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전성기 이끌 승부사, 푸조 2008 SUV

입력 2020년08월11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전방위 변화 돋보이는 푸조 대표 SUV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꿀 조합
 -고급 감성과 최신 기술 경험 쏠쏠해


 2008 SUV는 푸조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한 체급 위인 3008과 5008 SUV가 있지만 소형차 잘 만드는 푸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 인식에는 2008 SUV가 먼저 떠오른다. 인기는 결과로 나타난다. 2008 SUV는 2013년 글로벌 출시 이후 지금까지 120만 대 이상 판매고를 달성하며 푸조를 2018 유럽 SUV 판매 1위 브랜드로 견인했다. 그만큼 2008은 명실상부 브랜드 SUV의 리더 역할을 자처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2015년 한국 땅을 밟은 지 일주일 만에 사전계약 1,000대를 넘기며 높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합리적인 가격의 수입 SUV를 탈 수 있다는 입소문과 함께 신속한 공급물량 확보까지 더해지면서 그해 수입 콤팩트 SUV 부문 판매 1위도 차지해 빛을 봤다. 

 이같은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2008 SUV가 6년 만에 완전 변경 제품으로 돌아왔다. 더 커진 차체와 최신 패밀리-룩을 바탕으로 3D "아이-콕핏" 인테리어를 적용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자율주행 2단계 수준의 안전 및 편의기능 탑재, 전동화 파워트레인 추가 등 폭넓은 변화를 진행했다. 전방위적으로 바뀐 2008이 치열해진 소형 SUV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스타일
 겉모습은 커진 차체 크기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는 4,300㎜로 기존에 비해 140㎜ 길어졌으며 너비는 1,770㎜로 30㎜ 넓어졌다. 높이는 1,550㎜로 5㎜가 낮아져 더욱 크고 역동적인 차체 실루엣을 완성했다.

 앞은 기존 SUV에서 볼 수 없었던 입체적인 굴곡이 돋보인다. 범퍼는 잘 깎아놓은 조각품을 보는 듯하고 심지어 보닛 하나에도 여러 줄의 굴곡을 넣었을 정도다. 사자 발톱을 형상화 한 세 줄의 주간주행등이 시선을 사로잡고 날카로운 수직 날을 세운 그릴도 한층 커져 존재감을 보여준다. 적당한 크기의 공기 흡입구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돕는 라이다 센서도 아래쪽에 넣었다.

 옆은 특이한 캐릭터 라인과 면의 전개가 돋보인다. 앞쪽 펜더에서 시작해 뒤로 흐르는 평범한 선을 거부한다. 양쪽 대칭으로 면을 접어 화살표 모양의 라인을 만들었다. 종이접기를 한 듯한 모습의 도어인데 젊은 감각과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자꾸 시선을 쏠리는 디자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유리창은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모양이며 도어 아래쪽에는 은색 몰딩을 추가해 포인트를 줬다. 보닛 끝에서 시작해 사이드미러까지 이어지는 유광 블랙 패널도 신선하다. 휠은 역동적인 디자인의 17인치가 들어가고 215㎜ 사이즈의 미쉐린 프라이머시4 타이어가 기본이다.

 뒤는 꺾어지는 뾰족한 화살표 각진 디테일로 통일감을 줬다. 테일램프는 상당히 높아져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또 커다란 뒤 유리창이랑 바로 밑에 위치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는 착각도 든다. 램프 사이를 잇는 두툼한 블랙 하이그로시와 빛을 내는 구성은 508에서부터 시작한 형상으로 새로운 푸조 패밀리-룩을 보여준다. 램프 위치가 높아진 만큼 트렁크는 상당히 넓어 보인다. 기존 차가 가진 덩치보다 더 커 보이는 효과를 주기에 충분하다. 플라스틱 뒤 범퍼는 앞쪽으로 제법 튀어나와 있고 두툼하다.

