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마세라티 르반떼, V6와 V8 차이는?

입력 2020년04월15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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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0마력과 590마력, 큰 듯 작은 가치 차이

 최근 고성능차 브랜드의 성장세를 좌우하는 제품은 쿠페나 카브리올레가 아닌 "SUV"다. 대중 브랜드와는 다르게 고성능 스포츠카에 제한됐던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세라티 르반떼 역시 등장과 함께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마세라티 실적의 절반 가까이를 르반떼가 차지하고 있다.

 르반떼는 엔진에 따라 다섯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V6의 르반떼와 르반떼 S, 디젤, V8의 GTS, 그리고 트로페오다. 이 가운데 V6, V8의 정점에 있는 S와 트로페오를 비교해봤다.


 ▲스타일&상품성
 르반떼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면을 많이 나누지 않고 두드러진 장식 요소를 최소화해 수수한 분위기다. 한편으론 콰트로포르테를 부풀리고 압축한 이미지도 보인다. 전면부는 상어의 날카로운 얼굴을 연상케 하는 얇은 헤드램프와 두터운 그릴, 흡기구로 브랜드 정체성을 연출했다. 후륜구동 구조를 잘 드러내는 측면은 역동성과 우아함을 보여준다. 펜더에 위치한 3개의 구멍은 마세라티의 상징이다. 후면부는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을 둘러싼 붉은 테일램프가 마세라티임을 나타낸다. 날개형 스포일러, 4개의 배기구, 디퓨저 형태의 범퍼 커버는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르반떼의 디자인은 모든 트림이 거의 동일하다. S와 트로페오도 자세히 봐야만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면 범퍼 흡기구의 패턴이나 알로이 휠 정도다. 이밖에 트로페오는 곳곳에 카본 부품을 적용해 경량화했으며 삼지창 엠블럼에는 가로 줄 대신 트림명인 "트로페오(Trofeo)"를 넣어 차별화했다. 후드엔 엔진 열을 방출하는 큼지막한 구멍을 뚫었다. 운전석에서 보면 크고 강력한 차에 올랐다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실내는 두툼한 가죽과 원색으로 마감해 화려하다. 스티어링 휠과 함께 아낌없이 사용한 카본파이버 트림도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요즘과 다르게 디지털 계기판, 10인치 이상 대화면 모니터 같은 품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커넥티드 기술은 챙겼다. 트로페오는 피에노 피오레 가죽 등으로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탑승 공간은 차체에 비해 넓지 않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지녔지만 구동계 특성상 일정 부분을 엔진룸에 더 투자해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무난한 중형 SUV 수준이다. 적재공간은 580ℓ를 기본 제공한다. 스타일을 위해 해치 도어를 기울였지만 작지 않은 크기다. 뒷좌석을 접으면 1,625ℓ까지 넓힐 수 있다.






 ▲성능
 마세라티는 웅장한 엔진음과 거친 배기음의 조화가 주차장에 울려퍼지는 그 때부터 기대감을 선사한다. 두 트림 모두 페라리가 손 본 엔진을 탑재해 성능, 감성 면에서 어느 정도의 보증이 이뤄졌다.

 르반떼 S는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 430마력, 최대 59.1㎏·m를 발휘한다. 힘은 2.2t이 넘는 차체가 무색할 정도로 여유있다. 나긋하게 달리는데도 가속을 부추기는 무언가가 발끝에 힘을 실어준다.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엔진은 더 흥분한 채 계기판의 모든 바늘을 시원스럽게 돌린다. 고속주행안정성도 높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지상고를 낮추고 앞바퀴에 일부 구동력을 나누는 AWD 시스템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6.4㎞다.

 트로페오의 V8 3.8ℓ 트윈터보 엔진은 차체의 정체성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 최고 590마력, 최대 74.9㎏·m의 동력성능은 수치만으로도 놀랍지만 온몸이 쭈뼛할 정도의 가속력을 보인다. 회사가 밝힌 0→100㎞/h 시간은 3.9초지만 몸소 체험한 가속력은 최대토크가 바로 터져 나오는 전기차에 맞먹는 수준이다. 엔진 스트로크가 S보다 짧다는 점도 출력에 이점을 준다. 르반떼 S가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준다면 트로페오는 졸로키아 만큼 더 화끈하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5.7㎞로 사실상 슈퍼카다.


 두 차의 동력성능만큼이나 돋보인 건 핸들링이다. 분명 시트 포지션은 SUV인데 몸놀림은 스포츠 세단처럼 날래다. 폭스바겐그룹 내 여러 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보다도 인상적이다. 무게 중심은 아마 SUV 중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듯하다. 트로페오의 경우 22인치 전용 휠·타이어로 지면와의 소통을 더 단단히 한다. 트로페오만의 주행모드인 코르사(Corsa)를 선택하면 차체자세제어장치 마저 손을 놔버려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그럼에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자면 "괴물"이란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에 못지않게 제동력도 강하다. SUV 다운 면모보다는 스포츠세단에 가까운 답력을 보여주며 속도를 줄인다.

 배기음은 의외로 V6의 르반떼 S가 더 크고 거칠게 와닿는다. 그렇다고 비교적 작은(?) 엔진으로 무리해서 내지르는 느낌은 아니다. 반면 트로페오는 다기통 특유의 두터운 음색과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총평
 르반떼는 가슴으로 타는 "크로스오버카"다. 감각적인 자극으로 둘러쌓인 높은 차체는 SUV라 칭하기에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감성 차별화를 강조하는 마세라티임이 분명하다. 한편으론 같은 차체 다른 엔진이 보여준 차이는 단순히 성능의 높고 낮음과는 다른 차이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물론 가장 강력한 트로페오가 성능 면에서 월등한 부분이 있지만 S의 가치도 높게 와닿았다.



 가격(개별소비세 3.5% 인하 기준)은 르반떼 S 1억6,426만원, 르반떼 트로페오 2억1,373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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