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비자 맞춘 합리적 구성 돋보여
-3.5ℓ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인상적 미니밴은 성격이 명확하다. 넓은 공간을 내세워 여러 명이 편하게 이동하는 걸 추구한다. 따라서 미니밴을 구입하는 소비층과 목적도 분명하다. "가족차"를 1순위에 두고 많은 짐을 편하게 실어 이동하기를 원한다.
미니밴은 SUV나 세단보다는 인기가 많지 않지만 판매차종이 적은 이유로 집중도가 높다. 국내 미니밴시장은 기아자동차 카니발이 거의 독점하는 구조여서 오히려 차선책에 대한 호기심이 높다.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 등이 미니밴 타이틀을 걸고 한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에나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차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랐기 때문에 컨셉트와 특징이 사뭇 다르다. 시에나가 어떤 매력을 갖고 수입 미니밴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디자인&스타일 시에나는 1997년 태어났다. 이후 줄곧 북미시장에서만 판매해 왔다. 일본차 브랜드이지만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고 현지에서 더 많이 팔려 사실상 미국이 고향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미국 감성이 짙게 묻어난다. 국내에는 지난 2011년 3세대가 처음 선보였고, 2018년에는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이 나왔다.
겉모양은 크고 우람하다. 길이는 5,095㎜에 이르고 너비는 1,985㎜, 높이는 1,805㎜다. 휠베이스도 3,000㎜가 넘어 도로 위에서 눈도장은 확실히 찍을 수 있다. 전면은 "킨 룩"을 적용해 토요타만의 디자인 통일성을 살렸다. 아래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큰 공기흡입구를 장착했고 양 끝에는 작은 안개등을 박아 포인트를 줬다. 헤드 램프는 다소 치켜 올라갔지만 적당한 크기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그릴과 극단적으로 짧은 보닛 라인도 인상적이다.
측면은 3열까지 시원하게 뚫린 유리창과 군더더기없이 단정한 캐릭터라인이 특징이다. 슬라이딩 도어를 위한 레일을 안쪽으로 숨겨 더욱 깔끔하다. 안정적인 비율은 후면에서도 이어진다. 크기가 큰 테일 램프와 뒷유리, 범퍼 모양이 대표적이다. 트렁크 가운데에 위치한 시에나 레터링과 크롬 장식, 천장에 붙인 일체형 스포일러가 유일하게 멋을 낸 부분이다.
미니밴이 SUV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실내다. 지상고가 낮아 타고 내리기 쉽고, 박스 형태로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시에나도 마찬가지다. 2, 3열은 물론 1열에서도 공간감이 상당한데, 여기에는 센터페시아 구조가 한 몫했다. 스티어링 휠과 가깝게 변속레버를 붙이고 센터터널을 과감히 없앤 것. 다른 미국식 미니밴이 자주 쓰는 방식으로, 공간활용이 최우선이라는 세그먼트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세단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카니발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적당하고 무게도 가벼워 마치 소형차를 모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회전반경도 일반 SUV나 세단보다 훨씬 짧다. 큼직한 바늘의 계기판은 가독성이 좋고, 필요한 정보만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7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은 무난하다. 공조장치 버튼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 같지만 직관성이 좋아 한 번 적응하면 손쉽게 다룰 수 있다.
부드러운 터치감과 8방향 파워 운전석 및 32도까지 조절 가능한 푸시 버튼 프론트 암레스트는 운전자가 최적의 자세로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스티치를 가미한 투톤 가죽을 상단 글로브 박스 커버와 인스트루먼트 패널 부위에 적용해 고급스럽다.
시에나는 1열보단 2, 3열에 볼거리가 더 많다. 2열은 기울기 조절과 함께 무릎받침이 올라오는 오토만 시트를 적용해 비행기 1등석 부럽지 않다. 듀얼 암레스트는 보다 편안함을 돕는다. 3열 역시 큼직한 시트를 갖춰 성인 3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도 부족하지 않다. 2, 3열은 각각 에어밴트와 선블라인드가 있고, 2열은 여기에 슬라이딩 컵홀더와 전용 공조장치 버튼을 더했다.