 실내는 어디에도 평범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음영이 짙게 깔린 대시보드와 여러 조각으로 나뉜 센터페시아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최신 아이-콕핏을 적용한 결과인데 신선하고 흥미롭다. 복잡하거나 지저분하지 않고 난해한 형상으로 다루기 어렵거나 거부감이 생기는 일은 더더욱 없다. 한번 눈에 익으면 쓰기 편하고 볼수록 호기심과 즐거움을 자극한다. 


 대표적으로 3D 계기판이 있다. 속도 바늘과 각종 정보창이 홀로그램 위에 살짝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회사는 다양한 주행 정보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운전자가 0.5초 빠르게 차의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눈동자의 초점을 읽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3D를 구현하는 방식은 아니다. 단가를 고려해 정면으로 봤을 경우에만 보이는데 운전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라이벌을 비롯해 해당 세그먼트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고급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박수가 절로 나온다.

 대시보드 위에 얹어진 계기판과 아래에 위치한 스티어링 휠 조합은 시인성이 뛰어나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없어도 순간 가독성이 좋고 운전도 한결 편하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은 위아래가 평평한 더블 D컷 타입이며 지름이 작아 손에 쥐는 맛이 좋다. 뒤로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패들시프트와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조절 레버가 위치해 있다.

 전체적인 센터페시아 구성도 파격적으로 변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하는 와이드 모니터 밑에는 적당한 크기의 송풍구와 토글 스위치 방식의 공조장치 버튼이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전 트림 기본 적용이다. 변속 레버는 3008을 시작으로 푸조가 범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형태다. 직관적인 구조로 버튼식보다 훨씬 사용하기 편하다. 밑으로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주행 모드 조절 버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시트는 차급 이상의 모습으로 만족을 준다. 여러 패턴으로 조각을 나눠 몸을 지지하는 능력이 좋고 가죽과 알칸타라, 직물을 적절히 섞어 기능과 멋을 동시에 챙겼다. 패널도 마찬가지다. 

 같은 플라스틱을 사용해도 패턴을 더하거나 사용 부위를 쪼개 저렴한 느낌을 지웠다. 블랙 하이그로시는 과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두른 가죽과 형광색 스티치, 은색 알루미늄을 포인트로 추가해 감성을 끌어올렸다. 8가지 색의 앰비언트 라이트와 터치 감응식 실내 LED 조명 등은 그저 거둘 뿐이다.

 2열은 커진 차체에 맞게 확실히 넓어졌다. 차 급을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며 무릎 공간이나 머리 위 공간 역시 모자라거나 과하지 않게 딱 적당하다. 다만 유리창 면적이 작고 높아서 개방감은 다소 떨어진다. 감각적인 하프 레더 시트의 착좌감으로 위안을 삼는다. USB포트는 2개를 준비했지만 전용 송풍구나 컵홀더는 따로 없다.

 공간 확장성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옹색했던 컵홀더는 크기가 커졌고 센터 터널 앞쪽에는 제법 깊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글러브 박스도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도어 안쪽 수납을 비롯해 콘솔박스도 입구가 넓어 사용이 편하다. 트렁크는 단을 나눠 활용도를 높였고 위쪽 판을 올렸을 때 거치할 수 있는 지지대를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본 434ℓ를 제공하며 분할시트(풀 플랫 정도는 아니다)로 2열을 접으면 최대 1,467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국내 출시한 2008 SUV는 디젤과 전기 버전으로 나뉜다. 그중 시승차는 직렬 4기통 1.5ℓ 블루HDi 엔진을 얹은 디젤 트림으로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0.6㎏·m를 발휘한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출력은 10마력 높아졌고 연료 효율성은 이전 대비 약 13% 올랐다. 이와 함께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인 MCP에서 벗어나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주행 질감을 높인 게 특징이다.

