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브리티시 스포츠 세단, 재규어 XF

입력 2020년05월24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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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무게중심 갖춘 스포츠 세단
 -무난한 실내, 다소 부족한 출력은 아쉬워


 국내 수입 중형 세단 시장은 독일차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 압도적인 판매와 폭넓은 세부 트림을 공격적으로 구성한 결과다. 반면 다른 브랜드의 중형 세단은 좀처럼 경쟁 구도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구매 고려 대상에서도 넣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히 독일차와 다른 특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다. 틈새 시장을 뚫을 만한 경쟁 요인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재규어 XF도 마찬가지다. 영국 브랜드 특유의 유려한 디자인과 세련된 감성을 적절히 버무려 라이벌과 차별화했다. 2020년형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강화하고 탑승자 편의에 초점을 맞춰 개선을 이뤄냈다. 올 블랙으로 꾸민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을 선보여 젊은 중형 세단 이미지를 부각하고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 취향을 겨냥했다. 신형 XF의 야심찬 도전 가능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키를 건네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2020년형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는 힘들다. 얇은 LED 헤드램프와 깊은 주름을 넣은 보닛, 커다란 블랙 그릴도 그대로다. 오히려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만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먼저 스포츠 바디 킷을 둘러 역동적인 모습을 구현했다. 한층 커진 공기흡입구와 늘씬한 사이드 스커트, 얇은 일체형 스포일러가 대표적이다. 

 외관은 온통 블랙으로 통일했다. 트렁크 가운데를 흐르는 장식을 비롯해 크롬 재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에디션 전용 18인치 휠과 펜더에 붙은 장식도 전부 블랙으로 칠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올 블랙 감각 덕분에 램프 불빛과 새빨간 재규어 로고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참고로 가운데 붙은 재규어 로고는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센서와 통합했다.

 실내는 무난하다. 파격적인 구성은 보이지 않는다. 수평형 센터페시아 구조를 바탕으로 와이드 모니터와 단조로운 버튼, 조그 타입 변속기도 여전하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감각이 묻어있다. 화려하게 치장한 라이벌과 비교하면 장점이자 단점이다. 반면 10인치 터치 스크린 속 구성을 개선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전화나 문자, 이메일, 지도, 음악, 일정 등의 스마트폰 어플은 물론 T맵 내비게이션 기능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를 키웠다. 또 스마트폰을 미러링 시켜주는 애플 카플레이를 기본 적용해 다양한 앱 사용이 가능하다.

 감성을 충족시키는 요소는 곳곳에 알차게 들어있다. 먼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송풍구는 옛 XF의 정체성을 계승했다. 이 외에 실내 조명의 색상과 조도를 조정할 수 있는 인테리어 무드 라이팅이 기본으로 들어있다. 조명의 위치가 다양하고 빛이 퍼지는 범위가 넓어 기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17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825W 출력의 메르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과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마감한 문지방에는 체커드 플래그(자동차 경주에 사용되는 깃발) 로고 커스텀 디자인을 추가해 특별함을 더했다. 하얀색 스티치가 포함된 가죽 스포츠 시트와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에 어울리도록 특별히 선정한 유광 블랙 및 알루미늄 패널도 역동적인 성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큰 편이지만 무게감이 적당해 부담스럽지 않다. 휠에 붙은 버튼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주행 중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레이저 기술을 개선해 한층 선명해졌다. 주행속도와 기어변속, 내비게이션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고해상도 컬러 이미지를 운전자 정면 윈드스크린에 투사해 보여준다. 이에 비해 디지털 계기판 구성은 기존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

 2열은 엉덩이 부분을 깊게 파 놓아 앉았을 때 안락함을 극대화했다. 다만 가운데 턱이 높아 성인 세 명이 앉기에는 힘들 듯하다. 팔 걸이와 컵홀더, 송풍구와 열선 버튼 등 편의 품목은 경쟁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동식 트렁크는 높이가 낮고 양옆에도 여유 공간을 마련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성능
 보닛 안에는 4기통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들어있다. 재규어 파워트레인 기술이 집약된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최고 180마력, 최대 43.9㎏·m의 성능을 낸다. 이와 함께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8.4초, 안전 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29㎞를 나타낸다. 또 알루미늄 소재를 바탕으로 무게를 낮추고 연료 효율을 높여 복합 기준 ℓ당 12.7㎞를 실현했다.

