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큰 차체에도 해치백 못지않은 운전 재미와 즐거움
SUV가 대세 세그먼트로 자리잡으면서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도심형에 최적화된 차부터 적재 공간을 강조하거나 험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SUV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고성능 SUV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 요구에 맞춰 강한 성능을 갖춘 SUV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미니도 흐름에 올라섰다. 더욱이 JCW라는 믿음직한 고성능 브랜드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컨트리맨을 바탕으로 SUV가 갖춰야 할 기본기와 미니만의 개성 한 스푼을 추가했다. 그렇게 탄생한 미니 JCW 컨트리맨은 펀 카를 지향하는 고성능 SUV의 표본이 되고 싶어 한다. 키를 건네받아 차를 마주했다.
▲디자인&스타일 컨트리맨은 길이 4,299㎜, 너비와 높이는 각 1,822㎜, 1,557㎜를 가진 다부진 체격의 SUV다. 수치만 놓고 보면 BMW X1보다 약간 작지만 미니 라인업 중에서는 큰 차에 속한다. 테두리를 감싼 동글동글한 디자인 요소가 많아 브랜드 정체성도 지켰다. 눈에 띌 정도로 큰 SUV는 아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타원형의 큼직한 헤드램프와 볼록하게 부풀린 범퍼가 대표적이다. 한껏 입 벌린 그릴과 바짝 치켜 올린 A필러도 마찬가지다.
옆은 안정적인 비율이 인상적이다. 반듯한 유리창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캐릭터라인, 크롬 손잡이와 적당한 크기의 휠하우스 몰딩까지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뒤는 앙증맞은 리어 와이퍼와 크렁크 중앙에 자리 잡은 컨트리맨 알파벳이 포인트다. 테일램프 속 구성은 원형이다. 부분변경 미니 제품에서 봤던 유니언 잭 모양이 아닌 점은 다소 아쉽다.
JCW만의 특징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닛과 측면에 두른 데칼을 비롯해 그릴과 팬더에는 고성능을 상징하는 빨간색 라인을 추가했다. 많은 양의 공기를 마실 수 있게 앞 범퍼 공기흡입구 크기도 키웠다. 휠은 19인치 JCW 서킷 스포크 투톤 경량 알로이 휠을 적용해 스포티함을 더했다. 뒤는 범퍼 아래쪽을 입체적으로 다듬고 대구경 배기파이프를 양쪽에 하나씩 달았다. 기존 컨트리맨과 비교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고성능 차라고 해서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튀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변화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알차게 바꿔 다듬은 모습이다.
실내는 정갈하다. 수평형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사각형 송풍구가 큰 역할을 했다. 원형 요소가 줄어드니 차분한 인상도 심어준다. 이 외에는 다른 미니와 맥을 같이한다. 와이드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공조장치 및 토글스위치, 자명종을 닮은 계기판도 전부 동일하다. 변속 레버가 전자식으로 바뀐 부분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컨트리맨 최상위 트림에 걸맞게 편의 품목은 아낌없이 탑재했다.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과 파노라마 선루프, 자동 2존 에어컨,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과 애플 카플레이도 유용하다. 다만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위치가 애매하다. SUV 특성상 시트를 높였을 경우 대시보드와 유리창, 보닛 라인 등이 겹쳐 시인성이 좋지 못하다.
소재를 보고 만져보면 미니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유광 블랙과 가죽을 아낌없이 둘렀고 원형을 감싸는 링과 버튼은 크롬 도금으로 마무리했다. 도어를 비롯해 시트는 알칸타라로 감쌌고 실밥이 굵은 레드 스티치로 멋을 더했다. 타공 스티어링 휠은 화룡점정이다. 디자인은 물론 손에 쥐는 맛도 좋아서 자꾸만 요리조리 방향을 틀게 된다.
머리 위와 무릎 공간은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시트는 슬라이드 기능을 갖춰 앞뒤 위치를 130㎜까지 밀고 당길 수 있다. 여기에 등받이 각도도 조절 가능해 3명이 온전히 탈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깊고 넓은 도어 수납을 비롯해 콘솔박스 밑과 글러브 박스 공간도 알차다. 적재공간은 450ℓ가 기본이다. 4:2:4 비율의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390ℓ까지 넓힐 수 있다. 트렁크 아래에는 여분의 깊은 공간이 있어서 잔 짐을 수납하기에 편리하다. 트렁크 도어는 버튼을 눌러 전동식으로 닫을 수 있으며, 발동작으로 열 수 있는 "이지 오프너"를 지원한다.
