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SUV -불필요한 구성 줄이고 가격 낮춰
-한결 깔끔해진 파워트레인 조화 인상적 지프 레니게이드는 2014년 처음 등장했다. 회사가 만든 첫 번째 소형SUV로 반응은 뜨거웠다. 박스형 차체와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자극했고 입문형 제품답게 진입 장벽을 낮춰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도 보탬이 됐다. 인기에 힘입은 지프는 가솔린과 디젤, 앞바퀴 및 네바퀴굴림 방식을 적용해 레니게이드 선택폭을 넓혔다. 하드코어 험로 주행이 가능한 트레일 호크를 비롯해 각종 에디션 제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해 존재감도 키웠다.
입맛에 맞는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건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가짓수가 적정선을 넘어버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선택의 즐거움은 불편함으로 바뀌고 혼란만 남는다. 자칫 심해지면 차의 정체성과 방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프는 배기량과 가격을 낮추고 합리적인 편의 및 안전품목으로 짜 맞춘 1.6ℓ 터보 디젤 트림을 선보였다. 차를 구입하는 주요 소비층의 성격을 파악하고 도심형 SUV 컨셉트를 적극 활용해 내 놓은 해결책이다. 새 차가 어떤 매력을 안겨줄지 직접 시승해봤다.
▲성능 가장 큰 차이는 파워트레인이다. 새로 선보인 1.6ℓ 터보 디젤은 이름처럼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해 실용성을 더했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120마력과 최대토크 32.7㎏·m를 발휘하는 1,598㏄ 멀티젯 II 터보 디젤 엔진이 들어있다. 여기에 DDCT라 부르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성능과 효율을 조절한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5.6㎞(도심: 14.6㎞/ℓ, 고속: 17.0㎞/ℓ)다.
시동을 켜자 디젤차 특유의 잔잔한 진동이 실내로 퍼진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이 떨리거나 듣기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가속페달의 감각은 묵직하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주행이 엄청 빠르거나 경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더디거나 답답하지도 않다. 시종일관 나긋하고 적당히 무게감을 드러내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 재미는 덜하지만 운전에 온 신경을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감은 확실히 줄어든다. 제한 속도에 맞춰 마음 편하게 주행을 이어나가면 만족이 더 커진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물건이다. 특히, 실용구간에서의 실력이 돋보인다. 독일산 SUV처럼 기본적인 변속 반응이 민첩하지는 않지만 원래 사용했던 9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다소 빨라졌고 한번 맞물리면 레드존을 향해 거침없이 올라간다. 덕분에 차가 가진 출력과 토크를 전부 활용할 수 있다. 변속기 하나가 차의 성격을 180도 바꿔 놓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코너링에서는 재미를 찾기 힘들다. 이유로는 핸들링이 1순위로 꼽힌다. 직경이 크고 반응이 무뎌 섬세한 조향이 불가하다. 한마디로 극적인 연출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빠른 속도로 와인딩 구간에 진입했다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코너를 공략하는 편이 낫다. 두 번째는 껑충한 시트포지션이다. 물리력에 따라서 차가 바깥으로 향할 때 다른 소형 SUV보다는 확실히 몸이 많이 쏠린다. 무게 중심이 높아서 차가 대열을 벗어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된다.
다만 고속 주행에서는 기대 이상의 안정감으로 큰 만족을 줬다. 박스형 차체 구조여서 공기 저항을 많이 받지 않을까 했지만 모두 기우였다. 생각보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이 적고 불안함도 경험하지 못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는 도로에 붙어 안정적으로 달렸고 그만큼 장거리 크루징에서 피로도를 줄였다. 여기에는 도로의 굴곡을 적당히 거르면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션과 그립보다는 효율에 집중한 타이어 세팅도 한몫했다.
효율은 예상대로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약 800㎞를 달리면서 기록한 효율은 트립컴퓨터 기준 ℓ당 17.1㎞다. 제조사가 밝힌 복합 효율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또 에어로 다이내믹과 거리가 먼 디자인을 비롯해 강원도 와인딩 구간 시승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일상 주행에서는 조금 더 높은 숫자를 기대해 볼 만하다.
