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김영신 기자 =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주유소를 인수하며 주유소 업계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SK네트웍스는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해온 직영 주유소 매각의 계약과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고 4일 공시했다. 코람코가 석유제품 소매 사업 부동산을,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영업 자산·인력을 인수했다. 총 매매대금은 코람코자산신탁 3천1억원, 코람코에너지플러스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9천652억원, 현대오일뱅크 668억원이다.
앞으로 SK네트웍스가 소유하던 직영주유소와 임차주유소 총 302개를 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한다. 코람코가 매입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199개를 현대오일뱅크가 10년 간 임대 운영하고, SK네트웍스 임차 주유소 103개는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인수하는 것이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 주유소 매각에 따라 시장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SK 주유소(SK에너지, SK네트웍스)는 3천402개, GS칼텍스 주유소 2천361개, 현대오일뱅크 2천237개, 에쓰오일 2천154개다. 이번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로 현대오일뱅크는 총 2천539개 주유소를 확보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선다.
주유소 사업 자체로만 보면 주유소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를 통해 기존에 열세였던 수도권에서 사업 확장을 할 수 있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는 수도권 비중이 낮은데 이번에 인수하는 주유소의 60%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수출 시장은 경기 변동이나 각국 환경 규제 등 변수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만, 내수 시장은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안정적 시장으로 분류된다. 인수하는 302개 주유소의 하루 판매량은 약 2만 배럴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석유 수요가 정체한 현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추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주유소 시설을 이용한 신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그간 경쟁사에 비해 입지가 양호한 주유소가 부족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로 고민을 덜게 됐다"며 "면밀한 수익성 분성 결과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수익성 높은 고급휘발유 등 판로를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인수 작업은 올해 상반기 안에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다음 달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6월 1일 사업 이관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1조원이 회사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SK매직, SK렌터카[068400] 등 소비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이날 최근 세계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등으로 위축된 시장에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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