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BMW도 합리적으로 타고 싶다면, X3 x드라이브30e

입력 2020년08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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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질감 적고 효율적인 e드라이브 기술
 -매끄러운 주행감과 역동적인 성능의 조화
 

 BMW의 미래 친환경차 확대 수단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빠르게 바뀌는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맞춰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친환경차에 적합하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순수 전기차의 경우 제약이 많아 친환경차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제품 완성도가 높아지고 값도 저렴해지겠지만 개인 및 사회적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운전자마다 원하는 주행거리가 다르고 각 나라별로 정한 규제가 복잡해 제조사로서 이를 다 맞추는 건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반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순수 전기 모드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적어도 수십㎞에 달하고 충전 걱정없이 내연기관을 사용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그 결과 BMW는 PHEV가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새 전략에 맞춰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7시리즈와 3시리즈, 5시리즈, 2시리즈 PHEV에 이어 작년 하반기에는 X5와 X3, X1 PHEV 등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SUV 세그먼트 중심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선보이는 중이다. 

  X3 x드라이브30e는 늘어나는 선택지 중에서도 담당하는 역할이 크다. 판매는 물론 시장을 넓혀 대중화에 기여해야 한다. 임무 완수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새하얀 차를 마주했다.

 ▲성능
 느긋하게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를 듣고 빨리 촬영 장소에 가야 했다. 곧바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서울 도심 탈출에 나섰다. 작전명은 "친환경"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순수 전기 모드로만 이동하는 게 목표다. 그만큼 기본으로 들어간 e드라이브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참고로 e드라이브는 크게 오토와 맥스, 배터리 컨트롤 모드로 나뉜다.

 X3 x드라이브30e에는 12.0㎾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순수 전기 모드로 최대 31㎞ 달릴 수 있다. 또 최고시속 135㎞까지 주행 가능하다. 계기판 오른쪽 밑에는 전기모드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돼 있다. 극단적으로 효율을 챙기는 e드라이브 맥스로 놓고 연비 운전을 시작하니 킬로수는 34㎞까지 올라갔다. 제조사가 밝힌 수치보다 조금 더 많이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떠한 소리도 없이 차는 스르륵 미끄러져 나갔다. 그렇게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남산 주변과 강남 도심을 거쳤다. 서로 뒤엉켜 복잡한 서울 시내를 친환경차로 달리는 기분은 또 다른 만족으로 다가온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운전자가 된 마음으로 왠지 모를 뿌듯함도 밀려온다. 여기에 진동과 떨림도 없어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도심에서 피로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e드라이브 오토와 배터리 컨트롤을 번갈아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내리막길과 타력 주행에서 살뜰히 전력을 모으는 배터리 컨트롤은 기대 이상이다. 생각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회생 제동 시에도 이질감이 적었다. 공조장치와 화면 및 조명, 심지어 열선시트 부위까지 개별 설정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최적화 단계로 맞출 수 있어 극단적으로 전기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교통 흐름에 맞춰서 차분히 주행한 결과 서울역에서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까지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었다. 차들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을 전기차와 동일한 혜택과 즐거움으로 빠져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만큼 완성도 높아진 e드라이브 기술력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제조사가 밝힌 숫자보다 훨씬 못 미치는 주행가능 거리로 실망감을 안겨줬던 초창기 PHEV 차들의 편견을 버리기에도 충분하다. 

 전기를 전부 사용하자 바로 엔진이 돌아가며 출력을 유지했다. 많이 내려온 만큼 도로도 뻥 뚫려 속도를 내기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졌다.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고 차가 가진 성능을 체험했다. X3 x드라이브30e에는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조합을 통해 시스템 출력 292마력(전기모터: 109마력, 가솔린 엔진: 184마력), 최대토크 35.69㎏·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1초이며 최고속도는 210㎞/h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3.6㎞,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2g/㎞이다.

