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진정한 찐 재미, BMW M235i 블랙 위도우

입력 2020년07월2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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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련된 디자인과 다부진 차체, 칼칼한 성능 인상적
 -한가득 넣은 M 전용 부품으로 운전 즐거움 키워


 콤팩트카 라인업에 고성능 바람이 불고 있다. 브랜드 기술력의 상징으로 여기던 경량 스포츠카나 고출력 GT카(쿠페와 오픈카 포함)는 시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개발 비용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고 실용과 효율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차가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고성능 콤팩트카는 진입장벽이 낮아 소비자 접근이 쉽다. 출력을 비롯해 브랜드가 자랑하는 기술력도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판매에도 제법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변하는 소비 흐름에 맞춰 제조사들도 앞다퉈 해당 세그먼트 키우기에 나섰다. 

 BMW는 이 분야에서 걸출한 선수를 잘 배출하기로 유명한 회사다. 고성능 전문 브랜드 M을 바탕으로 빠르게 달리는 콤팩트카를 오래전부터 만들어왔다. 회사는 스펙트럼을 넓혀 이번에는 조금 더 다재다능한 차를 만들었다. 2시리즈 그란쿠페를 바탕으로 M배지를 붙인 M235i x드라이브 블랙 위도우가 주인공이다. BMW코리아가 선보인 한정판 제품으로 희소성까지 챙긴 진짜 워너비 BMW가 탄생한 셈이다. M235i x드라이브 블랙 위도우가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전달할지 확인하기 위해 키를 건네받았다.

 ▲성능
 질주 욕구를 자극하는 M235i는 먼 발치서 느긋하게 바라보고 만족하는 차가 아니다. 바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매콤한 배기음과 함께 차는 기지개를 켠다. 보닛 안에는 직렬 4기통 2.0ℓ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빼곡하게 열 맞춰 들어있다. 최고 306마력, 최대 45.9㎏·m의 토크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단 4.8초만에 끝낸다. 안전 최고속도는 250㎞/h이고 효율은 복합기준 10.4㎞/ℓ를 달성했다. 

 고성능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답게 M235i는 시작부터 공격적이다. 스로틀 반응이 무척 예민해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아도 시원하게 질주한다. 가볍게 페달 양을 조절하면서 경쾌한 운전이 가능케 한다. 토크가 주는 강한 펀치력도 인상적이다. 조금의 지체도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에 힘을 몰아붙인다.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힘이 부족하거나 답답하지 않다는 뜻이다. 엔진이 주는 넉넉한 성능을 바탕으로 마음만 먹으면 주변 사물을 2배속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엔진은 변속기 덕분에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변속기는 직결감이 우수하고 반응속도가 총알 같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고 변속 충격이나 터보렉도 거의 없다. 느긋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다. 엔진이 가진 성능을 200% 발휘할 수 있게 채찍질하고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레드존 가까이 밀어붙여 박진감도 연출한다. 스티어링 휠 뒤에 붙은 패들시프트 역시 짜릿한 손맛을 전달해 한 번 경험하면 한동안은 얌전해지기 힘들다. 

 스포티한 주행감성을 한층 증폭하는 기술도 넣었다. M235i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시스템이다. 실제 엔진음을 증폭시켜 실내에 전달하는 기술로 차체 외부로 발산되는 소음을 전혀 증가시키지 않고도 짜릿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기본적인 소리는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미니 JCW에서 들었던 것과 같다. 

 하지만 성량은 풍부해졌고 배기음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새로운 곡을 탄생했다. 다른 BMW 차에서는 듣기 힘든 독보적인 음색이다. 물론 오리지널 M카와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콤팩트카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차고 넘치는 사운드다.

 코너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솔직히 앞서 말한 이 차의 장점은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많은 마니아들이 걱정하는 굴림방식에 대한 편견은 잊어도 좋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부족할 게 없다. BMW 특유의 쫀득한 핸들링은 그대로다. 세밀하게 각도를 나눠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정확하게 몸을 튼다. 덕분에 언제든지 앞머리를 과감하게 찔러 넣을 수 있다. 탈출 과정도 매끄럽다. 언더스티어 현상이 날 것 같으면서도 이내 자세를 잡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코너를 나온다.

 여기에는 기본으로 들어간 액추에이터 휠 슬립 제한장치(ARB)가 큰 역할을 한다. ARB는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정밀하게 휠 슬립(헛바퀴)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미끄러짐 제어장치가 엔진 컨트롤 유닛(ECU)에 직접 내장된 덕분에 3배 이상 빠른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ARB 기술과 결합된 x드라이브 사륜구동 시스템은 가속 페달의 깊이, 엔진 토크, 속도, 조향각에 따라 앞바퀴와 뒷바퀴에 최적화된 동력을 배분한다. 

