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실연비 보고 깜짝 놀란, 그랜저 LPi

입력 2020년03월02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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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주행성능
 -쏘나타 가격으로 누리는 실용적인 그랜저


 지난해 LPG차 일반인 구입이 허용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신차가 속속 등장했다. 고를 수 있는 차가 많아지다 보니 LPG차 수요는 자연스럽게 올랐고 2019년 국내 LPG차 등록대수는 10년 만에 상승 반전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올해도 세그먼트를 불문하고 다양한 LPG차 출시가 예고된 상황이다.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LPG차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다. 대표적인 부분이 성능이다. LPG차는 힘이 부족하고 언덕에서 가속이 시원스럽지 못하다는 편견이 작용한다. 또 성능이 약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결국 유지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LPG에 대한 이러한 소문은 편견일지 아니면 사실일지 그랜저 LPi 3.0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겉모습은 부분변경 신형 그랜저의 특징을 그대로 담았다. 마름모 형태의 패턴으로 가득 덮은 전면 그릴은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하고 그 속에 숨겨진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도 신선함을 더한다. 헤드램프 역시 마름모 모양으로 그릴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또 보닛도 그릴과 램프 사이에 경계가 없어 마치 한 덩어리로 이뤄진 듯하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을 심어준다. 범퍼는 세부 요소를 날카롭게 다듬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미지를 피했다. 

 옆은 기존 그랜저와 달라진 부분을 찾기 힘들다. 도어의 형태와 아래쪽에 넣은 두툼한 크롬 도금도 마찬가지다. 시승차에는 17인치 기본 휠이 들어갔지만 디자인이 훌륭해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C필러 부분에 위치한 유리창 끝은 모양을 완만하게 다듬었다. 바짝 치켜 올렸던 기존 그랜저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아래쪽으로 내려앉은 모습이 조금 더 중후하고 차분한 준대형 세단의 성격을 강조한다.

 뒤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트렁크와 범퍼, 테일램프 등 거의 모든 요소가 바뀐 결과다. 먼저 LED 테일램프는 돌출형 구조로 입체감을 극대화했고 끝부분을 날카롭게 다듬어 앞모습과 통일감을 이룬다. 반대로 트렁크는 윗부분을 완만하게 다듬어 강약 조절을 맞췄다. 범퍼는 한 층 안정적인 비율로 다듬었고 후방 반사등의 위치도 전부 수정했다. 또 양쪽 끝에는 일체형 배기구를 장착해 가솔린 트림과 동일한 구성을 보여준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가솔린과 차이를 느끼기 힘들고 가볍거나 저렴해 보이는 구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커다란 와이드 모니터는 인포테인먼트 구성이 깔끔하고 분할 화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블루링크를 통한 각종 서비스도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 고급스럽게 마감한 송풍구를 지나 오디오 조작 버튼과 공조장치까지 내려오는 완만한 패널도 인상적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주행 중 누르는 위치 및 각도가 편리하다. 버튼식 변속기 옆에는 세로로 수납할 수 있는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를 마련했다. 뒤쪽에는 컵홀더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 최소한의 버튼으로만 구성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감각적인 조형물을 보는 듯하다. 

 2열은 넉넉하다 못해 광활하다. 시트의 면적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이 충분히 남는다. 국산차의 가장 큰 장점인 패키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편의품목은 수납이 가능한 팔걸이를 비롯해 전용 송풍구와 열선 시트 등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들어있다. 가장 큰 만족은 트렁크를 열었을 때 나타난다.

 LPG차의 고민 중 하나였던 트렁크는 도넛 탱크로 말끔히 해결했다. 원통형 모양의 탱크를 트렁크 바닥에 넣어 일반적인 LPG 탱크 대비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신형 그랜저 LPi 3.0의 트렁크는 360ℓ로 이전 284ℓ 대비 27% 늘어났다. 또 공간 활용성은 물론 보기에도 한층 좋아졌다. LPG탱크 용량은 80ℓ이며 팽창을 고려해 최대 충전량은 80% 수준인 64ℓ다.

 ▲성능
 그랜저 LPi 3.0의 파워트레인은 V6 3.0ℓ LPG 액상 분사 방식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28.6㎏·m의 힘은 강하게 다가온다.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힘이 인상적이다. 스로틀은 언제나 여유가 넘치고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차는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실제 체감 가속은 가솔린과 큰 차이가 없다. 꾸준하게 속도를 올리며 그 과정도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조용하게 뻗어나가는 감각은 가솔린차보다 한 수 위다.

