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입문형도 대세는 벤츠, A클래스 세단

입력 2020년02월2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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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락함과 역동적인 성격 넘나드는 입문형 벤츠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구성이 매력


 메르세데스-벤츠가 컴팩트카 라인업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작은 2018년 등장한 완전변경 A클래스다. 이후 지난해에는 CLA와 GLA가 연달아 출시됐다. 또 인기가 잠잠해진 B클래스 대신 SUV와 MPV의 장점을 결합한 GLB 클래스를 새로 추가했다. 

 과감한 신차 출시로 벤츠는 젊고 새로운 소비층이 합류하기를 원하는 모양새다. 충성 소비자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자 판매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대를 부흥시킬 차로 A클래스 세단이 등장했다. 새 차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브랜드 경험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지금까지 벤츠에서 만들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인 만큼 호기심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과연 회사의 바람대로 효자 노릇을 해낼까? 열쇠를 건네받아 A클래스 세단의 가치와 매력 포인트를 살펴봤다.

 ▲스타일&상품성
 A클래스 세단은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4,550㎜, 1,759㎜, 1,440㎜다. 해치백과 비교하면 130㎜ 길어진 수치이며 경쟁 차종 중 하나인 아우디 A3 세단보다 우위에 있다. 반면, 국산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보다는 살짝 작은 크기다. 눈으로 봤을 때 크기가 작아 보이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프론트와 리어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2,730㎜)를 극단적으로 늘린 덕분이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 A3 세단과 아반떼보다 길다. 

 매끈한 보닛은 낮고 길게 내려앉아 역동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여기에 싱글 루브르와 블랙 핀이 적용된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은 벤츠 가족임을 강하게 보여준다. 해치백을 통해 미리 본 적 있는 LED 헤드램프는 CLS와 매우 닮았다. 날카롭게 꺾이는 주간주행등과 다르게 범퍼는 단정하고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옆은 숄더라인 아래로 선명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뚜렷한 윤곽선을 보임과 동시에 볼륨감을 강조한다. 

 크고 긴 창문 형태는 정통 세단의 성격을 부각시킨다. 아치 모양이 두드러지는 C클래스와 차별화되며 오히려 E클래스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치를 높인다. 휠은 17인치가 기본이다. 다소 심심하다면 프로그레시브 또는 AMG 라인을 선택하면 된다. 뒤는 다른 벤츠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모습이다. 크기가 큰 테일램프와 입체적으로 굴곡을 준 트렁크가 시선을 자극한다. 풍만한 뒤태를 바탕으로 양쪽에 자리 잡은 일체형 배기구와 세심한 크롬 장식도 아름답다. 소형차가 갖는 편견을 벗어던질 수 있고 전체적인 디자인 비율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감각 구현에 노력을 다한 모습이다. 유광 블랙 소재를 아낌없이 두르고 도어와 대시보드에는 카본 느낌의 패널을 붙여 화려함을 강조했다. 알루미늄과 가죽, 타공을 적절히 배치해 저렴한 이미지도 피했다. 시승차는 선택 품목으로 커넥트 패키지가 들어갔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 통합 패키지를 비롯해 키레스-고, 앰비언트 라이트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 미디어 케이블이 포함된 구성이다. 가격은 167만원인데 확실히 값어치가 있다. 

 대시보드가 평평해 시야가 좋다. 운전이 서툰 사람들은 반길만한 구성이다. 이 외에 스티어링 휠 디자인과 버튼 모양, 계기판 및 인포테인먼트 구성 등은 최신 벤츠의 세련미를 그대로 따랐다. E클래스 쿠페와 유사한 송풍구는 볼수록 돌려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까지 지녔다. 스티어링 휠 뒤에 붙어있는 칼럼식 변속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센터 터널은 활용도가 높다. 크고 깊은 컵홀더를 비롯해 전체적인 높이가 낮아 몸을 움직여도 제약이 없다. 넓어진 터치 패드는 적응이 쉽지 않지만 한번 손에 익으면 제법 편하다. AI기반 음성인식 시스템 MBUX와 면적이 넓은 파노라믹 선루프 등 최신 편의 품목도 꼼꼼히 챙겼다. 반면 수동식 조절 시트는 개선이 필요하다. 

