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진화한 실내·외 상품성
-미니밴 기본에 충실한 설계 카니발은 1998년 1세대로 등장했다. 당시 "봉고차"로 불리던 1박스 승합차들의 경쟁 속에서 카니발은 "힘좋고 연비 좋은 미니밴"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에도 카니발은 9인승과 11인승 미니밴으로서 "승객 수송" 측면에 집중했다. 그러다 3세대부터 7인승 가솔린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고 4세대 들어서는 아예 주력을 7인승으로 잡았다. 더이상 "크고 합리적인" 패밀리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전략에서다. 이제는 대체불가한 인기 차종으로 자리잡은 카니발 7인승 디젤을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3세대보다 외부 디자인이 많이 변했다. 기아차 정체성과 미니밴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독창적인 모습이다.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오케스트라의 무대 퍼포먼스를 컨셉트로 형상화했다. 그릴의 상하단부에는 기아차 아이덴티티를 살짝 녹였다. 헤드램프는 커버가 없이 상하향등이 그대로 노출되는 타입이다. 헤드램프와 연결된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의 역할을 함께 한다. 이제는 방향지시등이 활성화하면 주간주행등은 비활성화 상태가 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적어도 전면부의 램프류는 모두 LED 형태다.
측면은 벨트라인 아래의 캐릭터라인이 헤드램프 상부 끝단부터 리어램프 하부 끝단까지 이어진다. 그 라인에 맞춰 2열 슬라이딩 도어레일의 라인을 맞췄다. 자칫 라인을 넣다보면 도어레일의 라인과 어긋날 수 있을 것인데 섬세함에 신경을 많이 썼다. 1열과 2열 도어 하단부는 크롬이 살짝 들어간 우레탄 몰딩으로 MPV 효과를 넣었다. 최근 기아차 디자인 중 1열 윈도우는 A필러 끝부분이 엣지 스타일로 변경됐다. 셀토스와 쏘울도 유사한 형태로 기아차만의 스타일을 입혔다.
C필러의 크롬 가니쉬는 쏘렌토의 가니쉬보다 확장됐다. 측면부를 보면 대형 SUV를 떠오르게 한다. 카니발에도 2채널 방식의 도어핸들을 적용했다. 손잡이를 잡으면 잠금이 해제된다. 하지만, 1열과 2열의 도어핸들 버튼이 다른 것은 아쉬움이다. 2열에도 1열과 같은 방식의 정전식 도어핸들 버튼을 적용해 슬라이딩 도어의 열림 용도로 사용하기보다는 잠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채널 방식의 도어핸들이라면 잡아 당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라이딩 도어를 열 수 있다.
후면은 이전보다 세련됐다. K5나 K7 후면부처럼 일자 방식의 후미등이 마치 개발 컨셉트인 "커넥팅 라이프"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하지만 후진등과 방향지시등이 범퍼 하단에 내장된 것은 아쉽다. 뒷 차와의 작은 접촉이나 접촉사고에도 하단부 등이 쉽게 망가질 수 있어 보인다.
실내는 3세대에 적용된 노하우에 최신 트렌드를 접목했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넣었다. LCD 화면은 이제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이테크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다. 물론 옵션이나 상위 트림에 적용되는 것으로 추가 지불을 감수해야 한다. 시승차에는 전좌석 세이프티 윈도우가 적용됐다. 7인승이라 확장형 센터콘솔도 적용돼 2열을 위한 서랍과 선반이 내장된다. 그러나 1열의 센터콘솔 내부공간이 3세대보다 다소 적다. 물론 도어포켓과 센터콘솔 사이드포켓, 센터 컵홀더 및 핸드폰 거치홀더, 무선 충전홀더 등이 마련되어 수납부분에 대한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센터페시아의 스위치는 터치식으로 변경됐고 반응은 즉각적이다. 다만 오디오를 비롯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작동하기 위해 손을 가져가다 보면 공조기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야간 운행 시 전조등을 점등하면 대부분 버튼에 불빛이 점등된다. 하지만 룸미러 뒤 룸램프가 위치한 오버헤드 버튼에는 전등이 없다. 지하 주차장이나 심야 어두운 곳에서 선루프 작동 스위치나 룸램프, UVO, SOS 스위치 찾기가 어렵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는 8웨이 조절방식에 운전석에만 전동식 요추 지지대가 적용되고 조수석에는 미적용이다. 7인승의 2열 공간에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적용됐는데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원터치 릴렉션 모드, 파워 리클라이닝 및 레그서포트가 추가됐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후, 좌우 수동 슬라이딩은 기본이다. 등받이 각도를 전동조절로 움직이면 팔걸이의 각도가 연동돼 자동으로 변경된다. 9, 11인승 시트의 2열 팔걸이 각도는 수동조절이다.
