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ℓ 가솔린 터보에 48V 시스템 적용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특히 주력 세단인 E클래스의 활약은 이제 지겨울 정도로 오래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잘난 자동차라도 전동화 흐름을 피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벤츠도 E클래스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48V 시스템의 E클래스는 E350 4매틱이다. 시스템 추가로 인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E200, E300보다 높은 트림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스타일&상품성 E350을 포함한 10세대 E클래스는 정통 세단을 표방한다. 3박스 스타일의 차체를 수십 년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보다 유연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진화했다. 특히 외관을 감싸고 있는 모든 요소는 최신 벤츠의 디자인 정체성에 따라 가장 둥근 형태를 갖추게 됐다.
차명에 "AMG라인"이란 거창한 트림명을 붙인 이유는 내·외관 일부를 역동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앞 범퍼 흡기구 자리는 면적을 키우고 두 줄의 핀을 덧댔다. 알로이 휠은 얇은 14 스포크 형태로 구성해 차별화했다. 후면부의 범퍼는 머플러 팁을 감싸는 듯한 크롬 가니쉬를 덧댔다.
실내는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물씬하다. 옆으로 물결치는 듯한 대시보드와 하나의 패널로 연결한 계기판과 모니터, 원형 송풍구 등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AMG라인인 만큼 우드 그레인의 차분함보다 카본 트림의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AMG라인 전용의 세미 버킷 시트도 인상적이다. 두툼한 볼스터가 몸을 감싸는 느낌은 거칠게 운전하더라도 꼭 잡아줄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 편의품목은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을 담았다.
▲성능 동력계는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 299마력, 최대 40.8㎏·m를 발휘한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Q 부스트를 덧붙였다. 48V 시스템은 내연기관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전동화다. 주로 디젤 엔진에 장착했지만 이젠 가솔린도 피할 수 없다. 동력 전달에 저항을 일으키는 일부 전자 장치의 전압을 높여 별도의 모터로 작동시킨다. 이 경우 엔진의 동력을 온전히 차가 움직이는데 집중시킬 수 있어 이전보다 성능과 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다. 벤츠는 EQ 부스트, EQ파워(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의 세 전동화 단계를 이루고 있다.
48V 시스템이 동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만큼 운전자는 이 시스템의 성능을 명확히 알아채기 어렵다. 그러나 벤츠는 부스트 기능을 준비해 실용 엔진 회전구간(2,500rpm 이하)에서 기존보다 강한 힘을 느끼도록 했다. 실제로도 가속 감각은 가볍다. 굳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출력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 물론, 트윈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나 가변식 밸브 리프트 컨트롤 등의 시스템 덕도 있다. 이밖에 타력 주행 시 엔진 시동을 잠시 멈춰 연료 효율을 높이는 코스팅 기능도 지원한다. 이 차가 인증 받은 연료 효율은 10.2㎞/ℓ(복합 기준)다.
승차감은 만족스럽다. 어지간한 요철이나 노면의 충격을 아주 담백하게 걸러내는가 하면 아스팔트의 질감을 적절히 읽어 내기도 한다. 노면에 따라 대응하는 어질리티 컨트롤 서스펜션 덕분이다. 네 바퀴를 굴리는 4매틱은 주행 안정성을 돕는 요소다. 와인딩에서 제법 속도를 높여도 자신있게 헤쳐 나가는 영민함이 돋보인다. 안전품목은 능동형 주행 안전 시스템인 프리-세이프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등을 기본 제공한다.
▲총평 E350 4매틱은 벤츠가 "전동화? 별 거 없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존 내연기관과 별 차이 없고 뻔한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기반이 됐던 제품의 주행 감성이 워낙 높아 한 발짝 더 발전한 느낌이다. 가격은 8,840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시승]BMW도 합리적으로 타고 싶다면, X3 x드라이브30e▶ [롱텀 시승②]순정 내비 없으니 불편하네…K5 LPG▶ [시승]전성기 이끌 승부사, 푸조 2008 SUV▶ [시승]특별한 영국식 SUV, F-페이스 체커드 플래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