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 명품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드슨이 저가 경쟁과 고율의 관세를 견디지 못하고 세계 최대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인도에서 발을 뺀다.
25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할리 데이비드슨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인도에서 판매·제조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9년 인도에 진출, 2011년에는 부품 조립공장까지 설립한 할리 데이비드슨은 현지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할리 데이비드슨이 연간 오토바이·스쿠터 판매량 1천700만대에 달하는 인도 시장을 접기로 한 것은 관세 부담과 저가 경쟁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AFP통신은 "인도 정부가 100%에 달하던 관세를 50%로 낮춰줬지만 할리 데이비드슨은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인도 시장에서 동력을 얻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인도 오토바이 시장은 현재 토종 브랜드 히어로와 일본 업체 혼다의 중저가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아직 인도의 소득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 고급 브랜드인 할리 데이비드슨이 설 자리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할리 데이비드슨의 연간 판매량은 평균 3천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 데이비드슨의 철수는 외국 기업 유치를 통한 제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인도 정부의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무역 장벽과 현지 사업 여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2017년 현지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포드는 지난해 현지 생산 시설을 인도 업체 마힌드라와의 합작 회사에 넘겼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는 최근 인도의 높은 세금 체제 때문에 현지 사업을 더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가 할리 데이비드슨에 고율의 관세를 물린다며 인도를 "관세의 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BBC방송은 "할리 데이비드슨의 인도 시장 철수는 미국과 인도 간에 진행되는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도 외교적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