 필요에 따라 엔진 구동력을 앞뒤 바퀴에 50:50의 비율로 전달해 모든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핸들링을 보장한다. 더불어 앞 구동축에는 새롭게 개발된 기계식 토센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션을 추가해 한층 날카롭고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완벽한 코너링을 잘 구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외에 M235i 엔진룸에는 좌우 서스펜션 마운트를 잇는 스트럿 바를 추가로 장착했다. 또 차체 바닥에는 앞 서브프레임과 센터터널을 견고하게 고정하는 보강 부품을 적용해 차체 강성을 강화했다. 떨림이나 불안함 없이 좌우 물리력을 무시하며 달리는 일등공신이다. 민첩한 코너링을 가능케 하는 M 스포츠 서스펜션과 직관적인 기어비로 빠른 핸들링 반응을 제공하는 M 스포츠 스티어링 시스템은 그저 거둘 뿐이다.

 제동성능을 보장하는 M 스포츠 브레이크도 압권이다. 빠르게 달려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차를 멈춰 세운다. 높은 곳을 가리키던 속도 바늘은 급격히 아래로 떨어지고 멀리 보이던 사물이 바로 눈앞에 등장한다. 마치 바닥과 타이어에 끈끈이를 붙여 놓은 것처럼 비현실적인 제동 감각이다. 306마력을 다루기에 충분한 실력이며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믿음도 커진다. 

 하지만 주행에 약이 되는 요소들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차에 큰 관심이 없는 탑승자는 그저 불편한 차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모드에서도 서스펜션은 상당히 딱딱한 편이다. 요철을 지나면 충격량이 더 커지고 강성을 높이기 위한 부품들이 맞물려 바닥 소음도 제법 심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을 거르지 않고 엉덩이 끝에 전달하기 때문에 안락한 승차감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물론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이 차는 2인승 스포츠카가 아닌 길쭉한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모드에 따른 변화 폭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타일&상품성
 중독성 강한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 차를 살펴봤다. 외관은 2시리즈 그란쿠페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스타일링을 갖췄다. 먼저 앞에 자리 잡은 BMW 키드니 그릴은 3차원 메쉬 타입 디자인이 적용돼 입체적인 느낌을 구현한다. 앞 범퍼 하단 대형 공기 흡입구를 비롯해 테두리에 칠한 무광 구릿빛(정확한 명칭은 세리움 그레이(Cerium Grey) 컬러다) 알루미늄도 포인트다. 그릴과 거리를 둔 LED 헤드램프는 크기가 다소 크지만 날렵한 디자인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매섭게 치켜뜬 주간주행등도 단번에 BMW 차임을 알게 한다. 

 옆은 무광 사이드미러와 19인치 더블 스포크 552M 휠을 더해 M 퍼포먼스 제품다운 역동적인 외관 디자인을 완성했다. 뒤는 BMW 짝수 시리즈 특유의 길고 얇은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고광택 블랙 컬러의 M 리어 에이프론과 M 리어 스포일러, 사각형 테일 파이프 등을 장착해 고성능 차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갔다. 전체적인 형상은 다른 BMW 컴팩트카 라인업과 동일하다. 다만 에디션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부분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칸타라 M 스포츠 시트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전용 디지털 계기판이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터보 압력과 가속도의 양, 출력과 토크 그래프도 확인 가능하다. 검정과 빨강 조합의 인테리어는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강조하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는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일루미네이티드 인테리어 트림"을 적용해 눈부심 없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2열은 이전 2시리즈 쿠페 대비 무릎공간이 33㎜ 늘어났다. 시트 높이도 12㎜ 높아져 앉고 내리기에 불편하지 않다. 다만 도어 크기가 작고 열리는 각도도 넓지 않아 입구가 좁아 보인다. 천장도 안쪽으로 깊게 파 머리 위 공간을 확보했지만 전체적으로 높이가 낮아 여유롭지는 않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30ℓ로 기존 2도어 쿠페 대비 40ℓ 늘어났다. 높이가 낮아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며, 2열 등받이를 4:2:4로 접으면 공간을 추가할 수 있다.

 ▲총평
 BMW M235i x드라이브 블랙 위도우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릴 진짜 재미를 지닌 차다. 콤팩트카의 다부진 체격을 바탕으로 고성능 엔진을 넣어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파워트레인과 합을 맞추는 각 요소들의 균형감도 훌륭하다. 같은 엔진의 출력과 토크가 같은 미니 JCW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개구쟁이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로 넘어가는 JCW에 비해 M235i는 성숙하게 무르익은 큰 형을 보는 듯하다. 

 그만큼 짜릿하지만 편하고 강력하지만 다루기 쉽다. 희열과 스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M235i는 고성능 콤팩트카 시장에 불을 지필 차로 선봉장에 선다. 이와 함께 본격 M카로 넘어가기 전 BMW의 정체성을 경험하는 입문형 제품으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가격은 6,18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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