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스릴을 넘나드는 강력한 운동성능
-배기음과 오픈 톱 등 감성 자극하는 요소 가득해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2인승 경량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은 한 번쯤 가지고 있을 듯하다. 가벼운 몸짓으로 스피드에 대한 갈망을 만족시켜주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이 비싸고 효율성이 떨어져 찾는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양상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나와도 차지하는 구매 비율이 낮아 제조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법한 제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 이유가 설명됐지만 SUV 인기에 밀려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완성차 회사들은 조용히 단종을 선언하거나 경량 스포츠카 개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BMW는 다르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경량 스포츠카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Z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코드네임 G29로 명명한 3세대 Z4는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을 비롯한 전반적인 개발을 토요타와 공유했다. 또 소프트톱으로 회귀하고 치명적인 문제였던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출력의 직렬 6기통 엔진을 넣어 차의 정체성도 바로잡았다. M 배지를 붙인 만큼 오리지널 BMW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넣었다. Z4 M40i의 상품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키를 건네받았다.
▲스타일&디자인 새 뼈대를 사용한 만큼 전체적인 형상에서도 이전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길이는 85㎜ 길어지고 너비는 75㎜ 늘어났다. 반대로 휠베이스는 26㎜ 줄어들었다. 앞바퀴를 조금 더 안쪽으로 당기고 뒷바퀴 바로 앞에는 운전석을 위치해 50:50 무게 배분을 맞춘 것이다. 롱노즈 숏데크 구조를 가졌지만 최대한 가운데에 무게중심을 위치해 미드십 스포츠카와 같은 균형감을 유지했다. 또 활용도가 높은 새 플랫폼 덕분에 황금비율 몸매는 물론 무게도 50㎏이나 낮출 수 있었다.
차를 꾸미는 세부 요소는 과하지 않다. 모난 곳 없이 단정하게 디자인한 헤드램프는 물론 그릴과 범퍼 형상도 파격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키드니 그릴은 크기를 키우고 독특한 패턴을 넣어 세련미를 키웠다. 앞 범퍼는 날카롭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역동성을 표현했다. 크롬보다는 은은한 무광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젊은 감각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옆은 Z4의 시그니처와도 같다.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늘씬한 도어, 바짝 기울인 A 필러가 대표적이다. 화려한 디자인의 19인치 휠과 세로로 길게 자리 잡은 앞쪽 팬더 공기흡입구는 고급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살짝 고개를 내민 레드 시트와 두툼한 지지대, 윈드 디플렉터의 조화가 상당히 멋스럽다. 소프톱 역시 오픈카의 감성을 더한다. 참고로 톱은 시속 50㎞/h 이하 속도에서 10초 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하드톱을 사용하던 2세대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간편해졌다. 이 외에도 구조가 간단하고 잡소리도 없어 훨씬 마음이 편하다.
뒤는 굴곡진 가로형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혹적인 눈빛으로 유혹하고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동시에 안겨준다. 트렁크는 끝을 올려 일체형 스포일러 역할을 대체한다. 투톤으로 처리한 디퓨저와 큼직한 사각 배기구도 멋있고 두툼한 "Z4"와 "M40i" 배지는 뒤태의 방점을 찍는다.
실내는 다른 BMW와 맥을 같이한다.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센터페시아와 새로운 "UI"가 돋보이는 디지털 계기판, 두툼한 M 전용 스티어링 휠만 봐도 알 수 있다. 각종 기능을 다룰 수 있는 변속레버 주변은 정갈하다. 다만 컵홀더 위치가 너무 뒤에 있어서 활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BMW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메모리 시트, 음질을 높인 하만카돈 오디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열선 스티어링휠과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 등 웬만한 편의 품목은 아낌없이 탑재돼 있다.
가죽과 스티치, 알루미늄 트림을 적절히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했다. 특히 직선과 각을 살린 대시보드 및 도어 안쪽 디자인은 마치 잘 만든 조형물을 보는 것 같다. 패널이 맞물리는 이음새에는 얇은 LED 조명을 넣었는데 볼 때마다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야간에 톱을 열고 주행할 때는 감동이 배가 된다. 전체적인 실내를 보면 마치 럭셔리 쿠페를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성격상 수납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곳곳에 알짜배기 공간을 만들어 활용도가 제법 높다. 도어 안쪽과 센터터널, 글러브 박스, 시트 뒤에도 꽤 공간이 나온다. 트렁크는 일취월장 해졌다. 단순한 구조의 소프트톱을 적용해 개폐와 상관없이 281ℓ의 동일한 공간이 나온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50% 넓은 공간이며 골프백 하나와 보스턴백 정도는 대각선으로 실을 수 있다. 입구도 넓어 웬만한 짐은 손쉽게 넣고 뺄 수 있다.
▲성능 긴 보닛 안에는 직렬 6기통 3.0ℓ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대부분의 BMW 차들에서 사용 중인 B58 3.0ℓ 엔진이지만 Z4 M40i만을 위해 출력을 크게 끌어올린 점이 인상적이다. 그 결과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0㎏·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단 4.1초다.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50㎞다.
