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더욱 정교하고 단단해진 BMW 5시리즈

입력 2020년10월0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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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한 변화로 완성도 높인 베스트셀링카
 -주행 피로도 줄이고 안락한 감각 키워 


 BMW코리아에 5시리즈는 각별한 차다. 전체 판매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프리미엄 독일 브랜드 저변 확대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한국시장에 대한 본사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반면 2년 전 화재 사태 때는 중심에 서면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5시리즈와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특히 7세대 5시리즈의 경우 2020년 세계 판매 1위 시장이 한국이고, 7만7,000여 대의 누적 등록대수를 자랑한다. 
 

 한국인들의 5시리즈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본사의 지원도 각별하다. 지난해 11월 피터 노타 BMW 세일즈 마케팅 총괄이 부분변경 5시리즈를 2020년 월드프리미어로 한국에서 공개한다고 밝힌 점도 그런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영향에도 지난 5월 한국 최초공개 약속을 지켰고 글로벌 출시시기와 맞물려 국내에도 빠르게 판매를 시작했다. 커진 차체와 개선된 편의 및 안전기능으로 돌아온 5시리즈가 한국땅에서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확인했다.

 ▲디자인&스타일
 신형 5시리즈는 얼핏 보면 크게 바뀐 부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각 세부 요소를 살펴 보면 제법 많은 변화가 드러난다. 먼저 차체 길이가 길어졌다. 구형보다 27㎜ 늘어나 비율이 한층 역동적이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한 키드니 그릴은 크기를 살짝 키웠다. 옆에 붙은 헤드 램프는 "L"자형 주간주행등을 적용해 인상이 또렷하다. 램프는 어댑티브 LED 타입이 기본이며 540i와 M550i는 레이저 하이라이트를 채택했다. 범퍼는 날카롭게 다듬어 역동성을 강화했다. 주간주행등 라인에서 길게 이어져 내려오는 것 같은 통일감도 준다. 공기흡입구는 한층 커졌고 중앙에는 반자율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종 센서가 있다.


 측면은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비율을 갖췄으며, 세련된 디자인의 19인치 휠이 변화의 전부다. 후면은 테일 램프가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크기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3D타입으로 변신해 신선하다. 또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둘러 선명해졌다. 4각 형태의 배기파이프는 스포티한 매력을 풍긴다.

 실내도 외관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변화 대신 사용편의성을 높이고 실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키웠다. 여기에는 최신 OS 7.0을 적용한 차세대 i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했다. 각종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처리속도와 연동성도 빨라졌다. 그 중에서도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사용하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은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확인,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직접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고도 내 차와 연관된 각종 소프트웨어를 알아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또 신용카드 형태의 NFC 기반 "키 카드"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도어록 잠금/해제, 시동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디지털 키"도 마련했다.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차의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개인비서" 기능은 신선하고 놀라웠다. 예를 들어 빗방울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늘 날씨에 맞게 세팅해줘"라고 말하면 차는 알아서 창문을 올리고 선루프 덮개를 닫는다. 주행모드는 스포츠에서 일반으로 조정하고 잔잔한 음악과 무드등을 변경한다. 1주일 날씨를 알려주거나 메시지 및 뉴스를 읽어주기도 하는 친절한 가상비서다. 잘 활용한다면 흥미롭고 유용한 알짜 기능이다. 

 실내 소재로는 대시보드를 인조가죽으로 덮었고 변속레버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해 고급스럽다. 시트는 520i의 경우 다코타 가죽, 나머지 트림은 모두 나파 가죽이 기본이다. 스티치의 형상이나 우드 패널의 위치, 직관적인 무드등은 전부 구형과 같다.

 중형 세단답게 2열 좌석은 넉넉하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은 물론 시트 크기도 넉넉해 여유롭게 앉아 이동이 가능하다. 가운데에는 전용 공조장치 버튼과 송풍구, 충전포트, 컵홀더 등 필요한 기능으로 알차게 구성했다. 다만 4존 에어컨은 530i부터 적용하고, 선블라인드와 "스르륵" 차문을 잠그는 소프트 클로즈는 540i 이후부터 기본으로 들어간다.
 

 ▲성능
 시승차인 530i의 엔진은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으로 최고 252마력, 최대 35.7㎏.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6.1초,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50㎞다. 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2.0㎞를 실현했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을 때의 감각은 영락없는 세단이다. 고요하게 앞으로 나가며 차분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품격있게 달린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도 예민하지 않다. 여유롭게 엔진회전수를 올리면서 도로 위 흐름에 적응한다. 단단할 것 같은 독일차 특유의 승차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잘 세팅한 서스펜션은 도로 위 잔진동을 의연하게 거르고 안락한 이동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활용하면 만족은 배가된다. 액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 어시스트, 충돌회피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전 트림에 기본으로 채택했다. 작동이 복잡하지 않고 구현 시 그래픽 표시도 간결해 자주 사용하게 된다. 특히 차선을 바로잡아주는 기술은 라이벌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침착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 운전자의 당황스러움을 최소화한다. 오랜 시간 손을 놓고 있으면 경고등과 함께 진동으로 주의를 알린다. 또 계기판을 통해 주변 차의 상태까지 표시한다.

 그 결과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 기술에 의지하며 편안한 크루징을 이어나갔다. 피로도가 크게 줄어들고 차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기분 좋은 크루징을 마친 뒤 인적이 드문 국도로 나왔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는 순간 차는 재빨리 성격을 고치고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다.



 차는 굵직한 소리를 내며 화끈하게 속도를 올린다. 예민해진 스로틀 반응에 맞춰 rpm 바늘이 춤추고 스티어링 휠은 무게추를 단 것처럼 묵직해졌다. 말랑했던 승차감은 사라졌고 스포츠성 짙은 세단으로 변모했다. 원하는 만큼 정직하게 코너를 돌아나가고 깔끔한 탈출을 보여준다. 3시리즈처럼 거동이 경쾌하거나 4시리즈처럼 무게중심이 낮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BMW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운전의 즐거움은 그대로다. 

 30~40분의 시승코스에서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는 없었지만 고속 코너링은 물론 B급 도로가 이어져도 차는 탄탄한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크기와 길이에서 오는 한계가 있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똑 부러지는 5시리즈와 함께 짧지만 유쾌한 시승을 마쳤다.


 ▲총평
 외관이 많이 달라지지 않은 신형 5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주행을 해보니 반전이었다. 꼼꼼히 차를 다듬고 개선해 최적의 상품성을 구현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티가 나는 부분이 없어 신차를 샀다고 자랑하기에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대신 완성도를 높인 주행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각종 편의 및 안전품목을 더해 활용성을 높였고 이는 주행하는 내내 유용했다. 중형 세단이 가져야 할 본질을 지키면서 BMW 특유의 가치관도 흔들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기존 마니아들에게는 더욱 명확한 선택지가 됐고 독일차에 대한 편견이 있던 소비자도 끌어들일만한 매력을 갖췄다. 부분변경으로 거듭난 BMW의 효자차종은 작지만 큰 변화를 거쳐 다시 한 번 시장을 휘두를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
 

 신형 5시리즈는 국내에 520i와 530i, 530i x드라이브, 540i x드라이브, M550i x드라이브로 구성한 가솔린 라인업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채택한 디젤 523d 및 523d x드라이브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530e로 판매한다. 가격은 6,360만~1억1,64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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