 시동을 걸면 디젤차 특유의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초기 가속은 물론 스로틀을 활짝 열었을 때도 어김없이 사운드가 들린다.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보닛 주위에 흡차음재 범위를 조금 더 넓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주행 질감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상당히 매끄럽다. 진동과 떨림이 덜하고 가속페달과 합을 맞춰 부드럽게 전개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도심 속 일상 주행에서는 가솔린차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의 깔끔한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덕분에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를 답답함 없이 올릴 수 있다. 차는 경쾌하게 앞을 향해 달려 나가고 터보 지연 현상도 거의 느낄 수 없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3D 계기판을 보면서 숫자를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고속 영역에서 한계점으로 올라가면 출력 저하는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적어도 규정 속도 내에서는 큰 문제 없이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만족스러운 가속 성능에는 변속기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 8단 자동은 정직하게 단수를 오르내리고 엔진의 성능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도와준다. 멋진 디자인으로 자리잡은 패들시프트를 적극 활용해도 반응은 정확하다. 과거 MCP의 울컥거림과 여기에 반응하는 디젤은 기억 속에서 잊힌 지 오래다. 한편으로는 환상 궁합을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인 마음이다.

 푸조의 전매특허인 핸들링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한두 번만 스티어링 휠을 돌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반응으로 최상의 그립을 연출한다. 독일차의 감각과는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이다. 여기에 완전히 새로워진 뼈대는 와인딩 로드에서 차의 능력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PSA 그룹이 개발한 차세대 공용화 플랫폼인 CMP는 초고장력강판과 고장력강판, 열간성형강,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안전성과 차체 강성은 높이면서도 무게는 30㎏ 이상 경량화했다. 개선의 결과는 코너에서 온전히 드러나고 소형 SUV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다.

 숨을 고르고 다시 일자로 쭉 뻗은 도로로 나와 정속 주행을 유지했다. 신형 2008 SUV는 탑승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들어간다.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제한 속도 인식 및 권장 속도 표시, 운전자 주의 경고 기능, 후방 카메라와 후방 파킹 센서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여기에 GT 라인은 자율 주행 2단계 수준의 주행이 가능하다. 속도와 거리 조절은 물론,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 앤 고, 차선 중앙 유지,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 기능이 더해진다. 작동법이 쉽고 계기판에 커다란 그래픽으로 표시돼 현재 차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 등은 무난한 수준이며 큰 위협 없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은 효율이다. 디젤 2008 SUV는 복합 기준 ℓ당 17.1㎞(도심: 15.7㎞/ℓ, 고속: 19.0㎞/ℓ)를 인증받았다. 고속도로와 국도, 와인딩을 적절히 섞어 약 300㎞를 달린 후 기록한 트립컴퓨터 상 수치는 20㎞ 수준이다. 특히 고속 크루징 시에는 23~24㎞도 어렵지 않게 보여줬다. 디젤차 만들기에 도가 튼 장인다운 실력이다. 디젤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효율에 민감한 만큼 이 부분에서는 경쟁차 대비 강점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총평
 신형 2008 SUV는 기존보다 신선하고 개성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시트로엥보다 진지하고 DS보다 거부감이 없어 보다 다양한 소비층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커진 차체를 바탕으로 듬직해진 모습과 미래 지향적인 실내를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신기술, 여기에 알찬 공간 활용성은 소형 SUV의 급을 넘는다. 

 디젤 "맛집"답게 파워트레인은 흠잡을 곳이 없고 유려한 감각으로 무장한 핸들링은 다룰수록 입가에 미소를 띤다. 높은 효율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유지비와 함께 3,000만원대에 머무는 구매 가격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2008 SUV는 다시 한번 푸조의 전성기를 이끌 승부사로 충분하다. 가격은 디젤 기준 알뤼르 3,248만원, GT 라인 3,545만원이다. 전동화 버전인 e-2008 SUV는 알뤼르 4,590만원, GT 라인 4,8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 [시승]특별한 영국식 SUV, F-페이스 체커드 플래그
▶ [시승]미니밴 교과서, 토요타 시에나
▶ [시승]올라운드 플레이어, 페라리 F8 트리뷰토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