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축한 고급스러움 묻어나는 내외관
-정숙성과 민첩함 돋보이는 주행성능 DS가 시트로엥에서 분리되기 전에는 존재감이 미비했다. 고급 라인업이라 하기엔 내외관 디자인에서 내세울만한 프리미엄 감성이 부족했고, 운동 성능 역시 시트로엥과 크게 차별화 하지 못했던 것도 주된 이유다. 2014년 독립 브랜드로 분리된 뒤 회사는 첫 제품 DS7 크로스백을 통해 프랑스만의 정교하고 화려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동차계의 명품 브랜드를 자부하는 DS의 두 번째 제품 DS3 크로스백을 시승했다.
▲디자인 크기는 길이 4,120㎜, 너비 1,770㎜, 높이 1,550㎜로 전형적인 컴팩트 SUV 사이즈다. 앞서 출시한 DS7의 정체성을 일부 이어 받았지만 작아진 차체 내에서도 안정적인 비율을 통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면 헤드램프는 매트릭스 LED 기술을 적용해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빛을 발산한다. DS 윙스로 명명한 그릴은 입체적인 조각미가 돋보이며 같은 덩치의 SUV에서는 단연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측면도 비범하다. "샥스핀" 모양의 B필러는 본 적 없는 새로운 디자인이다. 물론 발상은 기발하지만 2열 창문 면적이 다소 좁아 보이는 단점(?)도 있다. 도어 손잡이는 평소 차체 속에 숨어있다가 키를 들고 접근하면 등장한다. 주행 시 공기 저항을 줄일 뿐 아니라 매끈한 옆모습까지 연출한다. 루프는 차체와 색상을 달리해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18인치 휠타이어는 차체에 걸 맞는 딱 좋은 크기다. 후면은 얼핏 해치백이 연상되지만 그보다 풍성한 볼륨감이 돋보인다. 후면에는 가로형 리어콤비네이션 램프를 달았고, 테두리를 크롬으로 둘러 프리미엄의 감성을 표현했다.
실내도 동급 SUV와 비교하면 단연 화려하다. DS7에 썼던 고급 소재를 대거 적용한 것. DS 엠블럼을 주요 디자인 소재로 활용한 센터페시아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터치형 조작버튼과 다이아몬드 형태의 에어컨 송풍구는 독창성이 넘친다. 대시보드와 시트에 새겨진 세세한 스티치와 나파가죽 시트, 크롬 장식 등은 독일산 프리미엄 컴팩트 SUV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요소다.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공간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주력 소비층의 연령대와 성별을 고려하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실용이 아닌 멋을 위한 가치로선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성능 및 핸들링 파워트레인은 4기통 1.5ℓ 블루HDi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성능은 최고 131마력, 최대 31.0㎏·m를 낸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5.6㎞를 확보, PSA그룹의 고효율에 대한 자부심이 신형에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성능에 대한 체감에 앞서 정숙성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통상적인 디젤 수준보다 훨씬 조용하다. 차음 유리 사용 뿐 아니라 도어 역시 일반적인 수준보다 두꺼워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하며, 공기 배출구 위치를 최적화 하고 시트 내부에 고밀도 폼시트를 적용해 조그만 진동까지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효과가 잘 드러난다.
거동은 가벼우면서도 부드럽다. 역동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일상 주행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젤 특유의 넉넉한 토크는 필요한 순간 딱 그 만큼의 가속을 위해 힘을 응축해 전달한다. 물론 쭉 뻗은 직선 도로에서는 시속 100㎞까지 어떠한 불만 없이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효율까지 감안하면 차급에 가장 어울리는 출력과 토크라는 얘기다.
DS를 포함한 푸조시트로엥 제품군은 속도를 낼 때가 아닌 스티어링 휠을 요리조리 조작할 때 비로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컴팩트 사이즈의 쉬운 조종감, 재빠르고 자로 잰 듯한 정확성은 그 자체로도 재미를 느끼기 충분하다. 여기에 다소 높은 지상고지만 쏠림이 적어 흡사 해치백과 다름없는 민첩한 거동을 보여준다. 어중간한 가속력이 그 차의 성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붙이기 위해 오른발에 힘을 잔뜩 주면 분명 배기량의 한계는 느껴진다. 그러나 RPM이 치솟아 레드존에 근접해도 통상적인 거부감이 드는 엔진 소음이 아닌 묵직한 사운드가 발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피커로 들려오는 고성능 사운드도 듣기 편안하다. 디젤 엔진이라 발생되는 소음을 감성적으로 처리한 노력이 보인다.
앞서 DS7 크로스백에 들어간 첨단 안전품목을 모두 집어넣어 차급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여기에 DS 드라이브 어시스트를 넣어 레벨2 반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 것. 경쟁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해 단연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3세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는 사람 뿐 아니라 자전거까지 감지해 비상시 차를 스스로 제동시켜 보행자 안전까지 챙겼다. 이 외에 총 8개 에어백과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교통 표지판 인식 등의 품목을 더해 유로앤캡의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별 다섯 개를 획득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멋에만 치중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총평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여전하지만 디테일의 고급화를 통해 시트로엥과 확실히 구분되는 프리미엄을 완성했다. 외관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실내 만큼은 최근 출시되는 독일산 컴팩트 프리미엄 제품군과 비교할 때 단연 고급 감성이 두드러진다. PSA 장기인 디젤 파워트레인은 효율이 돋보이지만 달리기 실력 역시 추구하는 감성에 맞게 정숙하면서도 나름의 우아함까지 갖췄다. 가격은 소시크 테크팩 3,945만원, 그랜드시크 4,290만원, 시승차인 오페라 인스퍼레이션이 적용된 그랜드시크 트림은 4,390만원이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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