 재규어랜드로버에서 많이 쓰이는 범용 엔진이지만 첫 느낌은 사뭇 다르다. 조용하게 기지개를 켜고 주행 중에도 디젤차 특유의 소음이 거의 없다. 무리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 rpm을 올려도 듣기 싫은 엔진음은 좀처럼 실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음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나타난다. 

 가속감은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거나 거친 성격과 거리가 멀다. 출력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차를 이끌고 토크는 높은 숫자에 비해 펀치력이 강하지 않다. 엔진이 가진 성능을 담백하게 풀어 온전히 땅에 전달할 뿐이다.

 그럼에도 XF를 스포츠 세단이라 칭하는 이유는 바로 코너에서 나온다. 와인딩 로드 실력이 웬만한 고성능 쿠페와 견줘 손색이 없다. 여기에는 낮은 시트포지션과 무게중심이 한 몫 했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도 바짝 달라붙어 진득하게 자세를 유지한다. 앞머리가 민첩하고 긴 차체를 감안하면 뒤도 곧잘 따라오는 편이다. 여기에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 구조 플랫폼은 탄탄하게 차체를 잡으며 안정적인 주행에 힘을 보탠다. 전체적인 균형감이 뛰어나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역동적인 주행을 이어나간다. 

 낮은 중심은 고속 안정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속도를 올릴수록 몸을 낮추고 매섭게 내달린다. 마치 야생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달리는 한 마리 재규어를 보는 듯하다. AWD 시스템은 네 바퀴에 힘을 고르게 분배해 구동력 및 접지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주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이하 IDD) 기능을 추가해 악조건 날씨와 미끄러운 도로 상황에서도 최적의 주행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재규어랜드로버에서 자체 개발한 IDD는 언더스티어 또는 오버스티어가 감지됐을 경우 최적의 토크 분배를 제공해 트랙션을 회복하고 차량의 제어력을 유지한다. 스티어링 휠 각도와 바퀴 속도 등 현재 주행 상황의 세부적인 모니터링을 거친 덕분이다. 

 이 외에 기본 품목으로 제공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브레이크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급격한 코너에서 차의 코너링 성능과 제어력을 극대화한다. 그 결과 무게 중심이 좌우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구동력으로 원심력을 침착하게 이겨나간다. 스포츠 세단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면모다. 한편으로는 주행 완성도가 뛰어나 180마력의 숫자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출력을 높이고 변속기 세팅을 바꿔 디젤차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인 토크도 알차게 활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2020년형 XF에는 안전한 주행을 돕는 첨단 능동 안전 시스템도 대거 탑재했다. 먼저 사각지대에 차가 감지될 경우 해당 도어 미러에 경고를 표시하고 차선 변경 중 충돌의 위험이 예상될 경우 조향 간섭을 통해 주행을 보조한다. 또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전방 주행 차의 속도를 파악하고 교통 정체로 전방 차의 주행이 멈출 경우 완전히 정차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좋은 구성이다.
 

 ▲총평
 신형 XF는 눈에 드러나는 변화보다 꼭 필요한 부분만 개선해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및 안전 품목을 남부럽지 않게 넣었고 독일차가 갖지 못한 감성 포인트도 꼼꼼히 챙겼다. 주행에서도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절도감보다 상황에 최적화된 주행 성능에 맞춰 여유롭게 질주한다. 스포츠 모드를 비롯해 와인딩 로드에서는 숨은 장기도 발휘한다. 자세를 낮추고 스포츠 세단 성격에 맞춰 매콤하게 코너를 정복한다. 라이벌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운전 재미다. 길거리에 흔해질 대로 흔해진 독일차가 지루하거나 특별한 영국식 스포츠세단을 찾고 있다면 XF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개별소비세 1.5%를 적용한 신형 XF의 가격은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7,147만 원, 20d 포트폴리오 7,187만 원, 20d AWD 포트폴리오 7,587만 원, 25t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7,257만 원, 25t 포트폴리오 트림 7,297만 원, 25t AW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7,627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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