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높아진 정숙성
-세련된 디자인 대비 부족한 구성은 아쉬워 르노 캡처는 국내 시장에 처음 소개하는 차는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1세대 르노 캡처를 QM3란 이름으로 판매한 바 있다. 당시 소비자 반응은 엄청났다. 쉐보레 트랙스가 소형 SUV시장을 개척했다면 QM3는 볼륨을 키웠다. 유럽산 수입 SUV라는 기대감과 함께 높은 디젤 효율이 한 몫했다. 소형 SUV시장은 더욱 치열해졌다. 경쟁차가 배 이상 늘었고, 그 사이 디젤차에 대한 인식은 많이 나빠졌다.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하이브리드키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효율을 챙긴 선택지도 늘어났다.
르노삼성은 한 발 물러서기보다는 재도전을 택했다. 2세대 완전변경 캡처를 출시하며 소형 SUV시장 확대를 노리는 것. 세련된 디자인과 수입차라는 장점을 살려 남들과 다른 소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같은 체급의 XM3와 판매간섭을 피해야 하고 이전과 달라진 상황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캡처가 QM3의 옛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지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디자인 캡처는 길이 4,230㎜, 너비와 높이는 각 1,800㎜와 1,580㎜인 소형 SUV다. XM3보다는 살짝 작지만 구형과 비교하면 105㎜ 길고 20㎜ 넓다. 겉모양은 신선하다. 지금까지 봐왔던 르노삼성의 지루한 느낌과는 결이 다르다. 그릴 가운데 위치한 엠블럼의 역할이 크다. 르노삼성은 스페인에서 생산해 수입한 르노 브랜드를 그대로 팔기로 했다. 클리오에 이어 르노 브랜드의 "로장주" 엠블럼을 달고 국내에 출시하는 두 번째 승용 제품이다.
엠블럼이 주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여기에 주위를 감싼 유광 블랙 그릴과 헤드 램프 끝까지 길게 이어진 크롬 도금이 화려함을 더한다. 헤드 램프는 XM3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다. 풀 LED 타입이며 주간주행등 형태는 다른 르노 제품들과 패밀리룩을 맞췄다. 속 구성을 섬세하게 다듬어 고급스러운 게 특징이다.
범퍼 양쪽 공기흡입구는 뚫려 있어 에어로 다이내믹을 실현했다. 아래쪽에는 은색 장식을 덧대 도심형 SUV 이미지를 강조했다. 옆은 투톤 보디컬러 조합이다. 검정 지붕색은 A필러를 넘어 아웃사이드 미러까지 동일하게 적용했다. 여기에 펜더 장식까지 색을 맞춰 조화롭다. 굵직한 캐릭터라인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볼록하고 매끈한 철판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햇빛에 반사돼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휠은 디젤 엔진의 경우 17인치 크기가 들어가는데 디자인이 평범하고 차체 크기에 비해 다소 작은 감이 있다. 가솔린 엔진처럼 살이 얇은 18인치를 달면 어땠을까 싶다. 뒤는 "ㄷ"자 형태의 테일 램프를 적용해 1세대 캡처와 차별화했다. 트렁크 가운데에는 커다란 엠블럼과 함께 캡처 레터링이 있다. 범퍼 형상은 무난하다. 양쪽 크롬 포인트가 XM3와 비슷하지만 마니아가 아니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번호판 위치가 내려갔고 배기구는 돌출형으로 한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실내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형태가 XM3와 비슷하다. 필요한 기능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지만 구성이 아쉽다. 우선 7인치 터치스크린 화면이다. 9.3인치 세로형 모니터는 선택품목이다. 풀 디지털 계기판도 지원하지 않아 보는 맛이 떨어진다. 엔진에 따라 변속레버에도 차이가 있다. 가솔린은 전자식 변속기 "e-시프터"를 적용, 아래쪽에 별도의 여유공간을 확보한 반면 디젤은 평범한 기계식 변속기다. 구조 상 추가 공간이 없고 디자인 완성도도 떨어진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무난하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윈도(전좌석), 오토홀드, 넉넉한 USB 포트와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도 마음에 든다. 응급상황 시 곧바로 콜센터로 연결하는 SOS 버튼도 마련했다. 구형에서 단점으로 꼽혔던 컵홀더는 크고 깊어졌다. 여기에 미닫이 방식의 글로브박스는 제법 크다. 열리는 각도도 넓어 곽티슈나 DSLR 카메라 등 부피가 큰 물건을 넣을 수 있다.
