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761마력, 최대 107.1㎏·m 발휘
-균형 잡힌 주행 완성도 및 접지력 우수 전기차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자동차 산업의 필수 요소가 됐다.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당연한 수순이다. 제조사들은 속속 새로운 형태의 전기차를 내놓는 중이다. 생산에 부담이 적고 대량 판매가 쉬운 실속형 전기차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고출력 전기차는 컨셉트카 개념으로 등장해 브랜드의 상징을 나타내는 데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스포츠카 시장을 리드해온 포르쉐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남다른 행보를 펼치는 중이다. 전기파워트레인의 강한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주행 노하우를 조합해 만든 ‘타이칸’이 주인공이다.
타이칸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스포츠카다. 이와 함께 양산 체제를 갖춘 고성능 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차로 테슬라 모델 S가 있지만 형태가 세단인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에서 마땅한 라이벌도 없다. 포르쉐는 타이칸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다시 한번 판을 이끌기를 원한다. 그들의 바람이 이뤄질지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1일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 타이칸 운전대를 잡고 직접 서킷을 돌았다.
▲성능 행사에 준비된 차는 타이칸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터보 S다. 93.4㎾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와 고성능 모터를 장착한 터보 S는 런치 컨트롤과 함께 최고 761마력의 오버부스트 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107.1㎏·m를 발휘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단 2.8초에 끝낸다. 최고속도는 260㎞/h로 제한했으며 주행가능거리(WLTP 기준)는 412㎞다.
노멀 모드에서는 전기차가 지닌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이 드러난다. 고요하면서도 미끄러지듯이 나가는 감각이 일품이다. 스로틀 반응도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다. 어마어마한 제원표 속 숫자를 감안하면 부담이 덜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당황스럽지 않다. 물론 풀 스로틀을 전개하면 일반 내연기관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순식간에 전달한다. 하지만 테슬라처럼 초반에 모든 전기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최대한 이질감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가속을 유도하기 위한 흔적이 보인다.
운전 모드를 레인지로 돌려 서킷 주행을 이어나갔다. 계기판 왼쪽에는 구동력 배분 표시 장치가 활성화되고 현재 전기 에너지가 어느 쪽 바퀴에 전달되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배터리 전압과 소모량, 충전 상태 등도 같이 표시돼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앞뒤바퀴 구동력이다. 생각보다 폭넓게 힘을 분배하고 차가 돌아나가는 방향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했다. 웬만한 사륜구동 스포츠카보다도 민첩한 감각이며 그만큼 깔끔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통과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차와 적응을 마친 뒤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운전 모드를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로 번갈아 뒀다. 터보 S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고치고 맹렬히 달려나간다. 전기 에너지를 한가득 땅에 쏟으며 차가 주는 이름의 의미를 되새긴다. 실린더가 압축과 팽창을 거듭해 터지면서 질주하는 감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결승선에 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스릴과 짜릿한 질주 본능은 어떤 차보다도 우위에 선다.
소리가 약간 아쉽다면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를 활성화하면 된다. 르망 레이스에서 활약한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의 사운드를 내 차에서 경험할 수 있다. 실내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천둥이 치거나 팝콘이 튀기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스포츠 주행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차고 넘친다. 오히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경주차의 소리가 사뭇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는 2단 변속기가 큰 역할을 한다. 1단은 정지상태에서 출발이나 또는 순간적이 가속이 필요할 때, 2단은 고속에서 효율과 출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최대 265㎾에 이르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은 일상 주행에서의 제동의 90%를 브레이크 없이 회생제동으로만 이뤄져 브레이크 패드의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가혹한 주행을 이어나가도 차가 쉽게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
4D 섀시 컨트롤은 타이칸의 운동성능을 극대화한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전자식 댐퍼 컨트롤과 함께 3챔버 에어서스펜션, 토크벡터링 플러스 등을 통해 어떤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준다. 긴 차체와 묵직한 배터리를 품고 있어도 911과 비슷한 움직임을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다.
