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G80이 입증한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가능성

입력 2020년04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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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ℓ 가솔린 기준, 최고 380마력, 최대 54.0㎏·m, 복합 효율 9.2㎞/ℓ

 제네시스가 G80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에 우리나라처럼 좋은 시장이 없다. 경쟁 차로 지목되는 벤츠 E클래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BMW 5시리즈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릴 만큼 고급 세단시장이 성숙했기 때문이다. 판매대수도 많지만 경쟁도 치열한 시장이어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G80이 E클래스와 5시리즈 소비층을 조금이라도 흡수할 수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물론 단순히 판매대수로 가늠하기엔 제네시스의 안방이라는 어드밴티지가 크다. 법인차로 G80을 타야 하는 고정 수요가 많아서다. 이를 제외하고 G80은 쟁쟁한 수입 고급 세단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타일
 고급차를 살 때 빠질 수 없는 고려 요소가 "하차감"이다. "승차감"에 반대되는 말로, 차에서 내릴 때 누릴 수 있는 감성을 의미한다. 승차감은 차 안에서 느끼는 감각이지만 하차감은 차 밖에서 느낀다. 직접적으로 자동차의 성능과는 관련이 없고 외관, 즉 브랜드에 의해 결정된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에서 내릴 때 누군가 부러운 눈길로 바라봐주는 우월감, 그 것이 바로 하차감이다. E클래스와 5시리즈에겐 벤츠와 BMW라는 브랜드가 후광과도 같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한 지난 2015년만 하더라도 하차감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현대자동차에서 이제 막 독립해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차명만 EQ900과 G80으로 변경한 때였다. 후광은 브랜드와 차명만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술력, 디자인, 감성품질 등이 아직 프리미엄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다.



 3세대 G80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아한 디자인이 뿜어내는 고풍스런 분위기, 주변을 압도하는 힘이 확실히 생겼다.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두 줄의 쿼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은 눈에 익으면서도 새롭다. GV80의 것과 거의 비슷한데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측면 라인은 쿠페처럼 앞부터 뒤까지 매끈하게 흐른다. 세단임에도 역동성을 강조한 실루엣이다. 뒷자리에 앉아도 크게 답답하지 않은 건 시트를 하향 조정해 헤드룸을 더 확보한 덕분이다. 후면 역시 두 줄의 램프가 정체성을 드러낸다. 수평적이면서도 낮게 깔려 안정적이다. 트렁크가 오목하게 파여 트렁크 리드가 마치 리어 스포일러처럼 보인다. 실제 이 디자인은 공기역학적으로도 도움을 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실내는 "여백의 미"라고 말하는 컨셉트가 딱 들어맞는다. 많이 비워냈다. 기능적인 면은 갖추면서도 눈에 보이는 걸 최소화했다. 통풍구 모양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G80은 대부분 숨겼다. 대시보드 아래 수평으로 얇게 펴 넣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물론 기능은 다 한다. 센터페시아도 크지 않고 송풍구 아래쪽으로 공조계와 열선, 통풍 등을 조절하는 터치 스크린과 버튼 몇 개가 있는 수준이다. 나머지 버튼은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담거나 스티어링 휠 버튼, 변속 다이얼 근처에 뒀다. 운전할 때는 앞유리창에 비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각종 정보를 담고 있어 시야가 방해받을 일이 없다.



 실내는 가죽, 알루미늄, 우드, 유리 등을 적용해 다양한 소재를 만지는 재미가 있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돼 있고 변속 다이얼은 유리, 시동 버튼은 우드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에도 앞좌석과 동일하게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듀얼 모니터를 장착했다. 좌우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건 살짝 아쉽다. 앞좌석엔 중앙 콘솔에 컵홀더 2개가 있고 도어트림에는 따로 놓을 곳이 없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성능
 G80의 동력계는 2.5ℓ 가솔린 터보와 3.5ℓ 가솔린 터보, 2.2ℓ 디젤이 있다. 시승차는 3.5ℓ 가솔린으로 최고 380마력, 최대 54.0㎏·m를 발휘하며 효율은 복합 기준 9.2㎞/ℓ다(2WD, 19인치 타이어 기준). 제원 상 수치만 보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배기량이 달라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 세단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엔진 힘은 원하는 대로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승차감이나 주행감각 등은 브랜드의 방향성이나 세팅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G80은 여타 독일 세단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쪽에 가깝다. NVH(소음진동)도 수준급이어서 쇼퍼드리븐으로 써도 충분하다. 초반 가속은 무난한 편인데 고속으로 가면서 충분한 힘을 내뿜는다. 차체 크기와 무게 때문인지 민첩하고 재빠르기보다는 편안하고 무게감 있는 주행성능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트가 몸을 감싸며 달릴 준비를 한다. 큰 변화는 없지만 혼자서 온전히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을 때 충분한 토크감과 가속감을 발휘한다. 차 한 대로 다양한 성향의 타깃층을 만족시키려 노력한 부분이 엿보인다. 

 자율주행은 이미 현대차그룹의 신차를 통해 선보였던 것들을 종합했다. 내비게이션 정보에 따라 제한속도에 맞춰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제어하고 차로 유지 및 차로 변경을 보조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장시간 주행보조 시스템을 적용하면 거의 운전에 신경쓸 일이 없다. 그러다보면 깜빡 졸음이 몰려올 수도 있는데 전방주시태만이나 졸음상태로 판단하면 주의를 환기하는 경고기술도 넣었다. 운전은 G80이 하더라도 졸음운전은 절대 불가라는 의미다.

 운전대를 놓고 있으면 중간중간 운전대를 다시 잡으라는 경고문구가 뜬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아래쪽에 손을 살짝 올려 놓고 있으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인식한다. 양손을 3시·9시 방향에 올리고 주행하는 게 정석이지만 장거리 정속주행에선 보다 편리하게 주행보조 시스템을 이용하라는 배려로 느껴진다.



 개입 강도는 꽤 높은 편이다. 각종 자율주행보조 시스템을 켜놓고 고속주행을 하면 차로를 유지하기 위해 꽤 깐깐하게 간섭한다. 그러다보니 고속주행에서는 오히려 차로 중앙을 유지하려는 힘이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각 주행상황에 맞춰 보조 시스템은 켜고 끄는 게 좋겠다.

 시내와 고속도로 주행, 스포츠 모드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한 결과 효율은 ℓ당 3.7㎞가 나왔다. 회사가 공인을 받은 복합효율 9.2㎞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평소 주행하는 것보다 가감속이 잦았고 효율은 신경쓰지 않고 달린 결과다.  
 
 이 밖에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주행중 전후방 카메라로 주행상황을 녹화하는 빌트인 캠, 좁은 공간에서 스마트 키로 전후진을 비롯해 직각주차, 평행주차 및 출차가 가능한 원격주차보조,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공기청정 시스템 등을 갖췄다.




 ▲총평
 G80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호평이 잇따른다. 디자인과 고급 세단에 걸맞은 편의품목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어쩌면 2세대 G80도 충분한 상품성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가치가 힘을 보탠다. 브랜드 평판은 제품 하나하나의 상품성과 소비자들의 평가가 축적되면서 완성된다. 지난해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G70이 올해초 JD파워 내구품질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반을 다졌고 여기에 GV80과 G80 등이 높은 완성도로 바통을 이어받아 가치를 공고히 한 결과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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