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이 가격에 이런 상품성이? 링컨 에비에이터

입력 2020년05월1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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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합리적인 가격
 -강한 성능 대비 부족한 주행 완성도


 국내에서 대형 SUV는 어느 차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과 함께 주말마다 교외로 나가는 레저활동 인구가 늘어난 결과다. 자동차 회사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3열 대형 SUV를 속속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넓어진 선택지만큼 소비자가 차를 고르는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단순히 크기만 키우거나 상향 평준화된 편의 및 안전품목만으로는 지갑을 열기 힘들다는 뜻이다. 

 링컨은 탑승자 모두가 여유롭게 이동해야 하는 대형 SUV의 본질을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고급스러운 실내와 안락한 승차감에 초점을 뒀다. 오랜 시간 이어진 헤리티지와 미국식 럭셔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에비에이터는 치열한 국내 대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링컨의 자신감을 확인하기 위해 거대한 흰색 에비에이터를 마주했다. 

 ▲디자인&스타일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5m를 넘긴 길이와 2m가 넘는 너비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겉을 꾸미는 각 요소들이 큼직해 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대표적인 부분은 그릴이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시그니처 그릴은 크기가 상당하다. 가운데에는 광이 나는 크롬 소재를 사용했고 링컨 스타 엠블럼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다. 시동을 켜면 주변으로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서 등장을 알린다. 

 빛을 내는 부분은 모두 LED다.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은 단정하게 디자인했고 앞 범퍼는 역동성을 나타내는 거대한 공기흡입구 같은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닛에는 굵은 선을 그려 볼륨감을 키웠다. 옆은 D필러까지 이어진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크기를 부각시키면서 깔끔하고 시원스러운 인상을 심어준다.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라인도 마음에 든다. 

 도어 손잡이는 안쪽에 버튼식으로 마련돼 있고 B필러에 위치한 시크릿 키패드를 통해 열고 닫을 수 있다. 스마트키를 차에 남긴 채 운전자가 설정한 5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차 문을 잠금 또는 해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키를 소지하지 않은 가족도 필요할 때 차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차명은 트렁크가 아닌 앞바퀴 뒤 팬더에 붙여있고 비행기 날개를 연상시키는 22인치 휠도 포인트다. 

 뒤는 굵직한 테일램프가 가로로 길게 배치돼 있다. 나머지 램프는 전부 클리어 타입으로 마무리했다. 커다란 뒤 유리창 밑에는 링컨 알파벳을 줄 세워 붙였다. 요즘 차들이 많이 사용하는 아이템이지만 굵기가 얇아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범퍼 아래쪽으로 시선이 쏠린다. 크롬도금과 네 개의 원형 배기구 때문인데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뒤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실내는 광활하고 화려하다. 수평과 수직을 적절히 섞은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이를 꾸미는 가죽의 조화가 사치스럽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플로팅 타입으로 반듯하게 서 있다. 와이드 형태의 요즘 차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밑에는 전자식 버튼 변속기가 큼직하게 나있고 인포테인먼트 및 공조장치 버튼이 정리돼 있다. 물리 버튼이 다소 많지만 복잡하거나 조잡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센터 터널이 살짝 떠 있어 실내 디자인 감각을 높여준다. 

 변속레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큼직한 컵홀더와 수납함을 마련했다. 덮개까지 마련돼 잘 짜 맞춘 가구를 보는 듯하다. 뒤로는 공책만한 크기의 넓은 콘솔 박스가 있다. 안에는 휴대폰 무선충전 장치도 마련했지만 깊이가 깊지 않아서 활용도는 떨어진다. 전자식 계기판은 다소 아쉽다. 우선 넓은 실내에 비해 크기가 작다. 또 속도 및 엔진회전수, 각종 정보를 나타내는 글자 및 숫자 간격이 좁아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표현 범위가 넓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위안을 삼는다. 

 감성 품질은 에비에이터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부분은 진짜 가죽과 나무로 가득하다. 여기에 유광 블랙과 알루미늄 소재를 적절히 섞어 세련미를 높였다. 특히, 송풍구 주변과 조그셔틀 부분에 감싼 반짝이는 크롬 소재는 화려해 눈이 부실 정도다. 이 외에도 에비에이터에 들어간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은 28개 스피커를 통해 실내를 콘서트홀로 만들어 준다. 스테레오, 청중, 무대의 세 가지 모드를 제공하며 청취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가죽 시트는 조절 방향만 무려 30가지다. 또 액티브 모션 마사지 기능을 넣어 주행 중 피로도를 줄였다. 어지간한 플래그십 세단도 울고 갈 호화로운 구성이다.

