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고성능 쿠페형 SUV
-낮은 무개 중심과 코너링 실력 수준급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개성과 스타일을 챙긴 쿠페형 SUV시장도 커지고 있다. 오랜 시간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BMW X6와 X4를 비롯해 벤츠 GLE와 GLC 쿠페, 르노삼성 XM3 등 차급과 브랜드 성격을 가리지 않고 지붕선을 낮추는 추세다. 고성능 쿠페형 SUV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함께 출력경쟁까지 이어지면서 어떤 세그먼트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포르쉐다. 그러나 포르쉐는 고성능 쿠페형 SUV 개발을 서두르지 않았다. 조급하게 흐름을 따라가기 보다는 탄탄한 완성도를 갖춰 뒷심을 발휘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 카이엔 쿠페를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스포츠카의 역동적인 주행감각과 운전재미를 대형 SUV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르쉐의 정체성을 살린 카이엔 쿠페가 선두주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지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디자인 카이엔 쿠페는 2017년 출시한 3세대 신형 카이엔을 바탕으로 만든 쿠페형 SUV다. 그 만큼 차를 꾸미는 세부 요소들은 카이엔과 같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색다르다. 앞모양은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헤드 램프와 부드럽게 내려오는 보닛이 특징이다. 단번에 포르쉐임을 알게 해주는 포인트다. 반면 수직으로 떨어지는 앞범퍼는 거대한 공기흡입구를 통해 역동적인 모양을 강조했다. 지상고가 높고 범퍼 끝을 치켜 올려 SUV 본연의 성격을 드러냈다.
옆모양은 카이엔 쿠페의 장점을 드러낸다. 완만한 C필러와 부드럽게 말아넣은 뒷창이 시선을 끈다. 실제 새 차는 기존 카이엔에 비해 지붕이 20㎜ 정도 낮다. 또 새로 디자인한 뒷문과 펜더로 인해 전체적인 폭이 18㎜ 늘어나 듬직한 인상을 풍긴다. 굵은 캐릭터라인은 찾아볼 수 없고 휠하우스 주변은 차체 색깔과 동일하게 칠했다. 20인치가 넘는 휠과 대용량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가 유일하게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뒷모양은 독특하다. 특히 트렁크 끝단이 극단적으로 짧아 다른 쿠페형 SUV와 비교해도 독보적인 뒤태를 완성했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얇은 테일 램프와 깔끔하게 마무리한 트렁크, 뒷유리에 붙은 두툼한 일체형 스포일러도 조화롭다. 카이엔 쿠페는 SUV 중 처음으로 어댑티브 루프 스포일러를 채택했다.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의 핵심으로, 시속 90㎞ 이상에서 135㎜까지 확장돼 뒷바퀴 접지력을 높인다. 다운포스 증가 및 공기저항도 줄인다. 투톤 컬러의 뒷범퍼는 양쪽에 두 개씩 대구경 배기파이프를 장착하고 디퓨저 장식을 추가했다.
실내는 카이엔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다섯 개의 원형 계기판과 12.3인치 와이드 모니터, 버튼의 위치와 구성도 같다. 디지털 화면이 많아졌고 터치패드 사용을 늘려 세련된 느낌을 준다. 반면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와 엔진회전수는 아날로그 바늘로 마련해 정통성을 지켰다. 양 끝에 위치한 세로형 송풍구와 센터터널 주변에 자리잡은 손잡이는 남성적인 이미지다.
카이엔 쿠페는 차의 특성에 맞춰 더욱 광범위한 장비를 탑재했다.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와 전후방 카메라를 장착한 파크 어시스트,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등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고정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전 트림 기본이다. 주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카본 루프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무게가 21kg 줄어들고 무게중심도 낮아진다. 카본 루프는 경량 스포츠 패키지를 통해 선택 가능하다. 구성은 22인치 GT 휠과 클래식한 타탄 패턴을 적용한 패브릭 시트, 카본 및 알칸타라 소재의 인테리어 등이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새 차의 장점이다. 통합형 헤드레스트를 갖춘 1열 스포츠 시트는 8방향으로 조절 가능하다. 2열은 두 개의 개별 시트를 장착했다. 여기에 추가 비용없이 3개 좌석으로 구성한 시트도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2열의 엉덩이가 닿는 시트 바닥은 카이엔보다 30㎜ 낮아 여유로운 머리 위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는 기본 625ℓ로,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540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6기통 3.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얹은 카이엔 쿠페는 최고 340마력, 최대 45.9㎏·m의 성능을 낸다.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를 맞물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6.0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43㎞/h에 달한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7.8㎞다. 단순한 숫자 비교에서는 일반 카이엔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주행하면서 느끼는 감각은 완전히 다르다. 정속주행 시에는 숨을 죽이지만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금세 튀어나갈 채비를 마친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차는 기다렸다는 듯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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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서는 차의 진가가 드러난다. 고속 코너링을 비롯해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완벽한 균형감을 이루며 말끔히 통과한다. 여기에는 서스펜션과 댐핑의 환상적인 조화가 한 목했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는 어떤 도로에서도 당당하고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탄력있는 댐핑 시스템의 감각도 세련되고 정교하다. 특히 차체 떨림없이 댐핑값을 최적으로 조정, 도로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주행 모드는 크게 노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네 가지다. 노멀에서는 도심형 SUV의 안락함과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와 스포츠플러스로 넘어가면 차가 가진 본성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변속반응이다. 엔진회전수가 껑충 뛰고 변속시점도 앞으로 촘촘히 당겨 바늘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PDK 못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 시에는 높은 단수에서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낮춰 효율을 꼼꼼히 챙겼다.
카이엔 쿠페를 운전하면 할수록 이 차가 덩치 큰 SUV라는 사실은 금방 잊어버린다. 오히려 낮은 시트포지션과 민첩한 스티어링 휠 반응으로 키 큰 해치백을 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만큼 운전이 쉽고 재미있다. 한계점이 높고 파워트레인과 합을 이루는 전체적인 균형이 뛰어난 결과다. GTS나 터보처럼 무지막지한 펀치력도 아니어서 한결 다루기가 편하다. 서킷 주행을 즐기거나 숫자에 목숨 거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기본형인 카이엔 쿠페만 몰아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총평 카이엔 쿠페는 후발주자로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카이엔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디자인을 선보였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최신 기술로 무장했다. 여기에 강력한 운동성능을 보여줘 "포르쉐"라고 하면 떠올리는 사람들의 기대도 충족시켰다. 스포츠카라고 불러도 이견이 없겠으며, 더욱 치열해지는 쿠페형 SUV시장에 불을 지필 차로 경쟁력이 넘친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1억1,36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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