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특별한 영국식 SUV, F-페이스 체커드 플래그

입력 2020년08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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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과 레드 포인트로 멋을 낸 중형 SUV
 -세련된 감성 품질과 주행 안정성 뛰어나


 재규어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헤리티지, 우아함, 아름다움 등이다. 그리고 길게 내뻗은 전장도 떠오른다. 이런 고집(?)은 SUV라고 예외는 아니다. 디자인 정체성 유지를 위해 SUV 또한 앞뒤로 늘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랜드로버라는 든든한 한 지붕 식구가 있는 만큼 해당 세그먼트에 대한 자신감도 남달랐다. 그렇게 2016년 F-페이스가 세상에 처음 나왔다. 

 출시 다음 해에는 세계 "올해의 차" 및 "올해의 디자인" 등 굵직한 상을 석권하며 존재감도 강하게 알렸다. 세상에 나온 지 4년이 흘렀지만 F-페이스는 여전히 재규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판매 성장은 물론 브랜드 지속 가능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020년형으로 와서는 고급 편의 및 안전 기술들을 기본 적용하고,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Chequered Flag Edition)이라는 새로운 트림을 추가해 선택폭을 넓혔다. 특별한 영국식 SUV를 경험하기 위해 체커드 플래그 키를 건네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재규어 디자인의 첫 인상은 물론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휘한다. F-페이스도 마찬가지다. 외관은 여전히 아름답다. 안정적인 비율과 차를 꾸미는 요소들의 조화가 뛰어난 덕분이다. 얇은 눈매는 조각으로 나뉜 LED와 어울려 반짝 빛난다. 여기에 단정하게 마무리한 그릴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도심형 SUV 이미지를 구현했다. 블랙 무늬 중간에는 붉은 재규어 로고가 위치해 있다. 라이다 센서 속에서 강렬한 시선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범퍼 공기흡입구 역시 큼직하게 뚫려있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작은 안개등과 유광 블랙 소재 등이 고급감을 더한다.

 옆은 비율의 승리이자 디자이너의 자신감까지 엿볼 수 있다. 날렵한 디자인의 유리창과 완만하게 기울어진 A필러, 부드럽게 내려앉은 C필러까지 마치 쿠페형 SUV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크기가 큰 휠 하우스와 한껏 부풀린 펜더는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또 19인치 휠과 앞바퀴 뒤에 붙은 체커드 플래그 장식, 사이드 스커트는 블랙으로 마감해 통일감을 높였다.

 뒤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폭이 넓어져 상대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줬다. 이 외에 가로로 찢어진 테일램프를 제외하면 큰 특징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름 없이 깔끔한 트렁크와 차분하게 디자인한 범퍼, 왼쪽으로 몰아넣은 배기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실내 구성은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치장보다는 정갈함을 택했다. 수직 형태의 센터페시아 구조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대시보드 형상이 대표적이다. 커다란 와이드 터치 모니터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춰 불만이 없다. 티 맵 내비게이션 및 지니 뮤직 연동 기능이 포함된 인컨트롤 앱과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터치 반응이나 연동성이 신속하고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나눠 보는 맛도 좋다. 풀 컬러 디지털 계기판도 멋과 기능을 동시에 챙겼다. 반면 공조장치 버튼은 살짝 올드 한 느낌이다. 버튼의 개수가 많고 일렬로 나열돼 있어 다소 심심하다. 부드럽게 이어진 센터터널에는 대표 재규어 아이템인 조그셔틀 타입 변속기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 버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저속 경사로 보조장치, 미닫이 형식의 컵홀더까지 깔끔 그 자체다. 

 그 대신 수납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도어 안쪽 수납은 물론 센터터널과 콘솔박스 등과 같은 기본적인 수납함 자체가 작은 편이다. 라이벌과 직접적으로 비교해도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SUV는 공간에 대한 이점을 보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만큼 추후 상품성 개선 제품에는 수납공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듯하다.

 소재는 에디션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체커드 플래그(자동차 경주에 사용되는 깃발) 로고가 포함된 메탈 트레드 플레이트와 스포츠 가죽 시트, 빨간색 스티치를 더해 한층 개성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참고로 시트는 10방향 조절이 가능한 운전석과 동반석 파워시트(4방향 전동식 럼버 서포트 포함)를 기본으로 적용했다. 송풍구와 글러브 박스 주변 등 곳곳에는 알루미늄 소재를 둘러 포인트도 줬다.

