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품격 있게 달리는 캐딜락 XT5

입력 2020년05월12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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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부분만 알차게 바꾼 부분변경 신형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감, 승차감 인상적


 미국차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무지막지하게 큰 사이즈와 거침없이 내달리는 대배기량 엔진,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마초적인 이미지도 풍긴다. 반면 미국산 "럭셔리"는 잘 떠오르는 바가 없다. 길쭉한 차체와 푹신한 소파가 있을 것 같은 올드한 실내 정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 캐딜락은 꾸준히 노력했다. 에스칼라 컨셉트를 바탕으로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양산차에 그려 넣었고 실내는 고급 소재와 섬세한 마감 기술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을 대세 세그먼트로 자리 잡은 SUV에 대거 탑재했다.

 출발점은 단연 XT5다. 지난 2016년에 첫 출시한 XT5는 젊은 캐딜락이라는 변화에 맞춰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심어줬다. 이후 대형 SUV XT6와 입문형 제품인 XT4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그 사이 캐딜락 변신 선봉장에 섰던 XT5는 탄탄한 상품성을 갖추고 부분변경으로 돌아왔다. 캐딜락이 말하는 아메리칸 럭셔리와 함께 어디가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스타일
 부분변경이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범퍼를 늘리거나 헤드램프 디자인을 바꾸지도 않았다. 다만 세심한 터치를 통해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가로 줄무늬 대신 블랙 매시 타입으로 마감한 그릴이 대표적이다. 위에는 굵은 크롬도금을 넣어 고급차 이미지를 강조했다. 보닛에서 시작해 범퍼까지 길게 이어지는 LED 주간주행등은 존재감을 높인다. 

 공기흡입구를 감싸는 부분은 온통 유광 블랙으로 처리했고 플라스틱 몰딩을 최소화해 험로주행 성격과는 거리를 뒀다. 옆은 지상고를 비롯해 전체적인 차고가 높아 듬직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 결과 커다란 20인치 휠도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캐딜락은 곡선보다는 반듯한 직선을 디자인에 잘 녹여내는 회사다. 커다란 유리창과 각진 C필러, 사이드미러 형태만 봐도 알 수 있다. 

 각을 살린 디자인은 뒤태에서 방점을 찍는다. 한껏 부풀리거나 유연한 선의 흐름은 찾아볼 수 없다. 조각낸 리어램프는 클리어 타입으로 바뀌었고 아래쪽에 살짝 철판을 접은 트렁크 모양과 배기구도 전부 각이 돋보인다. 한쪽에는 "400"이라는 낯선 숫자가 붙어 있다. 캐딜락의 새로운 제품분류법으로, 토크(400Nm)를 뜻하는데 일반인이 단번에 알기는 쉽지 않다. 전체적인 XT5의 외관은 캐딜락만의 특징을 표현하면서 모던한 도심형 SUV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에 손색없는 모습이다.

 실내는 기존과 동일하다. 수평형 센터페시아 형상부터 스티어링 휠 모양, 각종 버튼류도 마찬가지다. 변속레버 밑에 위치한 조그셔틀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새로운 조그 기능의 로터리 컨트롤러는 버튼식과 터치스크린의 불필요한 중복을 보완했다. 이와 함께 기기 조작에 익숙한 젊은 층을 위해 향상된 커넥티비티와 최적화된 캐딜락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또 모바일 기기 연동 시 원터치로 연결할 수 있도록 새로운 NFC 페어링 기술을 적용했다.

 캐딜락은 부분변경 XT5를 공개하면서 기능성과 직관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기술을 대거 탑재했다고 말했다. 먼저 실내에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모두 HD 급으로 높였다. 직관성을 키우고 난반사 시에도 선명한 그래픽을 제공한다. 후방 시야를 300% 이상 높여주는 HD 리어 카메라 미러는 확대 및 축소가 가능하며 각도와 밝기 조절 기능을 추가했다.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 주행은 물론 골목길에서도 제법 유용하다. 

 이 외에도 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차의 360도 모든 곳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HD 서라운드 비전이 들어갔다. 계기판 화면 맨 끝에는 나이트 비전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열화상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을 보여주며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도 미리 식별할 수 있다. 야간 주행은 물론 전방 시야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위험을 줄여준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전 트림 기본이며 1열 통풍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을 전부 편의성을 높였다.