특히 선택 가능한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은 최대 횡가속 상황에서도 바디의 롤을 0도에 가깝게 제어가 가능하다.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 밸런스를 미세하게 조정해 차의 균형 잡힌 움직임을 도와준다. 여기에 후륜 조향 시스템도 넣어 고속에서는 코너링에서 횡가속도를 증가시키고 저속에서는 회전반경을 획지적으로 감소시킨다. 이처럼 타이칸 터보 S는 성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품의 합이 어우러져 이상적인 주행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는 단순히 배터리가 아래에 있어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에 그치지 않고 완벽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주기 위해 노력한 포르쉐의 흔적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차는 정확히 몸을 틀고 언제든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코너를 정복해 나갈 수 있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테슬라 모델 S P100D와는 트랙에서 비교 불가다. 타이칸은 모델 S가 한 바퀴를 채 돌기도 전에 멀찌감치 차이를 벌린다. 한마디로 양산형 전기 스포츠카 분야에서는 당분간 타이칸을 따라올 차가 없을 듯하다.
▲디자인&스타일 흥분을 가라앉히고 페독으로 들어와 차를 자세히 살펴봤다. 첫인상은 다소 신선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동그란 눈망울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에어로다이내믹을 고려해 공기흡입구도 크기가 작아졌다. 동글동글하면서도 볼륨감을 살린 모습에서 그나마 이 차가 포르쉐 패밀리임을 알 수 있다.
곡선을 강조한 루프라인과 C필러,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캐릭터라인은 긴 차체와 어우러져 타이칸만의 새 포인트가 된다. 여기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가진 투톤휠과 대용량 디스크브레이크 및 캘리퍼는 고성능 차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뒤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가로로 얇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다른 포르쉐 라인업과 합을 맞추고 필기체 레터링과 두툼한 범퍼는 시선을 자극한다.
실내는 곡면으로 구성된 계기판이 인상적이다. 깔끔한 그래픽으로 각종 정보를 간략하게 전달한다. 수평형 대시보드를 비롯해 와이드 모니터, 중앙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는 여느 포르쉐와 같지만 센터 터널은 살짝 다르다. 공조장치를 포함해 실내 기능을 다룰 수 있는 버튼은 전부 터치 패널로 만들었고 아래에는 깊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변속 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작게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소재도 남다르다. 포르쉐 최초로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혁신적인 재활용 재료로 실내를 꾸며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엿볼 수 있다. 고급스러운 감각을 높이고 싶다면 개별 선택으로 소재 및 컬러를 바꾸는 걸 추천한다.
2열은 무난하다. 입구가 넓어 타고 내리기 편하고 전체적인 공간 자체도 광활해 이동 시 불편함이 없다. 두툼한 가죽을 여러 겹으로 붙여 입체적인 형상을 지닌 독립식 개별 시트도 만족스럽다. 다만 파나메라나 카이엔만큼 호화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필요한 편의 기능만 알차게 뽑아 실용적으로 꾸민 모습이다. 전기차 특성상 트렁크는 앞뒤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각 81ℓ와 366ℓ를 제공한다.
▲총평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는 전기 스포츠카의 정의를 새롭게 내린다. 단순히 강한 힘으로 빠르게 튀어나가는 게 아닌 최적의 균형을 갖춰 시대가 원하는 진짜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여기에는 수차례 르망 레이스 우승을 이끈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의 혁신적인 기술이 녹아 있다. 꾸준히 갈고닦은 실력을 양산차에 적용해 완성도 높은 전기 스포차카를 만들었고 시장을 이끌기에도 충분하다.
그만큼 여러번 서킷을 돌면서 능력과 가치를 확인했고 포르쉐가 가고자 하는 방향도 엿볼 수 있었다. 타이칸은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세운 바람직한 사례로 손색없다.
한편, 포르쉐코리아는 하반기 타이칸시리즈의 기본형인 타이칸 4S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타이칸 터보와 터보 S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먼저 내놓는 타이칸 4S의 판매가격은 1억4,560만 원으로 정했다. 터보는 1억9,550만 원, 터보 S는 2억3,36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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