수납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은 기대 이상이다. 1열에만 4개의 컵홀더가 있다. 콘솔박스는 크고 높은 짐도 손쉽게 넣을 수 있고, 두 개의 글로브 박스와 센터페시아 곳곳에 마련한 작은 수납함도 알찬 구성이다. 2, 3열 역시 각각 컵홀더와 별도 수납함이 있다. 시트 활용성도 뛰어나다. 2열의 레일폭이 길어 움직이는 범위가 넓고 필요 시 탈착도 가능하다. 깊은 트렁크 안쪽으로 3열을 접어 넣으면 광활한 공간이 생겨난다. 3열은 6대4 분할시트이며, 시트 뒤쪽의 핸들을 잡아당기면 원터치로 시트를 폴딩할 수 있다.
이 밖에 시에나는 파워 백도어와 4개의 USB 충전포트, 메모리 시트, 선루프, 앞뒤 주차센서 및 후방카메라, 블루톤의 무드등,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편의품목을 갖췄다. 3열까지 볼 수 있는 볼록거울, 시야를 가리는 면적이 넓은 햇빛가리개, 측면 자동도어 기능은 미니밴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 아이템이다.
▲성능 시에나는 V6 3.5ℓ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301마력, 최대 36.4㎏·m의 성능을 낸다. 구형보다 출력은 35마력, 토크는 2.5㎏·m 각각 개선했다. 변속기도 6단에서 8단으로 바꿔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챙겼다. 또 D-4S 연료분사 시스템을 적용해 엔진 역할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시스템은 포트 내 간접분사와 실린더 내 직접분사를 병행한다. 모든 주행상황에서 최적의 연료효율과 성능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출력을 이전보다 약 13% 높일 수 있었다.
디젤차와 비교하면 유지비 측면에서 부담되지만 정숙성이나 승차감 등에서는 단연 우위를 점한다. 주행성능면에서도 발진가속이 매끄럽고 실용영역을 넘어 고속에서도 꾸준히 힘을 전달해 차는 경쾌하게 달려나간다. 큰 차체만 생각해 움직임이 둔할 것 같다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여기에 변속레버를 S로 옮기면 차는 rpm을 올리면서 제법 역동적인 감각도 제공한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도 생각보다 빨라 패들시프트가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그러나 가족을 태우고 무리한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건 이 차의 컨셉트와 맞지 않다. 또 차체가 길고 높아 극적인 핸들링은 기대하기 힘들다. 서스펜션이나 하체 세팅은 부드러운 쪽에 초점을 맞췄고 브레이크 반응도 즉각적이기보다는 여유롭게 멈춰 세운다. 미니밴임을 고려하면 이상적인 결과물이며, 운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미니밴임에도 네바퀴굴림을 지원하는 건 큰 장점이다. 액티브 토크 컨트롤 4륜구동은 코너에서 차의 움직임을 분석 후 최적의 배분을 구현한다. 덕분에 자세를 잘 유지하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그 만큼 앞머리의 움직임이 민첩하고 뒤도 곧잘 따라온다. 주행성능만 쫓는 미국차보다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평균 이상의 균형점을 찾아낸 일본차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다양한 운전보조장치들도 장점이다. 차선이탈 경고,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등 4가지 예방안전기술로 구성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를 탑재해 장거리 주행 시 유용하다. 또 경사로밀림방지장치와 사각지대감지장치 및 후측방경고 시스템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갖춰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개입과정이 매끄러워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준다.
▲총평 시에나는 토요타의 섬세한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집약한 미니밴이다. 합리적인 공간과 쓰임새 높은 동선, 알찬 수납 및 활용도가 대표적인 예다. 세그먼트가 갖고 있는 편견도 크게 지웠다. 가볍게 달리는 주행감각과 안정적인 코너링 실력은 차를 다루는 내내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했다. 다운사이징 터보가 주를 이루는 시대에 보기 드문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점도 특징이다.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면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패밀리카를 찾는다면 시에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판매가격은 시에나 2WD 5,446만 원, 4WD 5,723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시승]올라운드 플레이어, 페라리 F8 트리뷰토▶ [시승]진정한 찐 재미, BMW M235i 블랙 위도우▶ [시승]도로 누빌 작은 로켓, AMG A45 4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