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지구를 생각한 시티라이프, 르노 조에

입력 2020년08월2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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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있는 외모와 최신 편의 품목 돋보여
 -합리적인 가격과 유지비로 누리는 도심형 전기차


 르노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도입을 일찍 시작한 회사다. 가솔린과 디젤차 중심이었던 유럽 내 다른 브랜드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친환경 시대를 대비하고 시장 선점에 따른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한 전략이다. 발 빠르게 준비한 덕분에 르노는 유럽 내 전기차 판을 선점했다.

 실제로 브랜드별 유럽 전기차 시장 누적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르노는 약 29만여대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놓고 봐도 르노는 총 4만1,633대의 전기차를 팔아 치우며 테슬라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차급으로 세분화해도 승용과 상용 전기차 모두 르노가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르노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소형차 조에, 상용차인 캉구와 마스터 총 4종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핵심 차종은 조에다. 소형 해치백 형태인 조에는 기동성과 효율을 강조하며 2012년 등장했다. 그간 차곡차곡 르노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심어왔고 꾸준한 판매대수로 인기를 증명했다. 

 그 결과 조에는 누적 21만6,057대와 함께 상반기 3만7,540대로 유럽내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셈이다. 그런 조에가 한국 땅을 밟았다. 탄탄한 만듦새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스타일&상품성
 겉모습은 소형 해치백 형태를 띠지만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실제로 조에는 길이 4,090㎜, 너비와 높이가 각 1,730㎜, 1,560㎜로 소형 SUV인 현대차 베뉴와 비슷한 체구를 자랑한다. 그만큼 아담한 소형차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회사는 르노 그룹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돼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특징이라고 차를 설명했다. 


 전체적인 형상은 동글동글하다. 라운딩으로 처리한 범퍼는 물론 후드의 윤곽선이 전면 중앙에 위치한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면서 차분한 이미지를 키운다. 크기가 작은 헤드램프는 날렵하게 다듬었고 주위를 감싸는 주간주행등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참고로 르노 조에의 모든 트림에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이 기본이다. 앞 범퍼에는 그릴과 안개등 주변에 크롬을 더해 고급감을 높였다.

 옆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캐릭터라인과 독특한 형상의 C필러가 특징이다. 도어가 지붕 위까지 말아 들어가 있어 신선한 느낌이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2열 도어 손잡이를 안쪽으로 숨겼다.

 뒤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마름모 모양의 테일램프는 간격이 멀고 크기가 작아 다소 심심하다. 그나마 램프 속 구성이 입체적이고 방향지시등이 안에서 바깥으로 스르륵 빛을 내는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 방식이어서 위안을 삼는다. 이 외에 둥근 범퍼와 트렁크, 가운데에 붙인 조에 레터링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실내는 르노삼성 XM3, 르노 캡처를 통해 봐 왔던 익숙한 모습이다. 도어 스위치는 물론 수직구조의 센터페시아와 각종 버튼의 모습도 전부 동일하다. 상품성 개선 제품답게 동급 최대의 10.25인치 TFT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에 "이지 커넥트"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적용된 터치방식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최신 전장 장비가 주는 힘은 크다. 요즘 흐름에 맞춘 세련된 차라는 이미지를 준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는 맛을 더하고 정보 전달도 훨씬 쉽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보스 오디오 시스템과 전자식 변속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오토홀드 포함),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능도 아낌없이 챙겼다.

 한 가지 인상 깊은 부분은 소재다. 르노 조에의 인테리어 내장재에는 친환경 소재가 쓰인다. 기본형인 젠(ZEN) 트림과 중간급인 인텐스 에코(INTENS ECO) 트림에는 도어 암레스트와 대시보드, 시트 등에 업사이클 패브릭이 활용됐다. 전기차의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르노의 노력이 엿보인다.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저렴하거나 허술한 부분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에코 소비자로서 자부심을 높여줄 감성 포인트가 된다.

