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누구나 인정할 가성비, 르노삼성 XM3

입력 2020년03월0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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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부분에서 신선함 주는 소형 SUV
 -세련된 디자인과 파격적인 가격 돋보여


 르노삼성자동차가 새 SUV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기대는 크지 않았다. 나름 시장에서 선전했던 QM3가 있는데 굳이 같은 체급의 차를 왜 만들까하는 의문부터 들었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 때쯤 르노삼성은 파격적인 컨셉트카 한 대를 선보였다. 2019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XM3 인스파이어 쇼카다. 늘씬한 쿠페형 SUV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양산차인 XM3가 나왔다.
 

 르노삼성은 4년만에 출시한 신차인 만큼 심기일전했다. 내수판매 회복과 수출물량까지 책임져야 할 막중한 임무 때문이다. 한 식구인 르노 캡처와의 간섭도 피해야 하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소형 SUV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묘수가 필요했다. XM3는 르노삼성의 피땀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XM3의 생존방식이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XM3는 듬직한 크로스오버 형태를 가진 SUV다. 정확히는 지붕선이 부드럽게 내려오는 쿠페 성격이 강하다. 길이는 4,570㎜로 경쟁차인 기아자동차 셀토스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해 윗급인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보다 길다. 반면 키는 1,570㎜로 라이벌들에 비해 20~50㎜ 낮다. 1,820㎜의 너비는 적당한 수준이다. 쉽게 말해 한 체급 위와 경쟁할 정도로 듬직하면서, 낮고 넓은 형상으로 역동적인 이미지까지 챙겼다는 뜻이다. 

 차를 꾸미는 요소들은 다분히 르노삼성 패밀리룩을 입었다. "C"자 형태의 주간주행등과 일체형 그릴의 모양, 볼록 튀어나온 태풍 로고도 마찬가지다. 보닛에 주름을 넣고 램프 속 구성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앞범퍼는 단정하게 다듬었다. LED 안개등을 비롯해 주변에 크롬 도금을 둘러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능동형 크루즈컨트롤에 도움을 주는 센서들은 범퍼 아래쪽에 뒀고 은색 플라스틱을 덧대 도심형 SUV 이미지를 강조했다.
 

 옆모양은 XM3의 백미다.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붕선이 우아하다. 여기에 뒷펜더를 부풀려 풍만하고 듬직한 인상을 완성했다. 곡선을 강조한 차의 특성에 맞춰 도어 부분도 매끄럽고 부드럽다. 칼같이 각을 살리거나 깊은 캐릭터라인은 볼 수 없다. 아래에 붙인 두툼한 크롬과 펜더 장식, 감각적인 디자인의 18인치 휠은 측면을 완성하는 마침표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휠하우스 주변을 감싼 플라스틱 몰딩은 세그먼트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뒤는 가로형 테일 램프만 봐도 단번에 르노삼성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점등 방식을 통해 SM6나 QM6와는 차별화했다. 트렁크는 기교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범퍼 아래쪽은 제법 화려하다. 여러 소재와 색을 믹스 매치했고 굴곡을 넣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밋밋하게 마감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구성이다. 양쪽에 마련한 일체형 사각 배기구도 마음에 든다. 장식일 뿐이지만 둥근 플라스틱 범퍼보다는 나은 모양새다.

 실내는 지금까지 알던 르노삼성차의 모습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다. 운전자쪽으로 살짝 치우친진 센터페시아와 각종 버튼, 센터터널 주변도 흥미롭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운전 모드에 맞춰 화려한 그래픽을 제공한다. 숫자가 다소 작고 경계선이 얇아 순간 가독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운전중 필요한 정보를 거의 담고 있어 눈에 익으면 꽤 유용하겠다. 옆에는 세로형 9.3인치 모니터가 위치한다. UI가 깔끔하고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인포테인먼트 환경도 마음에 든다. 조작반응만 살짝 굼뜨다.
  

 버튼은 대부분 토글 방식을 사용했다. 크기는 좀 작지만 위를 바라보는 덕분에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재치와 센스가 돋보인다. 세 개의 원형으로 구성한 공조장치 다이얼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센터터널은 기본적인 폭은 좁지만 필요한 버튼은 알차게 담았다.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와 두 개의 USB 단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홀드, 깊은 컵홀더까지 가지런히 줄을 맞춰선 모습이다.

