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대에 걸맞은 가치, BMW 1시리즈

입력 2020년03월0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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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동방식 바꾸고 공간 키워
 -최적의 균형감 및 운전 재미는 여전해


 1시리즈는 2004년 처음 등장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다른 BMW 차들보다 다소 늦은 데뷔였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전통과도 같았던 뒷바퀴굴림 방식을 고수하고 1M과 같은 고성능 버전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1시리즈만의 정체성을 잡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도어 쿠페와 세단을 섞은 모양의 1세대는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BMW는 고심 끝에 해치백으로 방향을 잡고 1시리즈를 다시 만들었다. 쿠페와 컨버터블은 2시리즈로 독립해 운영했다. 2012년 해치백으로 돌아온 1시리즈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안정적인 시장 안착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입문형 해치백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이 분야의 터줏대감인 폭스바겐 골프를 비롯해 아우디 A1과 A3, 벤츠 A클래스 등 쟁쟁한 경쟁자가 넘쳐났다. 뒷바퀴굴림을 고집한 나머지 해치백의 생명인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제기됐다. 회사는 다시 한번 파격적인 변화를 택했고 마침내 구동방식을 바꾼 3세대 1시리즈를 내놨다. 앞바퀴굴림으로 탈바꿈한 1시리즈가 실용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지 시동을 켰다.

 ▲성능
 1시리즈의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ℓ 디젤 엔진과 토크컨버터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150마력, 1,750~2,5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 35.69㎏·m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8.4초, 최고 속도는 214㎞/h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4.3㎞/ℓ(도심: 13.0㎞/ℓ, 고속도로: 16.2㎞/ℓ)를 달성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3g/㎞다.


 시동을 켜면 미세한 소리가 디젤 차임을 알게 해준다. 고요한 가솔린과는 차이를 보이지만 디젤 특유의 진동이나 걸걸거리는 소음은 찾기 힘들다. 시끄럽고 떨림이 강하던 예전 BMW 디젤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다. 단점을 말끔히 지우고 차분하게 숨을 고른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리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가솔린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만큼 정숙성 부분에서 많은 개선을 이뤄냈고 직접 운전을 하면서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초기 발진 가속은 예민하지 않다. 덕분에 쉽고 편하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주행 감각은 가솔린과 사뭇 다르다. 운전을 하면서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디젤 엔진 특유의 넉넉한 토크 때문이다. 특히, 2,000rpm을 넘어가면서 훅 하고 치고 나가는 느낌은 일상 주행에서도 충분한 만족을 준다. 150마력의 출력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여러 기능을 더하고 덩치를 키웠지만 무게는 고작 50kg 늘었다. 새 플랫폼이 빛을 발휘해 언제나 가뿐한 몸놀림과 경쾌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조향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정직하고 정확하게 몸을 틀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린다. 날카롭게 반응하는 스포츠카 급의 세팅은 아니지만 경쟁차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실력이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스티어링 휠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여기에는 225㎜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타이어도 한몫한다. 접지력이 좋아 좀처럼 자세가 흔들리는 법이 없다. 깔끔한 핸들링 실력에 놀라 고갯길에서 욕심을 부렸다. 차는 곧바로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하면서 앞바퀴굴림차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만 뒤가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보다 상대적으로 컨트롤이 쉬워 당황스러움이 줄어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는다. 민첩한 변속기 반응과 함께 예민한 서스펜션 감각이 사뭇 재미있다. 엉덩이를 살짝 간지럽히는 수준이지만 충분히 즐겁고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다만 고속으로 갈수록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나는데 출력이 조금만 높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갈증이 있다. 한편으로는 BMW가 만든 4기통 엔진 중 가장 강력하다고 소문난 최고 306마력을 내뿜는 M135i가 궁금해진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1시리즈는 기분 좋은 리듬으로 달린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질주했던 성격은 사라지고 차분하면서 편안하게 운전자를 리드한다. 풍절음이나 바닥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커다란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을 머금고 그저 운전을 즐기면 된다. 신나게 달려도 꿈쩍하지 않는 기름 바늘과 예상보다 높은 숫자의 주행가능거리를 보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디자인&상품성
 한참을 달려 촬영 장소에 도착한 뒤 자세히 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첫인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실제로 신형 1시리즈는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 4,319㎜, 1,799㎜, 1,434㎜로 이전보다 5㎜ 짧고 34㎜ 넓고 13㎜ 높아졌다. 한마디로 가늘고 길게 생겼던 모습에서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비로소 균형감을 갖춘 1시리즈는 세부 요소의 변화 폭도 상당하다. LED 헤드램프는 크기를 키우고 날렵하게 다듬어 공격적인 인상을 심어준다. 또 일체형 키드니 그릴도 한층 큼직하게 디자인해 존재감을 나타낸다. 에어커튼을 포함해 입체적인 디자인의 앞 범퍼와 선명한 안개등,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한 패턴과 장식까지 고급감을 높이는 부분도 눈에 가득하다. 