시동을 켜면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등장을 알린다. 가속페달 반응은 매끄러우면서도 예민하다 조금만 깊게 밟아도 엔진 회전수를 올리며 달릴 자세를 고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 더 밟으면 차는 맹렬히 질주한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엉덩이가 시트 끝으로 파묻힌다. 시선이 좁아지고 멀리 보였던 차가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와 있다. 뛰어난 몰입감과 함께 운전자를 금세 흥분시킨다. 폭발적인 가속에는 최대토크의 힘이 크다. 저속에서부터 내뿜는 엄청난 펀치력은 대배기량 디젤을 모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언제든지 스로틀을 열면 미친 듯이 튀어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빠른 엔진 반응을 유도한다. 변속감이 상당히 우수하고 기어비도 극단적으로 짧아 조금만 속도를 올려도 순식간에 고단에 맞물린다. 자연흡기 엔진처럼 꾸준하게 치솟고 단수가 떨어질 때는 단호하게 처신한다. 주저하거나 타이밍을 놓쳐 성능에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변속기 덕분에 손맛이 살아난다.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승차감과 타협한 모습이다. 딱딱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도로의 굴곡을 차분히 거른다. 누군가는 다소 밋밋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오픈 에어링 시에는 오히려 이상적인 세팅이다.
운전 모드는 무려 7개나 된다. 구체적으로는 에코 프로(기본과 개별 설정)와 컴포트, 스포츠(기본과 스포츠 플러스, 개별 설정), 어댑티브 등이다. 에코에서는 짠돌이로 변신해 효율 높이기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냉난방 설정과 제한 속도, 탄력 주행 활성화를 통해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린다. 컴포트에서는 답답함이 줄어들고 스포츠로 돌리면 본성을 드러낸다. 절정은 스포츠 플러스다. 컴포트와 비교하면 700~1,000rpm 이상 엔진 회전수를 올리고 소리도 커진다. 어댑티브도 꽤 인상적인데 주행 상황을 분석해 알맞은 모드를 알아서 바꿔준다. 각 모드별 차이가 극명해 골라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레드존에 가까워질 때 카랑카랑한 엔진음도 매력적이지만 핵심은 배기음이다. 중저음의 바리톤 사운드로 퍽퍽하고 터지는데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 오리지널 M 카에서도 비슷한 음색은 찾아볼 수 없고 경박스럽게 팝콘 튀기는 소리로 시선을 자극하는 차들과는 급이 다르다. 묵직하면서도 울림 있는 사운드가 운전하는 내내 귓가를 때린다. 엔진음과 어우러지는 공명마저도 아름다운 연주곡으로 들릴 만큼 끝내준다.
코너에서는 경량 스포츠카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다. 1,459㎏의 극단적인 몸무게와 짧은 차체가 어우러진 결과인데 그만큼 운전에 집중이 필요하다. 스티어링 휠 반응과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나무랄 데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무게중심이다. 생각보다 높아서 안정감을 떨어트린다. 앞에 달린 커다란 엔진과 긴 보닛은 코너 진입 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대로 코너를 탈출할 때는 뒷바퀴에 모든 힘이 담겨있어 순식간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린다. 엔진이 가운데에 있는 포르쉐 박스터와 비교하면 정확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차의 특성을 잘 활용할 경우 재미와 스릴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지만 능숙하게 다루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해 보인다.
좋게 생각해보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많다는 뜻이다. 차와의 교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트랙션 컨트롤을 활성화하면 된다. 차체자세제어장치가 반쯤 꺼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제한된 주행 안정기능을 통한 최적의 트랙션을 확보하며 핸들링 간섭을 최소화한다. 차는 조금 더 날것의 형태로 바뀌고 운전자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강한 성능만 믿고 가속페달을 무작정 밟을 수 없다는 뜻이다. 조절 범위도 넓어지고 그만큼 차를 짜릿하고 즐겁게 다룰 수 있다. 스릴과 공포의 선도 적절히 넘나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해주는 요즘 차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M40i를 통해 스포츠카의 진짜 매력을 찾은 기분이다.
▲총평 BMW Z4 M40i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경량 스포츠카다. 세련된 디자인과 아낌없는 신기술 탑재가 첫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후 절정에 이룬 직렬 6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황홀한 배기음이 더해져 한층 매력을 키운다. 톱을 열고 바람과 햇살을 만끽하며 달릴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비슷한 체급과 성격을 가진 포르쉐 박스터 GTS와 비교하게 되지만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승자를 가리기는 힘들다.
다만 박스터가 교과서 공부에 충실한 우등생이라면 Z4는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깍쟁이 같다. 감성과 이성 사이를 줄타며 운전자의 흥분과 냉철한 판단을 저울질한다. 무엇보다도 출력과 토크가 높고 동일한 편의 및 안전 품목을 넣었을 때 Z4가 박스터보다 4,000만원 이상 저렴한 부분은 장점이다. BMW Z4 M40i의 등장으로 오랜만에 괜찮은 선택지가 추가됐고 소비자들의 행복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예정이다. 가격은 8,98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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