 세단의 특징을 살린 2열은 넓고 안락하다. 문이 열리는 각도가 커서 입구부터 개방감이 상당하다. 시트포지션이 낮고 등받이 기울기가 완만해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도가 적다. 다만 가운데 턱이 높아 성인 3명이 타고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따른다. 트렁크는 405ℓ로 해치백 대비 35ℓ 더 넓어졌다. 분할 시트는 기본이며 양 끝을 움푹 파 놓아 골프백 하나 정도는 온전히 수납할 수 있다. 또 바닥에도 여분의 수납공간을 마련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차세대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조정으로 출력을 손봐 성능 및 구동방식에 따라 A 220과 A 250 4매틱으로 나뉜다. 시승차는 A 220으로 최고 190마력, 최대 30.6㎏·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7.0초,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37㎞다. 효율은 ℓ당 복합 12.7㎞(도심: 11.2k㎞/ℓ, 고속도로: 15.2㎞/ℓ)를 실현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5g/㎞다. 

 싱글 터보를 얹었지만 가속감은 섬세하고 부드럽다. 마치 자연흡기 엔진을 모는 듯한 느낌도 난다. 엔진 회전 질감이 우수해 추월 가속이나 재가속 시에도 매끄럽게 질주한다. 터보 엔진 특유의 지연 현상도 잘 찾아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답답함 없이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일상 주행에서는 더없이 이상적인 세팅이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윗급인 C와 E클래스 세단과 비교해도 큰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 듯하다.

 한적한 도로에 진입해 운전 모드를 한 단계 높였다. A클래스 세단에는 센터 콘솔에 위치한 다이내믹 셀렉트로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모드" 중 원하는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 두었더니 1,000rpm 이상 회전수를 올리며 요란하게 준비를 마친다. 이후 촉각을 곤두세우고 스로틀 양에 맞춰 민첩하게 반응한다. 나긋했던 성격은 찾아볼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려 나가려는 스프린터의 자세만 보일 뿐이다. 벤츠의 컴팩트카 라인업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작지만 반전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기에는 변속기의 힘이 컸다. 활동폭이 광범위해서 190마력의 최고출력을 아낌없이 활용할 수 있다. 3,000~4,000rpm에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5,500rpm을 넘어 레드존까지 치닫는 과정이 짜릿하다. 패들 시프트를 활용한 매뉴얼 주행 시에는 좀처럼 자동으로 변속하지 않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변속 패턴을 맞추는 일은 온전히 운전자 몫이다. 차는 그저 판단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만 한다. 그만큼 스포츠 드라이빙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며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운전 스킬도 높여준다.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겪었을 일을 벤츠의 컴팩트 세단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편으로는 작은 덩치에 최고 224마력을 내뿜는 A 250의 실력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세팅에 속한다. 하지만 한계점이 높아 코너에서는 꽤 잘 버텨주는 편이다. 롤과 언더스티어 현상이 적고 긴 휠베이스 덕분에 해치백보다 안정적인 코너 탈출도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타이어의 그립이다. 205㎜/55/17인치 사이즈의 브릿지스톤 타이어는 역동적인 주행과 거리가 멀다. 강한 토크를 땅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조금만 빠른 속도로 코너를 통과하면 금세 힘겨운 소리를 낸다. 물론 승차감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역동적인 차의 성격을 파악한 이상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는 타이어를 한 번쯤 바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총평
 A클래스 세단은 벤츠의 기술이 아낌없이 배있는 컴팩트카다. 안락한 승차감과 고속으로 갈수록 차분해지는 안정성이 대표적이다. 자칫 밋밋할수 있는 주행 성능은 반전 매력을 제공하는 스포츠 모드로 말끔히 해결했다. 여기에 세련된 외모와 한 체급 위와 경쟁해도 손색없는 소재 선택 및 구성은 입문형 벤츠의 편견을 지운다. 무엇보다 4,000만원에 구입 가능한 벤츠 세단이라는 점은 여전히 구미가 당긴다. 한결 넉넉해진 공간을 가지고 해치백과 완전히 다른 맛을 가지고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A220 및 A250 4매틱 세단의 가격은 각 3,980만 원과 4,68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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