▲성능 동력계는 트윈파워 터보 기술을 활용한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최고 306마력과 최대 45.9㎏·m를 낸다. 기존 JCW 컨트리맨보다 75마력 높아진 수치다. 여기에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5.1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50㎞다. 효율은 ℓ당 복합 9.6㎞를 실현했다.
시동을 걸면 여느 JCW와 마찬가지로 우렁찬 소리를 토해낸다. 하지만 강한 사운드도 잠시뿐이며 다시 조용히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효율을 중요시하는 그린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 반응이 부드럽고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부러 출력을 낮춰 답답하거나 뒤에서 잡아 끄는 반응은 아니다. 일반 컨트리맨의 노멀모드와 같은 감각이 전해진다. 운전 모드를 한 단계 올리면 차는 경쾌한 반응으로 성격을 고친다. rpm을 적극 활용하고 변속 반응도 몰라보게 빨라졌다. 일상 주행에서는 노멀 모드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스트레스 없는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단계 더 올려 스포츠에 놓으면 차는 180도 다른 차로 변신한다. JCW 컨트리맨은 언제든지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 모습으로 예민한 성격을 드러낸다. 운전자가 가장 먼저 느끼는 부분은 스로틀 반응이다. 조금만 열어도 차는 빠르게 튀어나간다. 1,750rpm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펀치력도 상당하다. 작은 속도계 바늘은 마음을 다잡고 높은 숫자를 향해 후련하게 꺾는다. 그리고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보다 훨씬 높은 숫자를 가리킨다. SUV에서 이런 가속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다.
굽이치는 산길에서는 컨트리맨의 숨은 진가가 드러난다. 강한 성능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핸들링 실력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스티어링 휠 세팅은 정교하다 못해 완벽에 가깝다. 운전자가 의도하는 각도에 맞춰서 칼같이 방향을 틀고 차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코너를 통과한다. 손맛이 훌륭해 자꾸만 코너에서 욕심을 부리게 된다. 덩치 큰 SUV라는 사실은 이미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여느 미니와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와인딩 로드를 즐길 뿐이다.
정밀한 핸들링과 함께 JCW 전용 고성능 브레이크는 운전하는 내내 만족을 안겨줬다. 우선 기본적인 크기가 상당해 어떤 조건에서든지 차를 강하게 잡아 세운다. 멀리 펼쳐지던 거리의 풍경이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꾸준한 답력을 바탕으로 고속에서는 안정성이 높아졌고 반대로 코너에서는 짜릿한 주행에 힘을 보탠다. 차선을 따라 일정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코너 끝에서 강하게 차에 제동을 걸면 앞쪽 접지력도 적극 쓸 수 있다.
승차감은 미니 특유의 감성 그대로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인 세팅 자체가 딱딱하다. 방지턱 및 맨홀과 같은 불규칙한 도로에서 충격은 더 심하다. 알칸타라로 마감한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 역시 JCW답다. 다만 패밀리 SUV 성격이 강한 컨트리맨인 만큼 운전모드에 따라서 성격을 구분했으면 어떨까 싶다. 도심이나 단거리 스프린터 성격을 넘어 장거리 크루징에도 만족스러운 차가 될 수 있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총평 미니 JCW 컨트리맨은 고성능 SUV가 보여줘야 할 가치를 아낌없이 담은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차다. 남부럽지 않은 역동적인 성능과 예리한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고 정밀한 핸들링을 비롯해 각 부품들의 합도 잘 어울린다. 컨트리맨이 갖고 있던 공간 활용성을 바탕으로 풍부한 편의 품목 역시 사용하는 내내 마음에 들었다.
결정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마땅히 경쟁할만한 차가 없다는 점은 컨트리맨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SUV가 주는 특징과 혜택을 온전히 누리면서 운전의 즐거움까지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알맞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미니 JCW 컨트리맨의 가격은 6,0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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