2열은 무릎 공간과 머리 위 공간 모두 무난하다. 시트는 앞뒤로 160㎜를 조절할 수 있다. 가운데 팔걸이나 컵홀더는 없는 대신 2열 전용 송풍구와 충전소켓 등은 마련했다. 트렁크는 기본 536ℓ로, 구형과 비교해 81ℓ 넓다. 트렁크 바닥에 여분의 수납함을 마련해 불필요한 짐을 넣을 수 있다. 또 10ℓ 용량의 서랍식 글로브박스와 슬라이딩 센터 암레스트 등 총 27ℓ의 실내 수납공간을 갖췄다.
▲성능 새 차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디젤로 나뉜다.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가솔린 엔진 TCe 260은 4기통 1.3ℓ 배기량에 터보차저를 적용해 최고 152마력, 최대 26.0㎏·m를 낸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3.5㎞(17인치 타이어 기준)다. 다젤 엔진인 1.5ℓ dCi는 최고 116마력, 최대 26.5㎏·m를 발휘하며 효율은 복합 17.7㎞/ℓ다.
시승차는 디젤이다. 시동을 걸자 우렁찬 소리를 내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금세 숨을 죽인다. 일정 속도를 달릴 때면 가솔린차와의 차이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하다. 재가속이나 추월가속 시에도 거친 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차체 곳곳에 가득 두른 흡차음재의 효과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디젤차 특유의 떨림과 진동도 개선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디젤차를 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질주한다.
매끄러운 감각에 매료돼 자연스럽게 가속 페달에 힘을 주게 된다. 엔진회전수는 알맞게 올라가고 흐름에 맞춰 차는 경쾌하게 내달린다. 116마력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부족함 없이 원하는 속도로 스트레스없는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운전모드는 크게 3가지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에코"와 역동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운전자 취향에 따라 개별 세팅이 가능한 "마이센스" 등이다. 가장 인상적인 모드는 단연 스포츠다. 변속시점이 앞으로 당겨지고 엔진회전수 바늘은 껑충 올라간다. 디젤 토크를 바탕으로 시원스러운 가속감을 제공하고 순간 펀치력도 매력적이다. 배기량과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만족스럽다. 물론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거나 서스펜션이 딱딱해지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유럽차 특유의 스티어링 휠 반응도 인상적이다.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정직하게 차체를 튼다.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급히 조작을 이어나가도 이질감이 적어 장거리 운전 시 피로도가 줄어든다. 서스펜션은 숨은 보물이다. 앞 스트럿, 뒤 토션빔 구성이지만 웬만한 멀티링크보다 나은 승차감을 발휘한다. 뒤가 튀거나 고속에서의 불안정한 자세도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파워트레인 및 굴림방식의 라이벌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실력이다.
안전품목으로는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차간거리 및 차선이탈경보 시스템, 차선이탈방지보조, 사각지대경보 시스템 등을 갖췄다. 실시간으로 차 상태를 확인하고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믿음은 더 커진다. 오토매틱 하이빔 기능도 있어 야간주행 시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던 이 차의 성격은 1세대 캡처와 다르지 않다. 그 만큼 효율은 자랑거리 중 하나다. 90% 이상 국도 및 시내 주행을 반복했음에도 트립컴퓨터 상 효율은 21.0㎞/ℓ다. 거칠게 주행을 이어나가도 브랜드가 밝힌 복합 효율 17.7㎞/ℓ 아래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장거리는 물론 차를 유지하면서 드는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듯하다.
▲총평 르노 캡처는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돌아왔다. 세련된 외관은 시선을 끌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알찬 편의품목은 상품성을 높였다. 소형 SUV의 단점을 지우기 위해 곳곳에 마련한 수납 및 공간활용성도 인상적이다. 가솔린 트림 대비 디젤의 다소 아쉬운 구성은 주행감각으로 잊혀진다. 합이 좋고 디젤차의 소음과 진동은 말끔히 잡았다. 핸들링과 서스펜션 반응, 제동력 등 동력계와 조화를 이루는 각 부품들의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한 마디로 어느 하나 모자란 부분없이 전체적인 균형이 뛰어나다. 수입차라는 정체성과 뛰어난 효율은 덤이다. 캡처는 특별한 소형 SUV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한 새 차의 판매가격은 1.5ℓ dCi 디젤 젠 2,413만 원, 인텐스 2,662만 원이다. TCe 260 가솔린 인텐스 2,465만 원, 에디션 파리 2,748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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