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BMW 8시리즈 그란쿠페의 8가지 매력

입력 2020년09월1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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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율과 컬러, 럭셔리 GT카의 표본
 -변화 폭 큰 서스펜션 인상적


 BMW가 지난해 8시리즈 부활을 선언했을 때 자동차 마니아들은 설렘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차에 거는 기대와 의미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BMW가 20년 만에 8시리즈를 되살린 이유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커졌다. 특히 문 4개 달린 그란쿠페의 등장은 기존 쿠페를 상징하던 8시리즈를 벗어나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단순히 럭셔리 GT카 시장 확대가 아닌 의미심장한 목표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8시리즈 그란쿠페가 지닌 8가지 매력 포인트를 찾아 살펴봤다.

 1. 매력적인 황금비율
 8시리즈 그란쿠페가 가진 첫 번째 매력은 비율이다. 한눈에 봐도 일반적인 세단과 다른 독특한 비율이 눈에 들어온다. 크기가 상당한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파격적인 구성은 덜하지만 개성은 또렷한 모습이다. 8시리즈 그란쿠페는 길이 5,075㎜, 너비 1,930㎜, 높이 1,410㎜를 가진 꽤 커다란 차다. 

 비슷한 크기의 차를 찾자면 길이와 너비는 7시리즈와 거의 비슷하고 높이는 반대로 극단적으로 낮춰 4시리즈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다. 정면은 낮고 넓은 차체를 바탕으로 스포츠카가 떠오르고 반대로 옆은 늘씬한 길이를 바탕으로 세단 모습이 나타난다. 이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차 이미지를 풍긴다.

 이 외에 긴 보닛과 오버행, 날렵한 헤드램프 등이 조화를 이뤄 역동적인 쿠페 느낌도 난다. 무엇보다도 캐릭터 및 루프라인은 황금비율의 핵심 열쇠다. 먼저 진하게 흐르던 BMW 특유의 캐릭터라인은 8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다. 도어는 매끈하고 부드럽게 처리했고 앞바퀴 뒤 팬더를 따라 흐르는 진한 선만 살짝 추가했을 뿐이다. 

 뒤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는 유리창을 비롯해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붕선과 C필러 각도는 비율에 방점을 찍는다. 크롬 선을 추가한 사이드미러와 살이 얇은 20인치 M 스포츠 패키지 전용 휠도 멋을 더한다. 

 2. 시선을 사로잡는 뒤테
 아름다운 비율을 바탕으로 시선을 훔치는 뒤태가 두 번째 매력으로 작용한다. 슬림한 창문 디자인을 비롯해 클래식 스포츠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더블 버블" 루프 라인을 채택해 매력을 더했다. 보닛 끝을 살짝 올린 뒤 오목하게 말아 내려오는 형상은 디자인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모습이다.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BMW 짝수 시리즈와 맥을 같이하지만 입체적으로 다듬어 세련미를 강조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트렁크와 안정적인 위치에 정갈하게 붙인 번호판, 후방반사등도 이상적이다. M 패키지답게 투톤으로 처리한 범퍼와 양옆으로 살짝 파 놓은 보조개, 날카로운 디퓨저를 추가한 점도 좋은 구성이다. 또 사각 프리폼 테일파이프는 출력이 높은 차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지면에 닿는 275㎜ 사이즈의 광폭 타이어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뒤태다. 그만큼 가만히 서서 하염없이 뒤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무게중심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크고 살짝 시선을 낮춘 뒤 차를 볼 때면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자세도 살펴볼 수 있다. 실물과 함께 사진을 찍었을 경우에도 멋진 자태를 뽐내기 때문에 SNS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기에도 이만한 차가 없다.

 3. 몽환적인 시그니처 컬러
 컬러는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먼저 BMW는 파란색을 잘 다루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같은 파란빛을 가지고 채도를 폭넓게 조절해 다채로운 색을 선보인다. 소닉 스피드 블루, 블루스톤, 블루 리지 마운틴, 탄자나이트 블루, 언더블루스톤 메탈릭 등 종류도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시승차에는 은은한 파란빛을 내는 "바르셀로나 블루(Barcelona Blue)" 컬러가 칠해져 있다. 8시리즈에 새롭게 적용한 시그니처 컬러로 지금까지 BMW 차들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을 전달한다. 

 실제로 본 바르셀로나 블루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기본적인 색은 은은한 연하늘에 가까운데 차가 가진 굴곡진 음영에 따라서 전혀 다른 빛을 낸다. 특히 펄이 들어가 있어 빛의 반사에 따라서 영롱하게 광이 나기도 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고려청자를 보는 것처럼 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묵직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가볍거나 튀는 색이 아니어서 우아한 럭셔리 쿠페의 상징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8시리즈 그란쿠페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바르셀로나 블루 컬러를 꼭 실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4. GT카의 핵심 가치를 높이는 2열
 8시리즈는 1열보다 2열에서의 만족이 더 높다. 물론 7시리즈처럼 쇼퍼드리븐 성격이 강한 차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2열에서 누리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3,023㎜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가 큰 역할을 했다. 무릎 공간이 광활해서 전체적인 2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여느 GT카가 그렇듯 가운데 턱이 막혀 있음에도 좁거나 답답한 느낌이 없는 이유다. 

 특히 가운데 위치한 독립 공조장치는 가운데 턱 높이가 낮아서 조작이 한결 편하고 라인이 매끄러워 고급감을 살린다. 도어에는 버튼만 다섯 개가 있다. 옆은 물론 반대쪽 유리창까지 자동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햇빛가리개와 뒷 유리창 전용 선 블라인드, 2열 독립 선루프 버튼이다. 여기에 전체를 감싼 두툼한 가죽과 직간접 무드등이 조화를 이뤄 감성 품질을 극대화했다. 투톤 계열의 가죽과 스티치를 넣은 B필러 마감도 수준급이다.

