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본질 다른 감성으로 차별화
-주력 소비자 달리하는 엔트리 라인업 구축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에서 엔트리 라인업에 적극 힘을 싣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세단 제품을 추가한 A클래스와 쿠페형 세단 CLA, 그리고 최근 선보인 SUV 라인업 GLA, GLB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의 눈길은 역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SUV에 몰린다. 2세대로 탈바꿈한 GLA와 브랜드 최초로 내놓은 낯선 GLB를 동시에 경험해봤다.
▲날쌘돌이 SUV, GLA GLA는 이전 세대의 아쉬움을 지워냈다. 외관은 단순히 A클래스의 차체를 높이는 데에만 끝내지 않고 클래딩을 더욱 강조해 SUV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전면부의 사다리꼴 모양 그릴과 게슴츠레한 눈빛의 헤드램프는 누가 뭐래도 "벤츠"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준다. 측면을 비롯한 전체적인 면 처리는 굴곡을 단순화하고 부풀려 양감이 두드러진다. 후면부는 최신 벤츠답게 테일램프를 가로형으로 채택했다. 범퍼는 클래딩을 치켜 올려 제법 SUV 답다.
실내는 높이를 키운 만큼 차체 길이에 비해 넉넉하다. 대시보드 구성은 GLA, GLB 두 차가 공유한다. 12.3인치 스크린 2개(계기판, AVN 모니터)를 하나로 묶은 패널과 3개의 원형 송풍구를 중심으로 한 센터페시아, 메탈릭 소재를 쓴 다기능 스티어링 휠 등이 벤츠임을 알린다. 그러나 글로브 박스 상단의 형태를 다르게 빚어 영리한 차별화를 이뤘다. 소형 SUV 수준의 뒷좌석 공간은 4:2:4로 나눠 접을 수 있다. 다 접으면 435ℓ이던 적재공간을 1,430ℓ까지 넓힐 수 있다.
동력계는 최고출력 224마력, 최대토크 35.7㎏·m의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DCT를 탑재했다. 가속력은 차체에 비해 엔진이 작지 않아 넉넉하다. 과도한 페달질 없이도 답답하지 않게 속도를 끌어 올린다. 어색할법한 DCT 특유의 반응도 자연스럽다. 0→100㎞/h 가속시간은 6.7초를 표시했다.
껑충한 차체를 지녔지만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굽잇길에서 보여준 탄탄한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하체의 각 부속들이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핫 해치까진 아니지만 운전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다. 이 정도면 첫 인상에서 SUV에 더 다가섰다는 말을 바꿔야 할 지경이다. 구동계는 벤츠의 4WD 시스템인 4매틱을 장착했다. 와인딩은 물론, 고속 주행 안정성도 한 체급 더 높은 차를 탄 느낌이다.
▲든든한 SUV, GLB GLA가 날렵함을 부각시켰다면 GLB는 든든함이 돋보인다. GLB의 외관은 전형적인 2박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구현했다. GLA, GLC에 비해 모서리에 힘이 바짝 들어가 오프로드 성능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지상고가 낮아 실제 오프로드 실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전체적인 조형미는 각을 강조하는 만큼 투박할 법도 하지만 GLA처럼 볼륨감을 키워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실내는 2·3열 좌석과 적재공간을 염두한 박스형 차체와 2,830㎜의 휠베이스가 제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외관과 함께 GLA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패밀리카로서 부족함 없는 공간을 지녔지만 센터콘솔 뒤편은 송풍구 대신 텅 빈 수닙공간이 위치한다. 2~3년 후 부분변경을 기대해본다. 적재공간은 기본 565ℓ이며 2열 좌석 접이로 최대 1,805ℓ까지 늘릴 수 있다.
GLA와 공유하는 동력계는 차체가 그보다 더 크고 무거운데도 여유가 있다. 동력계 공유는 원가 절감이란 이유도 있지만 자신감이 뒷받쳐주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물론 역동성은 GLA보다 덜하다. 다인승에 초점을 둔 하체는 승차감 위주로 조율했다. 그만큼 운동성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안정성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김새에 비해 엔진 위치가 낮다는 점도 민첩한 핸들링을 돕는다.
▲같은 듯 다른 두 차 GLA와 GLB는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벤츠 엔트리 SUV의 투 트랙 전략에 걸맞은 각각의 특성이 확고하다는 의미다. GLA는 이전 세대의 제품력을 계승해 정체성을 다지고 탄탄한 주행 성능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다. GLB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를 발굴하면서 공간 활용도와 승차감을 앞세워 아빠 소비자를 노린다. 둘의 차이는 200만원에 불과하다.
가격은 GLA250 4매틱 5,910만원, GLB250 4매틱 6,110만원.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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