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로 주행 및 외관 스타일 개선
-레저 활동에 최적화된 구성 돋보여 경제가 고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레저활동 인구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으로 사림이 밀집하는 실내보다는 야외 활동이 더 늘어나는 추세. 날이 좋아지고 휴가철이 가까워 오면서 레저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자동차 회사들도 속속 국내 레저활동 인구를 잡기 위한 신차를 내놓고 있다.
헤리티지를 살린 정통 SUV나 여러 명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형 SUV, 개성을 강조한 픽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픽업은 목적과 방향이 명확한 차종 중 하나다. 레저 활동에 적합하고 독보적인 형태로 스타일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쉐보레 콜로라도와 국내 출시를 앞둔 포드 레인저 등 역시 픽업 소비층을 향해 적극 공략 중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쌍용차다. 일찌감치 국산 픽업 시장을 개척해 온 쌍용차는 지난 2018년 렉스턴 스포츠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도약을 다짐했다. 1년 후에는 롱보디 버전인 렉스턴 스포츠 칸을 투입하며 꾸준한 판매를 기록했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는 2018년 4만1,717대, 2019년 4만1,326대 등 2년 연속 4만대 판매를 넘기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쌍용차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픽업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선보인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도 선택 폭을 넓히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험로 주행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을 장착하고 외관 스타일링에 초점을 맞춘 새 제품은 나만의 차를 원하는 픽업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의 첫 에디션 제품이 얼마만큼 활약을 보여줄지 차를 타고 온종일 거친 산길을 누볐다.
가평에 위치한 임도에 들어가기 전 대열 정비를 하면서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의 외관을 살펴봤다. 출시 2년이 흘렀지만 겉모습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가로로 길게 뻗은 크롬 그릴과 큼직한 헤드램프, 입체적으로 나뉜 앞범퍼 형상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높고 듬직한 차체와 볼록 튀어나온 휀더 역시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옆은 픽업의 특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거대한 휠 하우스와 2열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짐칸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뒤는 다소 밋밋하지만 픽업의 성격을 고려하면 큰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이내믹 에디션만의 특징은 또 다른 볼거리다. 먼저 HID 헤드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트렁크 옆에 붙은 4Ⅹ4 다이내믹 데칼과 18인치 블랙 알로이휠을 장착해 멋을 냈다. 이 외에도 오프로드 사이드 스텝과 함께 두툼한 플라스틱 휠 아치에는 렉스턴 레터링을 박아 스타일에 강인함을 더한다.
특별하게 튜닝된 다이내믹 서스펜션은 핸들링 성능과 주행안정성이 높아졌고 높이를 10㎜ 가량 상승시켜 험로주파능력을 개선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서스펜션 높이에 맞춰 전체적인 차에와 하체 세팅도 새로 손봤다"고 밝혔다. 또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높이기 위해 오프로드 언더커버 및 LD(차동기어잠금장치)에도 별도 커버를 달았다.
실내는 수평형 센터페시아 구조가 돋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및 안전품목을 가득 넣어 경쟁 픽업과 차별화했다. 새 에디션은 추가로 스포츠 페달과 15W급 휴대폰 무선충전패드, 오토라이트 컨트롤, 우적감지 와이퍼를 적용했다. 칸 차종은 7인치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와 1열 통풍시트 추가로 들어간다. 시동을 켜면 대시보드 중앙에서 스르륵 올라오는 플로팅 무드 스피커도 기본으로 들어가 고급감을 높였다.
이 외에 전체적인 구성인 기존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와 동일하다. 적당한 크기의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그래픽이 훌륭한 계기판은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여기에 픽업 치고는 과할 정도로 세련된 가죽시트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마감은 보는 내내 만족스럽다. 전체적인 차의 크기가 큰 만큼 2열 공간은 넉넉하다. 시트 아래에는 언더 트레이를 별도로 마련해 섬세함도 묻어난다. 반면 높은 등받이 각도와 짧은 시트 바닥면은 다소 아쉽다. 트렁크는 적재공간을 더욱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데크 이지 오픈&클로즈 기능을 추가했다.
