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랭글러 영역의 확장, 지프 글래디에이터

입력 2020년10월09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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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에 적재함 더한 차체 구성, 트럭보다 오프로더 성격 강해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30여 년만에 돌아왔다. SUV 기반 픽업트럭인 제품 특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바탕이 되는 차는 왜고니어에서 랭글러로 바뀌었다. 그 만큼 오프로드 성능에 대한 기대치는 예전보다 커졌고 제품의 정체성도 확연해졌다. 그래서 "글래디에이터가 트럭이냐 오프로더냐"에 대한 답은 차에 오르기 전 선입견처럼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글래디에이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랭글러에 작은 적재함을 올리다
 글래디에이터의 외관은 랭글러 5도어의 트렁크를 잘라내고 적재함을 얹은 형태다. 길이는 적재공간을 키우기 위해 랭글러보다 715㎜ 긴 5,600㎜까지 늘었다. 전면부는 둥그런 헤드 램프, 7슬롯 그릴, 펜더에 꽂아놓은 LED 주간주행등, 날개 모양으로 뻗은 범퍼 등이 랭글러 루비콘과 똑같다.



 측면은 차체를 절반으로 나눠서 봤을 때 앞부분은 랭글러와 일치한다. 그러나 뒷부분은 C필러 뒤로 적재함을 얹어 전혀 다른 느낌이다. 특히 적재함의 무게 배분을 위해 휠베이스(3,490㎜)를 랭글러보다 480㎜나 늘려 비례가 색다르다.



 후면부는 랭글러와 픽업트럭의 조형성을 잘 버무린 모양이다. 항상 트렁크 도어에 붙어 있던 랭글러의 스페어타이어는 적재함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뒷유리 중앙엔 개폐가 가능한 슬라이딩 글라스를 마련했다.




 실내는 랭글러 루비콘과 동일하다. 원형 송풍구, 8.4인치 모니터, 도어 탈부착을 고려한 센터페시아의 윈도 스위치도 여전하다. 오프로드 주행 후 원활한 실내 청소를 위해 고무매트도 준비했다. 뒷좌석은 공간활용도를 더 강조했다. 등받이를 아래로 접거나 엉덩이받이를 위로 접을 수 있어 큰 물건을 실내에도 들일 수 있다. 좌석 아래엔 수납함을 배치했고 탈착 및 충전이 가능한 블루투스 스피커도 끼워 넣었다.






 지붕은 랭글러의 전통대로 탈부착이 가능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천장은 레버 조작으로 쉽게 떼어낼 수 있다. 뒷좌석 천장과 뒷유리를 포함한 일체형 톱은 볼트 몇 개를 풀고 열선 배선을 분리하면 탈거가 가능하다.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컨버터블 픽업트럭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최대 200㎏을 실을 수 있는 적재함은 길이 1,531㎜, 너비 1,442㎜, 높이 445㎜의 크기다. 내부는 화물 적재 시 패널 손상을 막기 위해 스프레이 인 베드라이너를 씌웠다. 우측편엔 카고 램프, 230V 단자 등 캠핑에 유용한 품목을 준비했다. 적재함은 차와 잘 어울리는 캔버스 소재의 롤 커버를 기본 제공한다.



 ▲오프로드에 맞춘 주행 성능은 여전
 엔진은 최고 284마력, 최대 36.0㎏·m의 V6 3.6ℓ 가솔린을 얹었다. 이 엔진은 자연흡기 대배기량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고 강한 성능을 드러냈다. 최고출력은 국내 출시한 랭글러의 2.0ℓ 터보(272마력)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회전수를 끌어올리는 느낌이 여유롭다. 2.0ℓ 엔진과 공유하는 8단 자동변속기는 생각보다 변속시점이 늦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연료효율은 엔진 배기량이 큰 만큼 낮다. 인증받은 효율은 6.5㎞/ℓ다. 실제 평균 효율은 6.9㎞/ℓ가 나왔다.



 글래디에이터의 하체는 오프로드에 맞게 최적화했다. 서스펜션은 폭스 쇼크업소버를 채택했다. 주행은 물론 적재를 염두에 둔 설정이다. 타이어는 오프로드 전용인 BF굿리치의 머드-터레인 T/A를 끼웠다. 투박한 질감 때문에 온로드에서는 승차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트럭에 오른 느낌이다. 그러나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체 조건은 진입각 40.7도, 램프각 18.4도, 이탈각 25.0도로 전반적으로 랭글러보다 낮지만 기본기가 워낙 탄탄해 문제될 게 별로 없다. 도강 가능 수심은 760㎜를 확보해 웬만한 개울가는 다 건널 수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구동방식을 바꿀 수 있는 트랜스퍼 케이스 외에도 양쪽 앞바퀴의 스트럿을 끊어 자세를 바로잡는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와 트루-록 디퍼런셜, 오프로드 플러스 모드 등의 구동 및 섀시 제어 기능을 담고 있다. 시승하는 동안 돌밭과 물길, 진흙탕을 넘나들었지만 제기능을 다 안써도 될 정도로 글래디에이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마치 길이 아닌 곳에서 어떻게든 달려보라는 것처럼 운전자의 도전 의지를 일깨우는 것 같았다.


 ▲랭글러의 새로운 가능성
 글래디에이터는 랭글러의 영역을 확장시킨 또 하나의 랭글러다. 트럭보다는 길이 아닌 곳도 과감하게 달릴 수 있는 오프로더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검투사"란 뜻의 차명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차에 오르면 이름처럼 거침없이 수풀을 헤치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뽐낸다. 비록 적재공간은 여느 픽업트럭보다 활용도가 적지만 개방형 트렁크로서의 쓰임새는 충분하다.



 판매가격은 6,99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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