 3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은 차를 이끌기에 부족하지 않다. 운전 재미를 높이는 강력한 소리만 없을 뿐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를 쉽게 달성한다. 가속감도 기존 내연기관 X3와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전기모터가 주는 힘이 상당해 훅 하고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를 높이고 조금 더 역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펀치력이 훌륭해 일반 모드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주행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코너에서는 고속과 와인딩 로드 차이가 컸다. 고속에서는 바닥에 들어간 묵직한 배터리가 차를 누르며 차분하게 통과했다. 덕분에 빠른 속도에서도 제법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준다. 반면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생각만큼 차가 따라주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 반응이 다른 BMW 차들과 비교해 적극적이지 않고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세팅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여기에 높은 차체와 150~200㎏ 무거운 몸무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엔진과 전기모터 출력을 날씨나 주행 상황에 맞게 앞, 뒷바퀴에 적절히 배분하는 x드라이브가 들어간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디자인&스타일
 서둘러 내려온 덕분에 촬영 장소에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해가 뜨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같은 대한민국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이제서야 숨을 고르고 차를 살펴봤다. X3 x드라이브30e는 당당한 체구로 듬직한 SUV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적당한 크기의 키드니 그릴과 분리형 디자인의 헤드램프는 단번에 BMW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파격은 덜하지만 눈에 익은 형태로 안정감을 준다. M 스포츠 패키지를 넣은 차답게 앞범퍼 공기흡입구를 큼직하게 뚫었고 유광 블랙으로 마감해 멋을 냈다. 옆은 245/50R19 사이즈의 휠 타이어 조합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색 M 브레이크 캘리퍼와 팬더에 뚫린 에어브리더, M 배지 등을 보고 있으면 친환경차라는 사실도 잠시 잊게 된다. 물론 시야에 보이는 전기 충전 커넥터로 착각이었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큼직한 유리창과 수직으로 내려오는 C필러 및 트렁크 리드는 전형적인 SUV 형태를 간직한 모습이다. 테일램프는 요즘 흐름과 맞지 않게 상당히 큰 편이다.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뒤태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투톤으로 마감한 범퍼와 양쪽에 한 개씩 자리잡은 원형 배기구도 마음에 드는 구성이다. 

 실내는 전체적인 구성과 편의 및 안전품목이 전부 기존 X3와 같다. 친환경차라고 해서 무언가를 덜어내거나 저렴하게 꾸미지 않았다는 뜻이다. 디지털 계기판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각종 버튼의 기능과 무드등, 파노라마 선루프, 섬세한 마감까지 고급스러운 감각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착좌감이 좋은 가죽시트와 두툼한 M 스티어링 휠은 덤이다. 

 오히려 e드라이브 활성화를 위해 최적화한 그래픽과 전용 버튼은 특별한 친환경차를 더욱 강조한다. 스포츠카에 있는 가변배기나 서스펜션 조절 버튼 보다 훨씬 소중하고 유용한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시스템은 차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 하루아침에 익히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너로서 내 차와 함께 하면서 주행 패턴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2열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면적이 넓은 커다란 시트를 비롯해 무릎과 머리 위 공간도 부족하지 않다. 전용 컵홀더와 송풍구는 기본이며 전자식 공조장치 및 USB C-타입 케이블도 두 개나 마련했다. 반면 트렁크는 배터리 위치 때문에 살짝 높아졌다. 물건을 넣고 빼기에 불편하고 수납 면적도 확실히 좁아진 게 사실이다. 트렁크 바닥에는 충전 케이블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공간만 마련돼 있다.  

 ▲총평
 BMW X3 x드라이브30e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이상향을 잘 표현한 차다. 특히 전기모드에서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합리적으로 늘어난 주행 거리와 알차게 충전하는 배터리, 각 모드 변경에 따라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e드라이브 시스템의 조화가 상당하다. 

 여기에 소리 없이 강하게 나가는 전기모터 특유의 주행 감각과 낮은 무게중심이 주는 안정성은 오직 30e에서만 누릴 수 있다. 전기를 모두 사용해도 불안하거나 걱정이 없다. 가솔린 엔진이 주는 넉넉한 성능을 바탕으로 부담 없이 질주하면 된다. 디자인 및 구성은 일반 X3보다도 훨씬 나은 점이 보이고 디젤차 못지않은 유지비도 인상적이다. 

 또 혼잡 통행료 감면, 공영 주차장 50% 할인 등 다양한 저공해차 혜택을 받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호감도가 배로 올라간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만능엔터테이너 같은 차가 BMW X3 x드라이브30e다. 가격은 x라인이 7,350만원, M 스포츠 패키지가 7,6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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