본격적인 험로 주행에 앞서 안전을 숙지하고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주행 설정으로 바꿨다. 먼저 자세제어장치를 끈 뒤 굴림 방식을 사륜 하이로 돌렸다. 이와 함께 순간적인 강한 힘을 위해 운전 모드는 파워로 변경했다. 스로틀 반응과 스티어링 휠 감각 등 차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묵직해진다. 침착해진 차는 천천히 험로를 통과하면서 오프로드 주행을 이어나갔다.
지속된 장마기간으로 노면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토사가 흘러내려 진흙길로 변한 건 기본이고 단단한 바위는 잘게 쪼개질 정도로 지반이 약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차는 아무렇지 않게 자갈과 바위를 올라탄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보닛 앞쪽에 놓인 오프로드는 꽤 험해 보이는데 차는 요란하거나 우당탕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기에는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다이내믹 에디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 5링크가 기본이다. 이 외에도 렉스턴 스포츠는 선택에 따라서는 파워 리프 타입도 마련했다. 승차감을 중요시하는 요즘 SUV에서는 보기 힘든 조합이지만 험로에서는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오히려 짐칸에 물건을 가득 싣고 달린다면 이만한 조합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서스펜션 조합을 떠나서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세팅 차이에서 오는 안락한 감각인데 거친 바위를 통과해도 충격 흡수가 기대 이상이다. 쿵 하고 떨어지면서 겪는 허리 통증도 거의 없다. 상황 대처에 유연한 서스펜션 덕분에 지금까지 알고 있던 픽업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정도다. 차동기어잠금장치(LD, Locking Differential)도 든든하다.
슬립 발생 시 일반 차동기어 장치가 적용된 제품에 비해 등판능력은 5.6배, 견인능력은 4배가량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여러모로 오프로드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제집처럼 산자락을 휘어잡으며 오프로드 실력을 뽐낸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를 대표하는 픽업이 분명했다. 부족한 시승 시간으로 더 많은 체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몇 배는 더 험한 곳도 아주 잘 헤쳐 나가리라는 확신이 든다.
임도를 나온 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픽업의 특징과 시승차에 달린 여러 레저 용품들은 고갯길 주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주변 경관을 보면서 여유롭게 코너를 정복해 나가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직렬 4기통 2.2ℓ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0.8㎏·m을 내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차를 이끈다. 6단 자동변속기도 마찬가지다.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크게 숨을 고르고 느긋하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직결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매끄러운 반응으로 차분한 주행을 유도하는데 차가 가진 특징을 감안하면 큰 불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정숙성은 숨은 보물을 찾은 것처럼 인상적이었다. 터보를 얹은 디젤이지만 진동과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쌍용차는 압축비를 낮춰(15.5:1) 질소산화물 배출을 저감하고 NVH(소음 및 진동) 성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세라믹 예열 플러그를 적용해 저온시동성과 내구수명도 키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엔진룸 어라운드실로 방음과 방진, 방수 성능을 높였고 빅 사이즈 러버 엔진 마운트를 적용해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을 최소화했다. 8개의 보디마운트와 직물 타입 휠하우스 커버 등을 통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한국 지형에 최적화된 픽업이다. 부족함 없는 실력으로 험로를 달리면서 승차감과 정숙성까지 두루 챙긴 결과다. 물론 좌우 축을 분리하고 차값 이상의 튜닝을 들여 하드코어 오프로드를 달리는 소비자한테는 렉스턴 스포츠가 성에 안찰 수 있다. 하지만 드넓은 사막을 질주하거나 악명 높은 미국의 트레일 호크 바위산 등을 다니지 않는 이상 이 차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보강한 다이내믹 에디션과 함께라면 전국 방방곡곡을 누벼도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한껏 꾸민 스타일과 세단 못지않은 풍부한 편의 및 안전품목은 덤이다.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의 가격은 3,142만원이며 롱보디 버전의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은 3,369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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