 독립식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시트 무늬와 가죽 질감이 좋고 기능적으로도 완벽하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앉는 위치다. 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깊게 파 놓아서 시트에 쏙 하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안락함은 배가 되며 도어와 맞물리는 부분까지 아낌없이 가죽을 둘러 포근한 감각을 키운다.

 5. 자신감 높이는 하차감
 하차감이란 말 그대로 차에서 내릴 때의 감성과 느낌을 의미한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제로백(0→100㎞/h 가속 시간)", "주행질감" 같은 말처럼 하나의 어휘로 떠오르고 있다. 하차감은 차가 멈춘 뒤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이른바 "남들의 시선"이 핵심이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탑승자는 주목받는 과정을 꺼리기보다는 일종의 자부심이자 존재감으로 여긴다. 때문에 자동차를 타면서 느끼는 감성인 승차감과는 다른 가치로 급부상 중이다. 

 하차감에서는 8시리즈를 따라올 차가 많지 않다. 어느 길에서 내리던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프레임 리스 도어와 여러 가죽으로 마무리한 안쪽 패널, 곡선을 강조한 선의 흐름이 우아한 하차감을 돕는다. 역동적인 성격이 강한 메르세데스 AMG GT 4도어 쿠페나 포르쉐 파나메라에서는 볼 수 없는 감각이다. 그만큼 8시리즈의 우아한 하차감은 BMW 라인업을 넘어 라이벌 중에서도 으뜸이다.

 6. 극과극 성격을 지닌 서스펜션
 시승차는 840i x드라이브로 직렬 6기통 3.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을 넣어 최고 320마력, 최대 50.99㎏·m를 발휘한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주는 풍부한 성능을 바탕으로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 변속기가 높은 열효율을 발휘한다. 파워트레인 합이 뛰어나 경쾌하고 시원스러운 가속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숨은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서스펜션이다. 8시리즈에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기본 탑재된다. 차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흡수력을 지는 만능 부품이다. 여기에 기본적인 댐핑 폭이 커 주행모드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차를 타고 있는 것은 착각이 든다. 에코 프로와 컴포트 모드에서는 한없이 차분하게 몸을 낮춘다. 

 요철과 불규칙한 굴곡을 의연하게 흡수하고 실내 진동을 최소화한다. 지면에서 살짝 떠 있는 상태로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나가는 느낌이다. 플래그십 세단과 맞먹는 승차감을 구현하고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운전에 대한 피로와 스트레스도 크게 줄어든다. 장거리 크루징에 적합한 GT카의 본성이 드러난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역동적인 스포츠 쿠페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서스펜션은 한층 단단해지고 댐핑 범위도 바짝 조여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도로 위 미세한 변화를 빠짐없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과 엉덩이 끝으로 차가 주는 피드백을 읽고 대처할 수 있다. 빠르고 즐겁게 드라이빙이 가능하며 울퉁불퉁한 도로를 만났을 때 오히려 자신감을 높여준다. 한 대의 차로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 수 있는 반전 매력을 지닌 서스펜션이다.

 7. 믿고 맡기는 주행보조장치
 8시리즈의 방향과 본분은 GT카다. 장거리 주행을 편안하고 부담 없이 즐기기 위해 만든 차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행보조장치가 절대적이다. 예외 없이 드라이브 어시스턴스 시스템이 다양하게 들어간다.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티어링 및 차선 컨트롤 어시스턴트, 차선변경 및 이탈 경고, 측면충돌 방지/회피 보조 장치를 포함한 차선유지 어시스턴트, 교차 차량 경고 기능을 기본으로 갖췄다. 

 반응은 한층 정교하고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주행을 보조한다. 특히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내 차의 주행 상태와 앞차와의 거리, 양옆 차선의 차들까지 표시해 주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을 오랜 시간 잡지 않을 경우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점등이 되며 경고하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꾸준한 개선을 거쳐 탄탄한 완성도로 무장한 주행보조장치는 8시리즈를 다루는 데에 가장 유용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8. 숫자 8에 새겨진 진정한 의미
 마지막 매력은 숫자 "8"이다. BMW그룹에서 숫자 8이 의미하는 상징성은 매우 높다. 차 이름에 붙은 가장 큰 숫자를 넘어 최고를 향한 특별한 제품에는 전부 8이 사용됐다. 신형 8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제품이자 BMW가 쌓아온 스포츠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차다.

 지난 198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8시리즈는 1976년부터 1989년까지 생산된 6시리즈의 대체 차종으로 개발됐다. 최첨단 장비와 고성능을 내세우며, 팝업 헤드라이트와 V12 엔진을 장착한 광활한 보닛이 주목을 끌었다. 이후 1999년까지 판매된 후 다시 6시리즈한테 자리를 내줬고 재정비를 거쳐 20년 만에 부활을 알렸다.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숫자 8인 만큼 BMW의 열정과 집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감성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최첨단 편의 및 안전 기술 등 럭셔리 세그먼트 최상위 제품에 걸맞은 모든 요소들이 집약돼 있다. BMW 8시리즈는 존재와 이름의 가치만으로도 오너의 자부심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또 실망시키지 않을 8가지 매력과 함께 시간이 깊어질수록 진한 감동을 남긴다. 가격은 840i x드라이브 M 스포츠 쿠페가 1억3,800만원, 그란 쿠페가 1억3,410만원, 840d x드라이브 M 스포츠 그란 쿠페가 1억 3,5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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