7인승의 경우 2열 시트의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좌석을 좌우 슬라이딩해 가운데로 모아야 한다. 후륜의 휠하우스공간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래야 최대로 뒤로 눕힐 수가 있다. 두 시트 사이의 간격은 좁아져 시트 조절 버튼을 2인이 동시에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9, 11인승은 시트 레일을 2열과 3열을 각각 구분해 기존 3세대에서의 불편함을 없앴다.
4세대 7인승에서는 2열 빌트인 시트벨트가 적돼 등받이가 어느 각도로 변경돼도 탑승자의 안전벨트 착용감이 좋다. 9, 11인승에는 C필러 장착 시트 벨트가 적용된다. 7인승의 3열 시트는 6:4 분할 싱킹시트가 적용됐다. 중간 좌석의 안전벨트도 3점식이다. 다만 시트 싱킹을 위해 루프에서 가슴부위 벨트를 빼내어 사용해야 한다. 트렁크 공간은 3열 시트를 사용해도 제법 공간이 넓다. 깊이가 깊어 여유롭다. 거기다 3열 시트를 싱킹하면 더욱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9인승의 3열 팁업&슬라이딩 시트는 공간활용을 위한 좋은 아이템이다.
▲성능 동력계는 2.2ℓ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 202마력, 최대 45㎏·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구성됐다. 가솔린 엔진은 200㏄ 배기량을 키웠다. 동력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동력계를 적용하고 차체 내·외장의 상품성을 더욱 키우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동을 걸기 위해 시동스위치를 누르니 클러스터가 화려하게 깨어난다. 12.3인치의 클러스터는 시인성이 좋다. 세월이 좀 지나면 아날로그 방식은 사라지는 날이 곧 올 수도 있을 법하다. 시승을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가니 마침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실내로 제법 들릴 것 같았지만 조용하다. 와이퍼를 작동시켰으나 아쉽게도 우적감지 와이퍼는 적용되지 않았다. 뒷유리 와이퍼의 간헐식 모드를 작동시켜보니 단순 왕복 움직임이다. 최근 몇몇 차량들은 뒷유리 와이퍼의 간헐식 모드에 반대편으로 움직인 후 시간 차이를 두고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오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방식이 뒷유리 와이퍼 장착 차종에 효과적일 듯하다.
시내 도로에서 신호대기나 정차 시에는 ISG가 작동했다. 다만 출발 시 브레이크 패달에서 발을 뗌과 동시에 가속 패달을 밟을 경우 재시동 이후 변속기와의 동력 연결에서는 아주 찰나의 지연이 있다. 또 ISG와 오토홀드 기능이 동시에 작동될 경우 가속 패달을 밟아 시동을 걸고 차가 움직일 때까지도 찰나의 지연이 발생한다. 다소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기에 매끄러운 ISG를 위해 시동 후 엔진과 변속기와의 동력전달 타이밍을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시내도로를 빠져나와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렸다. 시속 100㎞는 대략 1600rpm 부근이다. 최대 토크가 1750rpm에서 생성되기에 6~8단 기어가 적용되는 시점인 시속 70~110㎞의 주행이 편하다. 물론 시내 주행도 디젤의 토크로 인해 편한 주행이 가능하다. 약 40㎞의 거리를 달려본 결과 시속 90㎞ 부근대의 정속 주행에서 17.3㎞/ℓ의 연비를 나타냈다. 교통체증이 없는 고속도로 장거리 연비의 경우 공인연비는 충분히 발휘할 것 같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차로 이탈방지보조와 차로 유지보조를 작동시켜 보니 차선이 다소 흐려 보여도 인식을 했다. 동시에 핸들이 차로 중심을 잡기 위해 조금씩 좌우로 움직임을 수행했다.
일반도로 시승 시 실내 잡소리는 없었으나 3열 시트 싱킹 시 고정이 되지 않아 요철 구간을 넘을 때 시트가 위, 아래로 움직이는 "쿵" 소리가 났다. 3열 시트 싱킹 시 락 기능이 있으면 좋을 법하다. 더불어 바닥 면이 평평하게 싱킹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이다. 오히려 9인승의 4열 시트가 7인승의 3열보다 더 평평하게 싱킹이 되는 듯했다. 3열 시트 싱킹 시 실내 평탄화가 가능하다면 차박이 유행하는 요즘 좀 더 편안함을 제공할 것이다.
▲총평 모든 신차는 각 차종에 맞는 개발 컨셉트가 제일 중요하다. 4세대 카니발의 개발 컨셉트는 이전보다 고급스러움에 한발 가까워졌다. 물론 승차인원과 파워트레인, 각종 옵션을 소비자 입맛에 맞게 조합하면 합리적인 미니밴부터 고급스러운 리무진까지 선택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2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간 카니발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와 취향도 그만큼 많이 달라졌다. 4번의 발전을 거듭하며 이러한 목소리에 귀기울인 카니발이 새삼 대견하다. 시승차는 카니발 디젤 7인승 시그니처에서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빠진 구성으로 가격은 4,800만원이다.
박재용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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