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고 차분한 주행 성능 인상적
-안전과 편의 품목 등 쓰임새 높은 변화 돋보여 가솔린 SUV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함께 저유가 지속 현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가솔린 터보 엔진은 정숙성을 바탕으로 충분한 성능도 발휘한다. 때문에 디젤 SUV가 주는 강점은 점점 옅어지고 완성차 회사들도 수요를 반영해 속속 가솔린 SUV를 선보이고 있다. 랜드로버도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달 9일 신형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가솔린 버전을 출시했다.
P250 SE라는 세부 트림명을 부여받은 이 차는 랜드로버가 독자 개발한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우수한 정숙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한국 땅을 밟은 부분변경 신형인 만큼 편의 및 안전 품목에서 높은 상품성을 갖췄다. 랜드로버식 가솔린 SUV는 어떤 느낌과 매력을 안겨다 줄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성능 화려한 웰컴 그래픽과 함께 차는 고요하게 기지개를 켰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어떠한 진동과 떨림도 경험할 수 없다. 전기차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플래그십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보닛 안에 들어있는 엔진은 랜드로버가 만든 4기통 2.0ℓ 인제니움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m를 발휘한다. 여기에 ZF사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7.6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25㎞다. 효율은 ℓ당 복합 8.2㎞를 실현했다.
토크를 제외하면 모든 숫자에서 디스커버리 스포츠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하다. 실제로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차이를 알 수 있다. 후련하게 속도 바늘을 꺾으면서 차는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나간다. 낮은 회전속도에서부터 꾸준한 힘으로 밀어붙인다. 바늘은 6,100rpm에 이르는 레드라인 끝까지 향하고 여유롭게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는다. 물론 가솔린 엔진 특성상 폭발적이지는 않다. 이로 인해 재가속이나 추월 가속 시 디젤보다 치고 나가는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일상 주행에서 속도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마저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여유롭고 넉넉하게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성능을 내는 과정이 매끄럽고 인상적이다.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질주하는 감각이 일품이다. 디스커버리보다는 마치 레인지로버 계열 차를 몰고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다. 엔진 스로틀에 빠르게 반응하고 부스트 압력을 즉각적으로 전달해 터보 지연 현상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비단결 같은 주행 감성과 조용한 실내 덕분에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더 빠른 자동차로 느껴진다. 탑승자는 메르디안 오디오를 통해 실내에 퍼지는 음악을 감상하며 편안한 여정을 즐기면 된다. 디젤에서는 알지 못했던 경험이며 차의 가치와 품격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9단 자동변속기는 똑똑해서 스티어링휠 뒤에 위치한 패들 시프트를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아주 강하게 차를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변속 패턴은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충격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단수를 오르내리는 독일차들과 성격을 명확히 나눈다. 반대로 스티어링 휠은 빛이 바랜다.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긴장감이 돈다. 속도에 맞춰 스티어링의 무게감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부족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민하고 가벼운 스티어링 반응 때문에 미세한 조향이 필요하다. 휠을 잡아 돌리면서 고갯길을 공략하는 적극적인 운전과는 거리가 멀다.
스톱앤고 기능이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하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첨단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앞차의 속도를 파악하며 교통 정체로 인해 주행이 멈출 경우 완전히 멈추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 주행 시 차선을 이탈하면 조향 간섭을 통해 차를 다시 안쪽으로 유지시키는 차선유지 어시스트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과정도 거칠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이 외에 사각지대 어시스트와 도로 굴곡을 거르면서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한 서스펜션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안정적인 주행에 힘을 보탰다.
▲스타일&상품성 겉모습은 먼저 선보인 디젤과 큰 차이가 없다. 날렵하게 깎은 헤드램프와 한층 굵어진 LED 주간주행등, 독특한 패턴의 그릴은 물론 범퍼 형상도 전부 동일하다. 심지어 밋밋한 휠 모양까지도 같다. 옆은 듬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7㎜ 길어지고, 11㎜ 넓어졌으며, 3㎜ 높아졌다. 뒤는 입체적인 테일 램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원형에서 테두리를 감싸는 형태로 제동등이 들어오고 방향지시등을 가운데에 길게 넣었다. 배기구를 안쪽으로 숨겨 한층 깔끔해진 범퍼도 특징이다. 트렁크 가운데 붙은 큼직한 디스커버리 알파벳은 차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왼쪽에 붙은 조그만 P250 SE 배지만이 가솔린 SUV임을 증명한다.
두툼한 문짝을 열고 들어선 실내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투톤 가죽을 넓은 면적에 바른 덕분이다. 센터페시아는 대부분의 버튼을 터치로 마련했다. 음량이나 공조장치 등 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물리 버튼을 사용한다. 특히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인 터레인 리스폰스 2를 비롯해 온도 조절 기능은 구현 과정이 세련돼 자꾸만 눌러보고 돌리게 된다. 변속레버 역시 로터리 방식에서 스틱 형태로 돌아와 반갑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터치 프로 2의 스크린은 10.25인치로 커지고 해상도와 터치 반응속도도 향상됐다. 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지원하며 티맵(T map) 내비게이션 등의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레인지로버와 동일하고 도어 안쪽 디자인은 물론 센터터널 주변도 전부 바뀌었다. 이 외에 동승석까지 3가지 타입으로 지원하는 메모리 시트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면적이 넓은 글라스 루프 등 편의 품목도 꼼꼼히 챙겼다.
공간 활용성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전체적인 수납 크기는 구형 대비 17% 커졌다. 센터 콘솔박스는 최대 9.9ℓ의 공간을 확보했고 탈착식 컵홀더를 적용해 더 넓게 쓸 수 있다. 속도가 빠른 USB 단자 2개와 마이크로 심 포트, 12볼트 소켓 등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알짜배기 기능이 담겨있다. 여기에 무선충전 패드도 기본이다. 2열 좌석은 리클라이너 기능 및 앞뒤로 160㎜ 슬라이딩된다. 트렁크 공간은 897ℓ로 커졌고 2열을 접으면 최대 1,794ℓ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4대2대4로 세분화한 분할 폴딩시트는 확장성을 키웠다.
▲총평 디스커버리 스포츠 가솔린은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면서 보다 폭넓은 능력을 갖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국차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꾸민 실내외를 비롯해 고급스러운 주행감각과 안락한 승차감이 기억에 남는다. 랜드로버의 특기인 험로 탈출 능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오프로드 실력도 빼놓지 않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고급 세단과 같은 감각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운동 잘하는 건강하고 매너있는 영국 신사를 만난 기분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가솔린인 P250 SE의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적용된 가격은 6,837만원이며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시승]티볼리 안에서 집안일을? 인포콘 다뤄보니▶ [시승]G80이 입증한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가능성▶ [시승]내 아이와 함께 타고 싶은, 기아차 4세대 쏘렌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