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가죽 장인과 협업한, 르반떼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입력 2020년08월2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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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실내 인상적
 -고급 감성 극대화한 마감 및 완성도 특징 


 마세라티는 평범함을 거부한다. 남들과 다른 차를 만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브랜드 탄생 초기 레이싱 DNA를 집어넣어 주목을 끌었고 예술가로부터 얻은 삼지창 로고 문양, 현대로 들어와서는 피아니스트, 작곡가와 협업한 배기음 등으로 일반 대중적인 브랜드와는 선을 그었다. 최근에는 나만의 개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에디션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르반떼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이다. 

 처음에는 이름만 거창한 에디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실물을 마주하니 단번에 착각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고급스러운 브론즈 색상이 3중으로 코팅된 겉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금색과 갈색, 청동색이 오묘하게 섞여 빛을 낸다. 매끄러운 도장 기술과 함께 무채색으로 가득한 도로 위를 한층 품격 있게 달린다. 여기에 블랙 브레이크 캘리퍼와 짝을 이루는 21인치 고광택 헬리오(Helios) 림 휠은 일반 르반떼와 성격을 분명히 나눈다.

 두 가지 특징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르반떼와 동일한데 큰 불만은 없다. 에디션만의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몇 가지 부분만 포인트를 살려 바꾸는 편이 더 낫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뜯어고치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르반떼는 기본 얼굴도 잘생겼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 커다란 그릴과 공기흡입구, 굵직한 주간주행등과 얇은 헤드램프까지 아직까지도 신선한 매력을 풍긴다. 팬더와 C필러 장식을 비롯해 트렁크에 붙은 필기체 레터링도 자꾸만 시선을 머물게 한다.

 실내 및 소재는 이 차의 핵심 포인트다. 차명인 "펠레테스타(Pelletessuta)" 역시 잘 짜인 가죽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인테리어 디자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작명했을 정도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손을 거쳐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고품격 경량 나파 가죽으로 이뤄진 펠레테스타는 특수한 설계 및 정교한 마감을 통해 제작한 가죽이 사용됐다. 얇은 나파 가죽 스트립을 교차 직조한 획기적인 소재로 독특한 디자인과 중독성 강한 감촉이 특징이다. 또 시트와 도어패널 곳곳에 아낌없이 둘러 화려함을 키웠다.

 천이나 가죽 외에 특수 소재를 적용할 경우 가장 많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 바로 마감이다. 때문에 운전석에 앉자마자 각 패널과 맞물리는 곳의 마감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훌륭하다. 문양이 끝나는 지점에 맞춰 정갈하게 마무리했고 단차가 보이거나 가죽이 우는 현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기블리와 르반떼를 수년에 걸쳐 만들면서 기본적인 조립 품질과 완성도가 크게 올라간 모습이다. 여기에 무광 우드로 마무리한 센터터널과 타공 스티어링 휠, 변속레버 앞에 붙은 에디션 명판이 가치를 더한다.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르반떼 S 그란스포트를 베이스로 만들었다. V형 6기통 3.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m를 발휘한다. 마세라티에 두루 쓰이는 엔진이지만 출력을 400마력대로 높인 덕분에 빠르고 폭발적인 가속감을 제공한다. 실제로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도 차는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엔진회전수는 순식간에 레드존 가까이 위치하고 속도바늘도 하염없이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다. 체감 속도도 빠르게 느껴져 마치 시야가 높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모는 것 같다. 

 맹렬한 질주에는 마세라티 특유의 소리가 한몫한다. 각 1,000rpm씩 구간을 나눠 새로운 음색을 들려주고 5~6000rpm이 넘어가면서는 천둥소리와 함께 주변을 압도한다. 클라이맥스로 다가가면 소리를 길게 끌다가 뻥하고 터진다. 이후 단수를 한 단계 올리고 힘차게 나갈 재도약을 마련한다. 변속 과정에서 들리는 소리의 향연은 아름답고 중독성 강하다. 길고 두툼한 패들시프트에 손이 가는 이유다. 

 이성을 차리고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주행을 이어나갔다. 평범한 주행에서는 서스펜션이 기대 이상의 만족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하지만 다른 마세라티 차들과 비교해서는 한결 차분하다. 딱딱하게 달라붙어 도로의 요철을 엉덩이 끝으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규칙한 노면을 의연하게 거르고 바닥 소음을 최소화해 쾌적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덩치와 차가 가진 세그먼트 성격을 고려하면 이상적인 조율이다.

 다만 강력한 엔진과 믿음직한 서스펜션 및 하체 세팅만 가지고 와인딩 로드에 들어가는 건 위험이 따른다. 전체적으로 차가 크고 길쭉해서 민첩성에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르반떼는 길이가 5m에 이르고 휠베이스도 3m를 훌쩍 넘는다. 무게도 2.3t에 육박해 극적인 코너링 공략은 쉽지 않다. 스티어링 휠 반응도 주어진 역할 이상의 날렵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정직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제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다행히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운전자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르반떼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굽이치는 산길에서 정신없이 조작하며 재미를 보는 차가 아니다. 도심 속에서 여유롭게 운전하며 나만의 차를 바라보는 시선을 즐기고 때로는 고속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며 즐거움을 맛보는 데에 초점을 둔다. 다른 브랜드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엔진음과 배기음은 덤이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마세라티 르반떼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긴 이름만큼 온통 특별한 감각으로 무장한 차다. 회사가 추구하는 희소성과 함께 남들과 다른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한다.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및 안전품목은 물론 플래그십 라인업에 속해있는 만큼 브랜드의 다양한 신기술도 대거 탑재했다. 

 여기에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가속감과 주행 감성을 높이는 각 요소들의 합도 뛰어나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SUV 시장에서 내 차의 가치를 독보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제품으로 손색없다.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국내 20대 한정 판매되며 가격은 1억9,2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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