▲스타일&상품성 겉모습은 지프의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7개의 네모 반듯한 그릴을 비롯해 동그란 헤드램프, 수직으로 떨어지는 보닛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선보인 부분변경답게 세련미를 높이는 요소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릴과 램프 주변에는 은색 플라스틱을 둘러 통일감을 살렸고 동그란 주간주행등을 탑재해 존재감을 높였다. 범퍼 양 끝에 위치한 방향지시등과 크롬으로 마무리한 안개등도 단정한 모습이다.
측면은 레니게이드만의 킬링 포인트다. 각진 차체와 두툼한 사이드미러, 사각 휠 하우스는 아이코닉 한 차의 모습을 200% 활용한다. 타이어는 컴포트 주행 성격이 강한 브릿지스톤 투잔자(215/60R17) 시리즈이며 휠은 17인치 사이즈가 조화를 이룬다. 디자인이 다소 심심해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조합은 별다른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뒤는 테일램프 안쪽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고 왼쪽에 돌출형 배기구를 장착했다. 이를 제외한 트렁크와 범퍼 형상은 부분변경 이전과 같다.
실내는 꼭 필요한 기능으로만 구성해 알뜰 소비자를 겨냥한다. U커넥티드 8.4인치 터치스크린과 내비게이션, 디지털 계기판 등은 동일하게 들어가고 열선 스티어링 휠, 파노라마 선루프처럼 국내 소비자 선호 품목도 꼼꼼히 챙겼다. 반대로 도심형 SUV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오프로드 기능은 과감히 덜어냈다. 험로 주행이 많지 않은 구매층의 성향을 감안하면 해당 기술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 품목도 마찬가지인데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및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은 탑재한 반면 차간 거리와 차선이탈 방지 기능은 과감히 없애 가격 부담을 줄였다.
지프를 상징하는 아기자기한 요소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먼저 오디오와 룸미러 곳곳에는 지프를 형상화한 아이콘을 찾아볼 수 있다. 앞 유리창에는 브랜드 탄생을 알린 미 육군용 지프 "윌리스 MB"의 아이콘이 자리 잡았다. 반대로 뒤 유리창에는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는 탐험가의 모습이 심어져 있다. 반면 센터페시아 상단에 짚의 탄생 연도를 새겼던 "1941" 장식은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소형 SUV이지만 박스카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실내 공간이 넓어 보인다. 2열에 앉아도 좁거나 답답한 느낌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편의 품목은 많지 않다. 가운데 팔걸이나 컵홀더, 열선 시트, 전용 송풍구 등은 없다. 가운데에 위치한 USB 포트가 유일한 2열 편의 품목이다. 트렁크 공간은 355ℓ이며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1,303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트렁크는 트레이를 통해 탑승공간과 분리했고 바닥을 깊게 파 놓아서 활용도가 높다.
▲총평 새 차는 정통 SUV라는 지프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도심 주행이 대부분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과 높은 효율을 선호하는 소비층을 공략한다. 이를 바탕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몇 가지 진중한 기능은 과감히 덜어냈다. 엔진은 크기를 줄이고 새로운 변속기를 맞물려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도 가격을 통 크게 낮춰 경쟁력을 갖췄다. 때문에 몇 가지 빠진 구성이 아쉽거나 서운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차의 성격과 어울리는 경쾌한 차로 재탄생했다. 운전을 하면서 비움의 즐거움을 몸소 깨닫는 순간이다. 레니게이드 1.6ℓ 터보 디젤은 막내 역할을 넘어 지프의 성장 발판이 될 핵심 차종으로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기본형 론지튜드 3,510만원, 고급형 리미티드 3,8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현대차, 탈 것이면 뭐든 연결 "다중 모빌리티 추진"▶ 한국토요타, 렉서스 뉴 RX 출시▶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2년 연속 내수 4만대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