 소재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컷 앤 소운 공법을 통해 정교한 실내를 완성했다. 시트는 최고급 소재 중 하나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했고 팔걸이와 대시보드 및 도어 패널 등 손이 닿는 곳에는 전부 스티치 마감 처리를 했다. 또 V자형 센터페시아는 가죽과 고급 원목, 알루미늄, 스웨이드를 적절히 조화를 이뤄 가로로 길게 뻗어나간다. 여러 소재를 겹쳐 넣었지만 조잡하거나 지저분하지 않다. 오히려 단정한 느낌과 시각적 공간감을 극대화했고 고급스러운 감각은 절정을 향한다.

 XT5의 휠베이스는 2,857㎜다.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길이로 2열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여기에 시트를 앞뒤로 옮길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돼 활용 범위가 넓다. 2열에는 2개의 전용 USB포트와 공조장치 버튼을 마련했다. 컵홀더와 팔걸이, 도어 안쪽에 깊은 수납공간은 덤이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850ℓ이며 2열을 모두 접으면 1,784ℓ까지 늘어난다. 옆으로 튀어나온 불필요한 공간이 없고 평평하게 접히는 풀-플랫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박도 문제없다.

 ▲성능
 보닛 안에는 6기통 3.6ℓ 자연흡기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m를 발휘한다. 기존과 비교해 소폭 올랐지만 운전자가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자연흡기 엔진만의 부드러운 감각이 일품이다. 시동을 켜고 원하는 속도까지 올리는 과정도 한없이 차분하다. 느리거나 답답하다는 뜻은 아니다. 고급 세단을 모는 것처럼 미끄러지듯이 질주할 뿐이다. 

 욕심을 부려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차는 풍부한 배기량을 바탕으로 빠르고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에서 느꼈던 방정맞고 요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돼 실내는 더욱 고요하다. 오직 14개의 보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만 들릴 뿐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여유롭게 고속 주행을 이어나가면 피로감은 저절로 줄어든다.

 9단 자동변속기는 정확한 단수에 맞물려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박진감 넘치거나 재빠른 감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듀얼클러치의 날카로운 반응과는 거리가 멀고 수동 모드에서도 특별한 감흥이 없다. 두툼하고 반짝 빛나는 패들시프트에 얹은 손이 살짝 민망할 정도다. 시승차인 스포트 트림에는 차의 기울기를 즉각적으로 잡아주는 액티브 요 컨트롤이 탑재돼 있다. 코너에서 민첩한 차의 움직임을 기대했지만 생각만큼은 아니다. 여전히 물렁하고 빠른 속도로 코너를 통과할 때는 휘청거리며 불안한 자세를 연출한다. 달리는 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브레이크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답력이 일정치 않고 초반 응답성이 예민한 편이어서 꿀렁거림이 심하다. 즉각적인 대처에 한계가 보인다. 도심 속 정체구간을 비롯해 급히 제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반면 노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상황에 맞는 댐핑력을 스스로 조절하는 연속적 댐핑 컨트롤은 만족스럽다. 잔진동은 물론 과속방지턱이나 홈이 깊은 도로를 지나갈 때도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흔들림을 줄여준다. 서스펜션 세팅도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운 쪽에 초점을 뒀다. 전체적인 합이 뛰어나 안락한 승차감을 연출하고 고급스러운 주행 감성을 제공한다. 그만큼 XT5는 스포츠 모드보다 기본형인 투어 모드에서 빛을 발휘하는 차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운전 모드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다. 각 바퀴에 힘을 분배하고 접지력을 끌어올린 오프로드 모드도 마련했다. 바위를 타고 웅덩이를 통과하는 등 적극적인 험로 주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안정성 면에서도 앞바퀴만 굴리는 것보다 훨씬 믿음직스럽다. 


 ▲총평
 캐딜락 XT5는 여유로운 가속성능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SUV다. 다재다능한 성격보다는 평소 자신 있는 분야만 집중 있게 파고든 결과다. 운전 재미나 역동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차가 가진 컨셉트를 생각하면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캐딜락이 보여줄 수 있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소화하기에는 지금과 같은 세팅이 더 만족스럽다. 

 유럽차를 어설프게 따라하지 않고 XT5만의 색깔을 명확히 나타낸 점도 마음에 든다. 여기에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 섬세한 마감 및 첨단 기술이 어우러져 미국차의 편견도 과감히 지웠다. 그만큼 XT5는 타깃층이 명확하다. 도심이나 장거리 주행에서 편안한 운전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여기에 디젤과 오프로드 특성이 굳이 필요치 않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지다. XT5의 가격은 프리미엄 럭셔리 6,717만원, 스포츠 7,51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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