 2열은 소형 세그먼트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무난한 공간이다. 머리 윗공간은 여유로운 편이지만 헤드레스트 일체형 1열 시트 때문에 시야가 다소 좁아 보이는 감은 있다. 반면,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평평하게 넣어 손해를 보는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바닥면이 깊고 양쪽에 침범하는 공간이 없어 물건을 반듯하게 넣을 수 있다. 폴딩 시트도 지원하기 때문에 비슷한 체급을 넘어 웬만한 소형 SUV와 비교해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성능
 르노 조에는 100㎾급 최신 R245모터를 장착해 최고 136마력, 최대 25.0㎏·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50㎞/h까지 3.6초 만에 도달하여 시내에서도 시원한 가속감을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시승 코스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출발해 서울 시내를 통과한 뒤 북악 스카이웨이까지 가는 길이었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조에 역시 고요하게 잠에서 깨어나 출발 신호를 알렸다. 가속페달 반응은 예민함과 거리가 멀다. 차분하고 부드럽게 앞으로 나가는 쪽을 택했다.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미국산 전기차와는 선을 긋는다. 덕분에 내연기관 차를 모는 것처럼 부담없이 도심을 달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차가 밋밋한 소형 전기차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욕심을 부러 조금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는 지체 없이 달려나간다. 기본적으로 전기 에너지가 주는 강한 힘을 아낌없이 전달한다. 작은 체구를 바탕으로 2.5ℓ 가솔린 엔진 정도의 토크를 가진 덕분에 체감 가속성능은 숫자를 뛰어넘는다. 소리 없이 발랄하게 달리는 모습은 저절로 운전에 흥미를 불어넣는다.

 즐거움은 코너에서 배가 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낮은 무게중심과 이상적인 무게 배분이 한몫했다. 여기에 8년간 다져온 유럽식 핸들링이 조화를 이뤄 깔끔하고 정확도 높은 코너링을 제공한다. 작아서 통통 튀고 가벼울 것 같았던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힘은 언제나 차고 넘치지만 차는 묵직하고 안정적인 자세로 최적의 와인딩 실력을 구현한다.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다. 더불어 만족스러운 라인을 그리며 굽이치는 길을 통과할 때면 전기차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절로 생긴다. 

 내리막길에서는 "B-모드"를 활용했다. 해당 모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 브레이크와 유사한 감속이 이뤄진다. 편안한 원 페달 드라이빙 경험이 가능해 운전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챙긴다. 막히는 도로나 장거리 주행에서 브레이크 페달의 사용 빈도도 줄일 수 있다. 

 조에의 B-모드는 이질감이 적고 자연스러운 감속을 유도한다. 급격히 차를 잡아 세워 꿀렁거리거나 멀미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별도의 회생제동 등급이 없어 다루기도 한결 편하다. 감속 시에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켜 배터리 충전도 이뤄지는데 생각보다 충전 속도가 빨라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유용할 듯하다. 

 르노 조에는 LG화학에서 만든 54.5㎾h 용량의 Z.E.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최장 309㎞(WLTP 기준 395㎞)를 갈 수 있다. 50㎾급 DC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 충전으로 약 150㎞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마이 르노"를 통해 운전자에게 충전 및 차 상태 정보 확인,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잔량, 주행가능 거리 등 원격 상태 확인은 물론 충전 및 공조 시스템 작동을 할 수 있다. 또 앱을 통해 충전소를 포함한 최적의 드라이빙 경로를 제공하는 "EV 스마트 루트 플래너" 기능도 제공한다. 약 1~2시간 시승행사로는 주행가능거리 효율과 각 기능을 다룰 수 없었다. 이 부분은 추후 시승차를 빌려 자세히 테스트 후 개재할 예정이다.

 안전 기능도 마찬가지다. 촉박한 시간과 도심형 시승코스 구조 상 신차에 들어간 안전 기능을 전부 확인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참고로 르노 조에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과 오토매틱 하이빔(AHL) 등 주행 안전을 위한 ADAS 기능이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여기에 인텐스(INTENS)와 인텐스 에코(INTENS ECO) 트림에는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BSW) 및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EPA)이 추가로 들어간다. 아울러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인 "Z.E. 보이스"는 3가지 사운드를 제공해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총평
 조에는 르노의 전기차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이다. 여기에 상품성 개선을 꾸준히 거쳐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었다. 그만큼 아담한 차체에 귀여운 인상만 보고 가볍게 얕잡아보면 큰 코 다친다. 르노의 최신 편의 및 안전 품목이 꼼꼼히 들어가 있고 균형감이 훌륭한 주행 느낌은 탈수록 즐거움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차를 다루기가 쉽고 부담이 적어 이상적인 친환경 시티카의 역할을 해낸다. 

 복잡한 고민 없이 합리적인 전기차를 원한다면 르노의 신상 전기차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에는 3개의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젠(ZEN) 3,995만원, 인텐스 에코(INTENS ECO) 4,245만원, 인텐스(INTENS) 4,395만원이다. 환경부의 국고 보조금 736만원과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 적용 시 서울시의 경우 최저 2,809만원, 제주도의 경우 최저 2,759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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