 2열 공간은 적당하다. 크게 좁거나 답답한 느낌을 받기 힘들다. 전용 송풍구와 열선시트, 각종 소켓 등 필요한 편의 기능만 알차게 갖춘 모습이다. 전체적인 거주 편의성보다는 시트 자체에 대한 만족이 더 크다. 도어가 맞물리는 바깥까지 두툼한 가죽을 둘렀고 입체적으로 다듬어 착좌감이 훌륭하다. 여기에 전동식으로 앞뒤 이동이 가능하고 기울기가 조정돼 편안한 장거리 이동을 돕는다. 트렁크는 기본 508ℓ다. 4:2:4로 분할 가능한 2열을 접으면 최대 1,598ℓ까지 넓어진다. 

 ▲성능
 4기통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 180마력, 최대 43.9㎏·m의 토크를 내며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힘을 전달한다. 네바퀴굴림이 기본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은 9.0초,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08㎞다. 시동을 켜면 디젤차 특유의 감각이 깨어난다. 하지만 이내 숨을 죽이고 차분하게 몸을 낮춘다. 정숙성은 주행 시 더욱 크게 경험할 수 있다. 디젤차 특유의 잔진동과 떨림, 소리는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다. 회전 질감이 부드러운 편이어서 일상 속에서 차를 다룰 때는 스트레스가 적다.

 욕심을 부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앞으로 나간다. 이 과정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잠깐의 지연 현상 뒤에는 강하게 질주하기에 아쉬움을 달랜다. 1,750rpm부터 나오는 최대토크 덕분에 실용 영역에서 펀치력을 손쉽게 체감할 수 있다. 자극은 덜하지만 덩치 큰 SUV가 시원스럽게 나가는 모습이 사뭇 색다르다. 한편으로는 완성도 높아진 인제니움 디젤 엔진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실제로 재규어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엔진에 대한 개선 과정을 거쳐 내구성과 상품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새로운 엔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의 다양한 드라이빙 스타일에 빠르게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실제 그 차이는 뚜렷했다. 변속 시점이 빨라지고 스로틀 반응이 한층 예민해져 가속 성능을 키운다. 강한 체결감과 함께 몸의 움직임은 꾸준하고 강하게 속도를 올리면서 짜릿한 운전을 돕는다. 센터페시아 화면에 위치한 각종 그래픽과 스톱워치, 상태 값은 운전의 즐거움을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다.

 코너에서도 차는 준수한 실력을 보여줬다. 기본적인 차체 강성이 높고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도 너무 무르지 않아 적당한 코너에서는 아름다운 포물선도 그린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타이어다. 스포츠 주행 및 핸들링 성능에 초점을 맞춘 "굿이어 이글 F1"으로 기본적인 제품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다만 225㎜ 55R의 사이즈는 19인치 휠과 매칭이 좋지 않아 한계가 쉽게 드러난다. 

 조금만 깊은 코너를 만나면 타이어 그립이 무너지고 스키드 음이 울려 퍼진다. 휘청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옮겨진다. 차의 성능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체커드 플레그 에디션이라면 조금 더 역동적인 휠과 타이어 조합을 갖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은 F-페이스만의 특권이다. 지능형 AWD 시스템과 맞물려 다양한 기후와 험한 노면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드라이빙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한다. 물론 이 차를 갖고 거친 오프로드 주행을 나서는 소비자는 많지 않겠지만 한 번을 사용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낫다. 

 이 외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한층 강화됐다. 차선을 이탈하거나 차선을 벗어날 경우 스티어링 조향을 통해 충돌을 방지해 주는 차선 유지 어시스트 기능과 운전자 피로도를 분석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앞 차가 멈출 경우 정차하는 스톱앤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도 운전 내내 유용하게 활용했다.

 ▲총평
 재규어 F-페이스는 영국차가 보여줄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과 섬세한 감각으로 무장한 SUV다. 여기에 안정적인 파워트레인 조합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달리는 기품 있는 자세도 지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디젤차가 가진 특징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고 반대로 정속 주행을 이어나가면 ℓ당 15㎞가 넘는 우수한 효율로 알뜰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더욱이 차체 곳곳에 특색 있게 꾸민 체커드 플레그 에디션은 범용으로 찍어내는 일반 차와 다른 특별한 의미도 가졌다. SUV 춘추전국 시대에서 개성을 무기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격은 20d 프레스티지 7,260만원, 20d 포트폴리오 8,070만원이며 시승차인 20d 체커드 플래그는 8,1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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