 르노삼성차의 특징 중 하나는 감성품질이다. XM3 역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먼저, 무릎이나 팔꿈치가 닿는 부분은 소프트 폼 소재를 써서 충격을 줄인다. 여기에 대시보드나 도어 패널에는 모던 매시 및 헥사곤 데코레이션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여러 조각으로 짜맞춘 가죽시트는 알칸타라로 포인트를 줘 멋과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8가지 색상의 엠비언트 라이트와 음역별로 세분화한 9개의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XM3의 휠베이스는 2,720㎜다. 길이가 길다 보니 휠베이스도 저절로 라이벌차들 대비 우월하다. 그에 따른 장점은 2열에 앉았을 때 나타난다. 무릎 공간은 손바닥 한 뼘 차이가 날 정도로 여유롭고, 머리 위 공간도 주먹 한 개 반은 거뜬히 들어간다. 지붕이 부드럽게 내려오기 때문에 뒷유리창 시야는 좁을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성인이 앉았을 때 답답하거나 협소하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들어가는 입구가 넓고, 동급에서 가장 높은 최저지상고(186㎜)를 확보해 문을 활짝 열었을 때는 타고 내리기가 수월하다. 카시트를 장착하거나 아이들을 태울 때도 유용할 듯하다.
 

 편의품목으로는 2열 전용 송풍구와 두 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 시트, USB 단자, 전 좌석 오토 윈도, 팔걸이에 위치한 컵홀더 등 필요한 요소를 알차게 마련했다. 트렁크룸의 적재공간은 기본 513ℓ다. 동급과 비교해도 넉넉한 크기이며, 열리는 각도가 넓어 짐을 넣고 빼기에도 유리하다. 트렁크 바닥을 한 단계 낮추면 높은 짐도 문제없이 실을 수 있다.

 ▲성능
 XM3의 동력계는 1.3ℓ 직분사 터보의 TCe 260과 1.6ℓ의 1.6 GTe 두 가솔린 엔진으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TCe 260으로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새 엔진이다.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m를 발휘한다. 이와 함께 패들시프트를 지원하는 독일 게트락의 7단 습식 듀얼클러치를 맞물려 연료효율은 복합 13.7㎞/ℓ(16인치 타이어 기준)를 달성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가볍게 치고 나간다. 민첩한 초기 발진가속 덕분에 출발이 가뿐하다. 일상주행에서도 버거움없이 원하는 속도로 달린다. 터보차저를 쥐어짜거나 무리하게 엔진 출력을 높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성능을 끌어올리고 차는 경쾌하게 뻗어 나간다. 더구나 3,500rpm을 넘어서면 한층 강력한 힘으로 차를 밀어붙인다. 반전 매력에 순간 놀랄 정도다. 단순히 배기량만 보고 힘이 부족할 거란 생각은 기우였다. 

 엔진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 일등공신은 변속기다. 7단 듀얼클러치는 독일차처럼 칼같이 들어맞거나 머리를 때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빠르고 역동적인 운전에 힘을 보탠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의 감각은 수준급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재빠른 변속을 유도하고 속시원하게 레드존을 향해 달린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시프트가 장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변속기와 엔진은 잘 숙련된 에이스팀을 보는 것처럼 합이 좋다.

 기본적인 핸들링 성능은 무난하다. 그렇다고 빠른 코너 탈출을 시도하는 건 무리다. 시트포지션이 높아 체감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스펜션도 단단함보다는 승차감에 조금 더 중심을 둔 느낌이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지만 브레이크는 아쉬움이 남는다. 답력이 일정하지 않아 적응하는 데까지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롭게 크루징을 이어나갈 때의 만족은 배가 된다. 정차 및 재출발까지 모두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보조 시스템, 후방교차충돌경보 시스템 등 보강한 ADAS 기능 덕분이다. 앞차와의 거리를 파악해 예상시간도 실시간으로 알려줘 보다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다. 조작버튼은 스티어링 휠 왼쪽에 가지런히 정렬했다. 작동법이 쉬워 금세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또 풍절음과 바닥 소음을 말끔히 잡았고, 탄탄한 하체 세팅으로 불안하거나 통통 튀는 일이 없다.

 ▲총평
 XM3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차종이다. 르노삼성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 만큼 신중을 기해 차를 만들었고, 완성도 높은 상품성을 체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쿠페형 SUV 형태로 경쟁차와 거리를 두면서 독보적인 매력을 구축했다. 실내는 섬세한 감각과 소재 선택으로 감성품질을 높였고, 합리적인 공간 구성으로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파워트레인의 합은 기대 이상이었고 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 요소들의 조화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판매가격은 환상적이다. XM3는 1.6 GTe SE 1,719만 원, LE 1,939만 원, LE 플러스 2,140만 원이고, TCe 260 LE 2,083만 원, RE 2,293만 원, RE 시그니처 2,532만 원이다. 가장 비싼 트림에 선택품목을 모두 넣어도 3,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라이벌차들과 비교해 확실한 장점이며, 앞서 설명한 몇 가지 단점도 전부 잊게 되는 순간이다. 그 만큼 확실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도전하는 차가 XM3다. 지난 2016년 절치부심해서 내놨던 SM6가 회사 성장에 버팀목이 됐듯이 XM3도 그 뒤를 이을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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