 옆은 살이 얇은 18인치 M 스포츠 휠이 압권이다. 다이아몬드 커팅 방식으로 표면이 매끄러워 운전하는 내내 신경이 쓰인다. 연석에 긁히거나 돌이 튀면 손상을 입기 쉽지만 멋을 위해서는 신경써야 한다. 앞쪽 펜더에는 M 배지가 자리 잡았고 곧게 뻗은 캐릭터라인과 깔끔한 유리창 디자인, 안정적인 C필러 형상도 만족스럽다. 풍만한 뒤태는 1시리즈 외관의 핵심 포인트다.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차를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고 입체적인 트렁크도 매력적이다. 뒤 범퍼는 양쪽 끝에 보조개를 심고 투톤으로 맞춰 세련미를 갖췄다. 양쪽에 하나씩 위치한 대구경 배기 파이프는 멋의 방점을 찍는다.

 실내는 BMW 차들에서 보던 익숙한 모습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운전자 중심 구조다. 보다 간편한 조작을 위해 새로운 기어 노브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갖추고 시동 버튼은 센터터널에 새롭게 배치했다.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은 10.25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 계기판을 통해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시원스러운 화면과 함께 부족함 없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이 외에 별도의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자동으로 최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 새로운 "리모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기능도 탑재했다.

 커넥티드 패키지 프로페셔널은 리모트 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애플 카플레이 및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의 기술을 접목한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약 3분 간격으로 업데이트되는 T맵의 교통정보를 이용해 교통흐름, 공사구간 및 사고상황, 과속카메라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BMW 인텔리전트 개인비서 기능도 신선하다. 간단한 명령어만으로도 내비게이션과 자동차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M 스포츠 트림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부품도 아낌없이 들어있다. 두툼한 M 전용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맛이 좋고 헤드레스트 일체형 알칸타라 M 스포츠 시트는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디자인도 훌륭해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시트 특성상 오랜 시간 운전하면 피곤하고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성은 적어도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축복과 같은 아이템이다. 문지방에 각인된 M 로고와 독특한 무늬의 무드등 패턴도 젊고 스포티한 차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휠베이스는 2,670㎜로 이전보다 20㎜ 짧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열은 예전 1시리즈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넓어졌다. 차체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굴림 방식의 변화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그 결과 2열 무릎 공간은 33㎜ 더 여유로워졌고 앞과 뒷좌석 좌우 공간은 각각 42㎜, 13㎜ 증가했다. 더불어 국내 출시된 전 트림에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기본 장착돼 뛰어난 개방감을 자랑한다. 트렁크 용량은 전 세대 대비 20ℓ 증가한 기본 380ℓ이며 개별 폴딩이 가능한 40:20:40 비율의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20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총평
 신형 1시리즈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세그먼트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체성이 확실해졌고 BMW가 자랑하는 운전의 즐거움은 그대로 유지했다. 황금비율로 재탄생한 얼굴은 더욱 잘생겨졌고 최신 기술로 마무리한 실내도 마음에 든다. 값싼 소재를 사용하거나 몇 가지 기능을 덜어내는 꼼수도 찾아볼 수 없다. 명쾌한 핸들링과 안정적인 서스펜션 등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그만큼 조금 더 출력이 높은 엔진을 찾게 될 정도다. 

 1시리즈는 오랜 시간 브랜드가 강조한 운전의 즐거움을 몸소 보여주는 차다. 한마디로 더이상 가장 저렴한 BMW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는 어디 내 놓아도 당당한 해치백이 됐다. 신형 1시리즈의 가격은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시 118d 조이 퍼스트 에디션 3,920만원, 118d 스포츠 4,160만원, 118d M 스포츠 4,510만원이고 BMW 샵 온라인에서 한정 판매되는 118d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 4,8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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