 2열은 무릎 공간이 돋보인다. 3,025㎜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도 넓은 수치로 다리를 꼬고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시트는 개별 이동 및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기본형인 리저브 트림은 7인승 벤치 시트가 적용되고 고급형인 블랙레이블은 캡틴 시트와 풀 센터 콘솔의 6인승으로 구성했다. 시트와 온도 등 각종 설정이 가능한 2열 전용 터치 화면도 특징이다.

 3열은 형식적인 의미가 크다. 공간이 작고 앉는 자세가 불편해 장거리 이동에는 한계를 보인다. 평소에는 접어두고 트렁크로 사용하면서 급하게 필요할 때만 펼쳐 쓰는 걸 추천한다. 다행히 3열은 버튼으로 한 번에 접었다 펼 수 있다. 참고로 트렁크는 기본 520ℓ이며 3열을 접으면 1,183ℓ, 2열까지 전부 폴딩하면 2,200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커다란 보닛 안에는 V6 3.0ℓ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대부분 이 급의 차는 주행 감각을 고려해 자연흡기를 선호하지만 에비에이터는 성능에 초점을 두고 트윈터보를 붙였다. 그 결과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7.7㎏·m를 뿜어낸다. 높은 숫자는 가속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2,400㎏에 육박하는 거구가 순식간에 달려나가는 비현실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마치 V8 자연흡기 엔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실력이다. 

 스포츠 모드(에비에이터에는 "떨림"이라고 표시된다)에서는 엔진회전수가 살짝 올라가며 한 층 커진 소리로 흥분을 부추긴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앞머리를 들어 올리고 앞으로 질주하는데 머슬카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연출된다. 넘치는 힘으로 속도를 올리는 과정 역시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고성능 스포츠카나 핫해치와는 다른 즐거움이다. 에비에이터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를 손쉽게 구현하고 거대한 차를 이끌기에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준다.

 반면 10단 자동변속기는 생각보다 무난하다. 특히 7단부터 항속기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다할 특징이 떨어진다. 변속 과정도 듀얼클러치와는 정반대 성격으로 여유롭고 차분하게 반응한다. 물론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구성이다. 그럼에도 400마력이 넘는 엔진 세팅을 고려하면 변속 시점을 조금 더 촘촘히 당겨줬어도 좋을 듯하다. 스티어링 휠 반응도 한계가 명확하다. 차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강력한 엔진 성능만 믿고 대책 없이 질주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신중하고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그만큼 에비에이터는 컴포트나 에코 모드에서의 주행 만족이 높다. 중심에는 에어서스펜션이 있다. 로드 프리뷰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전방 도로를 미리 감지하고 서스펜션 조절을 통해 최적의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주행 모드에 따라 차고를 조정해 최적의 안정감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딥 컨디션 모드로 설정하면 눈이나 진흙이 많은 곳에서 차고가 높아진다. 반대로 빠른 속도에서는 주행과 효율을 위해 차고가 낮아진다.
 

 전체적으로 차는 탄탄한 주행 완성도보다는 안락함 승차감에 몸을 맡기고 여유로운 주행을 이어나갈 때 장점이 돋보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유지 시스템, 충돌 회피 조향 보조, 후방 제동 보조 기능도 장거리 크루징에 도움을 준다. 또 자동 긴급 제동이 포함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어라운드 뷰, 반경이 짧은 스티어링 휠 등은 큰 차를 운전할 때의 부담감을 크게 줄여준다. 

 효율은 복합 기준 에비에이터는 ℓ당 8.1㎞를 달릴 수 있다. 도심은 7.0㎞/ℓ이며 고속도로는 10.0㎞/ℓ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절반의 비율로 달렸을 때 평균 효율은 7.0~8.0㎞/ℓ를 보여줬다. 강한 성능을 경험하고 싶어서 조금만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기름 바늘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들어 있다. 대배기량 엔진에 터보를 붙이고 커다란 차를 이끌려면 효율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연료통이 81ℓ나 되기 때문에 주유소를 자주 들리지 않아도 된다.

 ▲총평
 에비에이터는 대형 SUV가 보여줘야 할 기본기를 잘 지키면서도 링컨만의 브랜드 특징을 살린 차다. 큼직한 크기를 바탕으로 미국식 럭셔리를 구현한 고급스러운 실내, 과할 정도로 가득 들어찬 각종 편의 및 안전품목은 기능을 우선시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을 저격한다. 여기에 400마력이 넘는 강한 성능도 매력적이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가격으로 잊혀진다. 8,0000만원 초반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구매 의욕이 배로 뛴다. 그만큼 가성비를 앞세워 대형 SUV 시장에 불을 지필 차종으로 충분하다.

 국내 선보인 에비에이터는 리저브와 블랙레이블 등 두 가지 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가격은 각 8,320만원, 9,320만원이다. 시승차는 리저브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인 그랜드 투어링은 연내 출시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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