌다. 20인치 휠과 타이어의 존재감도 뚜렷하며, 높이가 낮아진 덕분에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도심형 SUV 분위기를 풍긴다. 과거 페이톤을 빼다박았던 후면 역시 리어 램프를 가늘게 줄인 동시에 너비를 강조하는 선을 사용해 디자인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전면적인 디지털화를 이뤄낸 실내는 예전의 폭스바겐 특유의 투박하고 지루한 모습이 아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마치 태블릿PC를 통째로 박은 것 같은 1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은 시원시원하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과 마찬가지로 내비게이션 지도는 계기판 화면을 꽉 채울 수 있지만 자체 지도인만큼 모바일 내비게이션과 비교하면 편의성이나 정확도에서 아쉬움이 있다. 또 버튼 대부분을 터치스크린으로 흡수, 조작에 다소 혼동을 줄 수 있다.
1열에는 에르고 컴포트 시트를 장착했다. 총 14방향으로 조절 가능하며 공기압 요추지지대가 착좌감을 강화한다. 껑충한 시트 포지션으로 장시간 운전 시 올라갈 피로도를 충분히 상쇄할 만하다. 준대형급인답게 2열의 탑승공간은 여유로우며, 기본 810ℓ에서 최대 1,800ℓ까지 늘릴 수 있는 적재용량 역시 불만을 갖기 어렵다.
▲중량급에 이상적인 V6 디젤의 힘찬 성능 파워트레인은 V6 3.0ℓ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성능은 최고 286마력, 최대 61.2㎏·m를 발휘한다. 효율은 복합 ℓ당 10.3㎞를 확보했다. 거대한 덩치에도 0→100㎞/h 가속을 6.1초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235㎞/h에 달한다. 수치 상 성능은 구형 대비 최고 41마력, 최대 5.1㎏·m 높다.
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임에도 듣기 편한 중후한 음색을 낸다.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떠오를 정도로 소음과 진동 억제는 최고 수준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카이엔의 우아한 몸놀림이 연상되는데 100㎏ 이상의 무게를 덜어내고 플랫폼을 공유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가속 페달에 답력을 가할수록 엔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저속에서부터 넉넉하게 뿜는 높은 토크는 육중한 덩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높은 속도로 치닫는다. 이 과정에서 변속기는 엔진의 불필요한 회전수 증가를 억제하며 최적의 타이밍에 엔진과 합을 맞춘다.
고속주행 안정성도 나무랄 게 없다. 체중이 줄었지만 자세를 낮추고 무게중심을 이상적으로 구현한 덕분이다. 따라서 코너링에서도 네 바퀴가 지면을 움켜쥐고 나아가는 듯 실력을 뽐낸다. 제동 반응은 빠른 편이어서 승객을 모두 태우고 주행한다면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프리미엄 제품군의 특권인 에어 서스펜션까지 갖춰 험로나 고속주행 시 지상고를 달리하며 주행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은 아쉽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레인 어시스트의 조합은 차로 이탈만 막을 뿐 차로 중앙을 유지하진 못해 반자율주행이 아닌 "운전 보조"에만 그친다. 최근 국산 소형차에서도 탑재하고 있는 기능의 부재는 단점으로 지적할 만하다. 다만 한층 진화한 전방충돌방지 기능과 보행자보호 시스템은 반가운 요소다.
▲"폭스바겐"이라는 색안경 벗고 봐야 하는 상품성 폭스바겐의 플래그십다운 상품성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 외관 디자인, 단점이었던 밋밋한 실내의 대대적인 변화는 누구나 반길 만한 부분이다. 브랜드의 장기인 디젤 엔진의 성능 역시 준대형급 SUV에서는 여전히 3.0ℓ 이상의 배기량을 얹어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더욱 굳건히 해준다. 반자율주행 기능까지 넣었으면 동급에서는 단연 상위에 있을 상품성이다.
가격은 세 가지 트림으로 프리미엄 8,890만 원, 프레스티지 9,690만 원, R-라인 1억90만 원이다. 비슷한 가격이면 벤츠 GLE와 BMW X5, 아우디 Q7 등 프리미엄 제품군이 모두 사정권이다. 그래서 회사는 최대 1,500만 원에 이르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출시와 동시에 적용했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시승]부활의 신호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벤츠가 한·독·미 기자만 불러 모은 이유는?▶ [시승]유럽에서 건너온 미국차, 포드 몬데오▶ [시승]돌아온 아우디의 기함, 4세대 A8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