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기아차 노조가 회사와 벌인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천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 "기아차 정기상여는 통상임금"…생산직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
재판부는 직원들이 받은 정기 상여금 등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생산직 노동자의 근무시간 중 10∼15분의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고 토요일 근무 역시 "휴일 근로"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도 잘못이 없다고 봤다.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는 회사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이번 소송의 1·2심에는 2만7천여명의 노동자가 소송에 참여했지만 2심 판결 뒤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대부분 소가 취하됐다. 이에 따라 상고심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노조원 약 3천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2심 판결로 기아차가 약 2만7천명의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추가 임금은 원금 3천126억원에 지연이자까지 합쳐 약 4천223억원 수준이었다. 소송 참여자가 줄어든 비율대로 단순 계산하면 3천명에게 지급될 추가 임금은 약 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기아차 생산직 노동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법정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지급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인 급여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 노사합의로 소송 참여인원 10% 수준으로 줄어
1심은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그리고 일비 일부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원금 3천127억원과 지연이자 1천97억원 등 총 4천224억원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임금 추가 지급으로 기아차 측의 재정 부담이 늘 수 있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를 것으로 보지 않았다. 2심은 1심이 통상임금으로 본 중식비와 가족 수당만 통상임금에서 제외했을 뿐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사측이 지급해야 하는 원금은 1심보다 1억원 정도만 소폭 줄었다.
2심 재판부는 사측이 추가 임금 지급으로 부담해야 하는 "우발 채무" 비율은 매출액의 3.3%에 불과해 1심과 마찬가지로 사측에 추가 임금 지급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아차가 2008년부터 매년 연평균 1조7천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남긴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2심 판결 뒤 2019년 3월 노사는 상여금을 평균 월 3만1천원씩 올리고 평균 1천900여만원의 추가 급여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원 대부분이 소를 취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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