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SUV 수준 트렁크 확보
-알찬 수납 및 실용적인 구성 돋보여 티볼리의 롱보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티볼리가 부분변경되면서 생산을 중단한 지 약 1년 만이다. 티볼리 대비 판매가 신통치 않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잠시 사라졌던 티볼리 에어는 최근 떠오르는 레저 및 차박 트렌드에 맞춰 시장 재도전을 노린다.
핵심이 되는 공간의 장점을 내세워 쌍용차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안전 및 편의 품목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 티볼리 에어가 침체된 쌍용차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전체적인 생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시승행사를 통해 직접 확인해봤다.
가장 먼저 확인해 본 부분은 트렁크다. 쌍용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언택트 열풍과 함께 레저 활동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최적의 공간을 가진 소형 SUV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렁크는 기본 720ℓ를 확보했다. 370ℓ의 현대 코나는 물론 400ℓ 대를 지닌 기아 셀토스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보다도 월등한 숫자다. 심지어 한 체급 위인 신형 싼타페(634ℓ)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2열 폴딩 시에는 최대 1,440ℓ까지 확장된다. 이와 함께 기본적인 길이만 봐도 1,879㎜에 달해 성인 남성도 편안히 차박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2단으로 나눠져 있다. 아랫부분을 전부 활용할 경우 제법 높은 짐도 손쉽게 넣을 수 있다. 또 양옆에는 여분의 수납 밴드와 고리, 소켓 등이 마련돼 있어 편의성을 더한다. 반대로 평탄화는 다소 아쉽다. 2열을 접었을 때 완벽한 풀-플랫은 되지 않는다. 에어매트 등을 올려 평탄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머리 위공간이 나오지 않아 다소 좁다고 느낄 수 있다. 넉넉한 길이와 폭을 바탕으로 세미 캠핑과 차박을 즐긴다면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트렁크 외에도 전반적인 공간은 쓰임새가 좋다. 2열의 경우 시트 위치가 낮고 문이 열리는 각도가 넓어 상대적으로 광활해 보인다. 여유로운 무릎 공간을 바탕으로 가운데 턱이 거의 없어 성인 남성 세 명이 탑승해도 문제없다. 이와 함께 도어 안쪽과 글러브 박스 등이 깊고 넓어 활용도가 높다.
실내는 기존 티볼리와 동일하다. 큼직한 세로형 센터페시아를 바탕으로 유광 블랙 패널을 가득 둘러 화려함을 키웠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AVN 스크린을 포함하는 블레이즈 콕핏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응답 및 연동성이 빠르고 그래픽이 훌륭해 보는 맛이 난다. 커넥티드가 서비스 인포콘과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통풍 시트와 휴대폰 무선 충전 장치, 선루프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품목도 알차게 챙겼다.
안전 기능으로는 차선 유지보조(CLKA), 후측방접근 충돌방지 보조(RCTAi), 탑승객 하차보조(EAF) 등 10여가지가 넘는 주행보조시스템이 탑재됐다. 다만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거나 알아서 스티어링휠을 조향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포함되지 않았다.
겉모습은 익숙하다. 1년 전에 봤던 티볼리 에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각형의 풀 LED 헤드램프와 얇게 이어진 그릴, 세 줄짜리 안개등도 그대로다. 앞범퍼 공기흡입구 주변을 두른 은색 장식이 유일한 변화다. 옆은 긴 차체와 C필러 뒤에 위치한 커다란 쿼트글래스, 한껏 부풀린 펜더가 특징이다.
뒤는 티볼리 에어 전용 엠블럼과 램프 위쪽을 흐르는 굵은 캐릭터라인, 음각으로 포인트를 준 범퍼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신형 티볼리 에어는 몇 가지 요소를 더해 신형 다운 느낌을 나타내는 수준에 그쳤다. 큰 감동을 주기는 어렵지만 익숙한 디자인이 오히려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동력계는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아이신 6단 변속기를 조합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6.5㎏·m의 성능을 발휘한다. 도심 속 일상 주행에서는 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주는 장점을 오롯이 경험하게 된다.
무난한 스로틀 반응과 함께 부담 없이 차를 몰 수 있고 엔진 회전 질감이 매끄러워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정숙성도 많이 높아졌다. 구조용 접착제 및 차체 패널의 강성을 높이고 각 필러에 흡음재를 추가 보완한 덕분이다. 그 결과 아이들링은 물론 고속에서도 불쾌한 사운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주행 모드 관계없이 스티어링 휠 반응은 가벼운 편이며 서스펜션 감각도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 브레이크 역시 차를 잡아 세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일정한 답력으로 차분히 속도를 줄인다. 시트포지션이 높고 사이드미러를 포함한 유리창 면적도 넓어 운전이 서툰 사람한테는 SUV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즉 어느 한 부분 특출나게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호불호 없는 이상적인 세팅으로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딱 두 가지 아쉬운 부분은 변속기와 핸들링이다. 변속기는 반응이 살짝 느리다. 라이벌과 비교해도 반 박자 여유롭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핸들링의 경우 스티어링 휠 무게가 가벼워 고속에서는 다소 불안한 느낌이 든다. 각이 깊은 코너를 만나도 마찬가지다. 정직하게 방향을 트는 것 같다가도 쉽게 한계점을 드러내고 롤을 허용한다. 이 차를 가지고 적극적인 운전을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흐름에 합류해 주행하는 걸 추천한다.
티볼리 에어는 시대를 잘 타고난 차다. 레저활동 인구 증가와 함께 캠핑, 차박 열풍이 한반도를 휩쓸면서 저절로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직접 차를 마주해 공간을 확인해 본 결과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물론 이 차를 가지고 오지를 찾아가 본격적인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소비자는 없으리라 본다. 이 점을 비춰볼 때 주중에는 출퇴근 및 일상 주행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주말에는 근교 나들이 및 한나절 차박과 캠핑을 위한 차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티볼리 에어가 브랜드를 살릴 만큼 높은 판매를 바라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차종이다. 시기를 잘 타고난 만큼 200% 활용해 브랜드 구원투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티볼리 에어는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개소세 인하 기준 가격은 A1 트림 1,898만원, A3 트림 2,196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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