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플래그십은 지루하다?' 편견 지운 닛산 맥시마

입력 2020년03월2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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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배기량 엔진과 역동적인 운전 감각 인상적
 -라이벌 대비 부족한 신기술은 아쉬워


 플래그십은 특별하다. 브랜드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집어넣은 만큼 화려하고 사치스러우며 웅장하다. 궁극적으로는 프리미엄 소비층을 겨냥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차급인 만큼 플래그십의 이미지에는 항상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플래그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닛산은 역동성을 택했다. 특히 "370Z", "GT-R"과 같이 고성능 차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회사답게 활발한 성격의 플래그십을 지향한다. 이렇게 탄생한 맥시마는 묵직하고 근엄한 세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강한 성능으로 클래식보다는 세련미를 추구했다. 닛산이 정의하는 플래그십은 라이벌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상품성
 신형 맥시마는 "스포츠 세단 컨셉트"를 바탕으로 차를 매만졌다. 그만큼 첫인상은 파격적이다. 선이 굵고 날카로운 세부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다.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고 변화의 선봉장이 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앞은 커다란 LED 헤드램프와 "ㄷ"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범퍼 아래까지 내려오는 그릴과 유광 블랙으로 처리한 번호판 주변도 강한 이미지를 더한다. 볼록하게 물결치는 보닛 형상은 컨셉트카에서 볼 법한 모습이고 두꺼운 크롬도금은 차의 화려함을 강조한다.

 옆은 더 과감하다. 곡선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을 비롯해 투톤으로 마감한 A필러와 사이드미러가 대표적이다. C필러는 옆과 뒷 유리창 사이에 기다란 선을 추가했다. 신선한 방식이고 마치 지붕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외에도 다이아몬드 커팅 알루미늄 휠은 세련미를 강조한다. 뒤는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를 적용했다. 또 안쪽으로 말아 들어가는 제동등 구성을 통해 앞과 흐름을 맞췄다. 범퍼는 차체 색상과 검정 플라스틱, 크롬 배기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AMG 63처럼 배기파이프가 4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멋을 위한 장식은 더더욱 아니다. 

 실내는 차가 추구하는 성격을 분명히 한다. 운전자 쪽으로 틀어진 센터페시아와 버튼 구조, D컷 스티어링 휠만 봐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우드 패널을 가득 붙인 밋밋한 모양의 플래그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몸이 긴 세단보다는 역동적인 쿠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주요 소비층을 고려하면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지만 보다 젊고 활기찬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편의 품목을 비롯한 구성에 대한 부분은 평범하다.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도가 적은 저중력 시트, 열선 및 통풍 기능과 다양한 타입의 USB 단자, 보스 오디오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2열 전동 햇빛가리개 등을 기본으로 마련했다. 안전 기능으로는 10개의 에어백과 인텔리전트 차선 이탈 방지 및 비상 브레이크, 하이빔 어시스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운전자 주의 경보 등이 들어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소 아쉽다. 화질이 떨어지고 난반사가 심하다. 햇빛이 강할 때는 운전 중 파악이 쉽지 않다. UI 구성도 요즘 차들보다 올드한 모습이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터치 반응도 빠른 편은 아니다. 그나마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제공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소재는 가죽의 범위를 확대 적용했다. 무릎이 닿는 부분이나 대시보드, 도어 트림 일부에도 가죽이 쓰인다. 시트는 기대 이상이다. 1열보다는 2열에서의 만족이 더 크며 과하지 않은 디자인과 부드러운 가죽 질감이 한몫한다. 길이가 5m에 육박하는 차의 크기를 감안하면 실내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없다. 전용 송풍구와 두 단계로 나뉜 열선 버튼, 깊은 컵홀더 등 필요한 부분도 알차게 마련했다. 기본적인 트렁크 공간은 광활하지만 양옆이 볼록 튀어나와 있어 활용에는 한계를 보인다.

 ▲성능
 커다란 보닛 아래에는 VQ35DE로 불리는 V형 6기통 3.5ℓ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오랜 시간을 닛산을 대표하는 엔진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상품 및 내구성에 강점을 보인다. 여기에 무단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1㎏·m를 발휘한다. 낮은 배기량의 터보차저를 붙인 차들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은 축복과도 같은 존재다. 언제 어느 순간에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는 부드럽고 섬세하게 뻗어 나간다. 스로틀 반응이 자연스러워 힘이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힘을 조절할 수 있다.

 6개의 실린더는 차를 소리 없이 강하게 밀어붙인다. 순식간에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고 여유를 부릴 정도다. 터보 지연 현상도 없으니 가속 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무단변속기는 엔진의 능력을 적절히 끌어 내 쾌적한 주행에 도움을 준다. 가속 초반에 엔진회전수가 먼저 치솟고 속도가 뒤따라 빨라지는 변속기 특성을 많이 개선했다. 재 가속 시 더딘 반응도 종전과 비교하면 나아졌다. 여기에 수동 모드에서는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 마치 자동변속기처럼 단수를 오르내리는 느낌도 구현했다.

 듀얼클러치와 같은 실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발 빠른 반응에는 한계를 보이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변속기 특유의 소음도 들린다. 그럼에도 무단변속기 치고는 수준급 실력을 가졌다. 오히려 일상 주행에서 흐름에 맞춰 속도를 올릴 때는 무단변속기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매끈한 주행 질감을 끌어올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플래그십 제품이 보여줘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킨 모습이다. 

 조향감이나 서스펜션은 적당하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코너에서도 제법 재미있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정직하게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방향을 틀어 유연하게 통과한다. 하지만 속도가 붙으면 다소 롤을 허용하고 휘청거린다. 휠베이스가 길어 코너 탈출 시에도 뒤가 따라오지 않는 느낌이다. 공격적인 첫인상과는 달리 살짝 아쉬운 성능이다.

 물론 비슷한 체급의 라이벌과 비교하면 확실히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대배기량이 주는 순간 가속력과 고속에서의 반응, 속도를 올리는 경쾌한 과정 등이 증명한다. 하지만 탄탄한 달리기 실력을 가진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무턱대고 가속 페달을 밟는 것 보다는 차의 본질을 생각해 탑승자 모두에게 적당한 즐거움을 주는 정도로 끝내는 게 낫다.


 의외의 강점은 효율이다. 제조사가 밝힌 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9.4㎞(도심: 8.2㎞/ℓ, 고속도로: 11.7㎞/ℓ)다. 약 400㎞를 달리고 나서 측정한 트립컴퓨터 상 효율은 11~12㎞/ℓ를 보여줬다. 기름 바늘이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오지 않았고 고속에서 와인딩을 즐겨도 한 자릿수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높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 특성 상 대부분의 소비자는 효율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맥시마가 보여준 깜짝 효율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총평
 닛산 맥시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플래그십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무겁고 진중한 성격을 버리고 한결 날렵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눈길 가는 외모부터 운전자 중심의 구조, 시원스러운 성능만 봐도 맥시마가 보통의 플래그십과 다른 차임을 알게 해준다. 특히 차분하게 몸을 낮추면서 소리 없이 강하게 나가는 힘과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상대적으로 탑승자 피로를 줄인다. 차급에 걸맞은 넉넉한 공간과 정숙성은 기본이며 생각보다 높은 숫자를 가리킨 효율은 덤이다. 닛산의 플래그십은 젊은 사장님이나 운전을 즐기는 가장의 패밀리 카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어 보인다. 다재다능한 성격으로 폭 넓은 소비층을 지향하는 맥시마는 플래티넘 단일트림으로 판매하며 가격은 4,52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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