 고속 주행이나 추월 가속 시에는 다소 힘겨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모두 기우였다. 6기통의 여유로운 움직임을 바탕으로 차는 좀처럼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LPG 연료 특유의 정숙성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러운 발진 가속은 탑승자 모두에게 만족을 준다. 이와 함께 조용하면서도 꾸준하게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신선하고 피로도가 적다. LPG 차가 오로지 연비에만 초점을 맞춘 경제적인 차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적어도 그랜저 LPi 3.0은 주행 완성도에서 웬만한 가솔린 세단을 뛰어넘는다.

 엔진이 갖는 기본적인 성능이 높다 보니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안겨줬다. 한층 예민해진 엔진회전수를 바탕으로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의 빠른 가속감을 제공한다. 요란한 엔진음이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아 색다른 감각도 전해진다. 스티어링 휠에 붙은 패들시프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다만 코너에서는 한계를 쉽게 드러낸다. 서스펜션 세팅이 부드럽고 핸들링도 민첩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주행은 어렵다. 타이어 그립도 쉽게 무너져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 물론 과격한 주행이 아니라면 크게 느끼지 못할 부분이다. 

 LPG차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효율이다. 진짜 효율을 알아보기 위해 제주공항을 출발해 중문관광단지를 거쳐 1100고지를 넘는 약 150㎞에 거리를 달렸다. 측정 방법은 만량법(풀투풀, Full to Full)을 사용했다. 공항 근처 SK가스 충전소를 방문해 탱크를 가득 채운 후 출발한 뒤 도착지에서 다시 LPG를 충전하고 차이를 통해 효율을 확인했다. 히터는 2단을 놓고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하지 않았다. 또 속도는 제한속도 범위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0㎞를 오차 범위로 두고 주행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 E1 충전소에서 다시 탱크를 가득 채웠을 때 고작 16.07ℓ밖에 충전하지 않았다. 촬영 당시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기준 LPG 연료는 ℓ당 820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효율을 계산해보니 ℓ당 9.3㎞가 나왔다. 제원표에 나온 복합 효율인 7.5㎞/ℓ를 웃도는 수치다. 촬영을 위한 공회전이 있었고 시승기를 위해 한라산 중턱 1100고지를 넘나들며 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점을 감안하면 실연비는 준수했다. LPG 충전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불편함도 없었다.

 제조사가 밝힌 효율을 바탕으로 연간 1만5,000km 주행했을 때 연료비는 164만원이 나온다. 같은 조건으로 그랜저 2.5ℓ와 3.3ℓ 가솔린은 각각 196만원, 241만원 수준이다. 또 쏘나타 2.0ℓ 가솔린은 175만원 정도가 나온다. 같은 그랜저의 경우 가솔린보다 적게는 32만원에서 많게는 77만원까지 연간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고 한 체급 아래인 쏘나타보다도 12만원 가량 저렴한 셈이다. 쉽게 말해 쏘나타 유지비로 그랜저를 몰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총평
 그랜저 LPi 3.0는 기존 LPG차가 갖고 있던 편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겉과 속을 꾸미는 구성은 물론 편의 및 안전기능도 전부 가솔린 트림과 동일하다. 또 소재를 비롯해 각종 선택 품목은 LPG차라고 해서 한 체급 낮추거나 저렴하게 짜맞추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트렁크는 기존 LPG차의 단점을 지우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했다. 다운사이징 터보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대배기량 엔진은 숨은 보물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힘이 부족하지 않고 언제든지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LPG 연료가 주는 정숙성은 덤이다. 또 실효율 계산을 통해 제법 합리적인 유지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은 프리미엄 3,390만원, 프리미엄 초이스 3,465만원, 익스클루시브 3,785만원이다. 그랜저 2.5ℓ 가솔린과 비교하면 약 30만~40만원 정도 비싸고 3.3ℓ 가솔린에 비해서는 평균 240만원 저렴하다. 심지어 쏘나타와도 가격대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LPi 3.0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한마디로 쏘나타 가격에 그랜저를 누리면서 효율은 높이고 유지비는 낮출 수 있는 차가 LPi 3.0이다. 그만큼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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