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갖춘 탄탄한 스포츠 세단
-날카로운 핸들링 및, 서스펜션 인상적 캐딜락은 언제나 신선하다. 긴 역사를 지닌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이지만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소비자 요구를 적극 반영해 온 결과다. 그래서인지 캐딜락의 변화는 늘 대담하다. 지난 2016년 에스칼라 컨셉트 이후 세련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유럽차와 경쟁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라이벌로 꼽히는 링컨이 오리지널 미국차를 강조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어느 쪽이 옳은 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감한 변화가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건 분명하다. 캐딜락 CT4도 그 중 하나다. 전신인 ATS의 향수를 말끔히 지우고 한층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날렵한 주행성능을 무기로 입문형 스포츠 세단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CT4가 BMW 3시리즈 등이 포진한 치열한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지 약 1,000㎞의 시승을 통해 가늠해봤다.
▲디자인&스타일 CT4는 한눈에 봐도 잘 달리게 생겼다. 낮고 넓은 차체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스타일에 집중했다. 후륜구동 플랫폼 특유의 긴 보닛과 짧은 트렁크 라인, 액슬 사이의 거리가 넓게 벌어진 형태가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다.
에스칼라 컨셉트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주간주행등은 전면부의 킬링 포인트다. 멀리서도 단번에 캐딜락임을 알게 한다. 헤드 램프는 작고 날렵하면서 그릴과 이어져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크레스트형 스포츠 매시 그릴은 큼직하다.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해 멋을 살리면서도 퍼포먼스적 존재감을 더한다. 라이다를 비롯해 각종 센서가 자리잡은 엠블럼은 매끄럽게 빛난다. 범퍼는 단정한 편이고 양쪽 끝에 두툼한 은색 장식을 덧대 세련됐다.
측면은 캐딜락의 디자인 헤리티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직선 위주의 캐릭터 라인과 반듯하게 각을 세운 유리창 필러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이드 스커트를 검게 칠하고 펜더에는 캐딜락 로고도 붙였다. 여기에 18인치 휠과 빨간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나가야 할 것 같다.
후면은 다소 밋밋하다. 번호판이 범퍼 아래에 있고 세로형 테일 램프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트렁크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CT5나 CT6처럼 램프를 가로로 조금 길게 디자인해 패밀리룩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범퍼는 블랙 투톤으로 마무리했고 커다란 4사각 테일파이프를 넣어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늠케 한다. 테일파이프는 멋내기용으로 디자인한 요즘 차와 달리 양쪽이 전부 뚫려 있어 우렁찬 소리를 토해낸다.
실내는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데뷔한 한 체급 위 CT5와 닮았다. 전체적으로 운전석 중심의 구성이지만 버튼과 센터페시아를 수평 라인에 맞춰 한층 정갈해 보인다. 전장장비도 강화했다. 8인치 CUE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편의 및 안전기능 전반에 대한 조작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아래쪽에 배치한 NFC 페어링과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모바일 커넥티비티를 높여 젊은 운전자들이 디지털 기반의 편리한 제어를 가능토록 했다.
14개의 스피커를 갖춘 보스 프리미엄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은 기대 이상이다. 묵직하면서도 깊은 사운드가 실내 전체에 울려 퍼진다. 쾌적한 공기를 제공하는 에어 이오나이저와 앞좌석 통풍 및 히팅, 무선충전 기능, 선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조장치 버튼이나 실내를 감싼 소재 등은 깔끔하다. 저렴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화려한 구성도 아닌 적당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ATS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상품성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먼저 라이벌이 디지털 및 전자식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바늘식 계기판과 변속레버는 옥의 티다. 1열의 경우 센터터널 폭이 좁고 수납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 2열도 마찬가지다.
거주공간 자체가 넉넉한 편이 아니고 후륜구동 특성 상 가운데 턱이 높아 성인 3명이 타기에는 역부족이다.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트렁크는 나름 반듯하게 짜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양 옆으로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했고 분할시트를 제공해 세로로 긴 짐도 넣을 수 있다.
▲성능 동력계는 4기통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하며 5대5에 가까운 앞뒤 무게배분을 통해 정교한 주행이 가능하다. 회사는 엔진 터보랙을 현저히 줄였고 낮은 엔진회전수(1,500rpm)에서 최대토크를 뿜어낼 수 있는 트윈 스크롤 기술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스포츠 세단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은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에 조금만 발을 가져가도 바로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반응이 예민하고 튀어나갈 듯이 울부짖는다. 엔진 사운드가 크게 들어온다. 특히 2,000~3,000rpm에서 "윙"하는 소리가 여과없이 귓가에 전해지는데 음악을 들으며 생각없이 달릴 땐 잊었다가도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제법 신경쓰인다.
차의 성능은 극적으로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즐거운 주행이 가능하다. 언제든 원하는 만큼 튀어나가고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서킷에서 극한으로 차의 성능을 쥐어짜내지 않는 이상 답답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사람은 없을 듯하다. 반대로 정속주행을 이어나가면 1,500rpm 부근에서 몸을 낮추며 효율에 집중하므로 상황대처능력도 준수하다.
CT4의 진가는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나타난다. 우선 스티어링 휠 반응이 정확하고, 합을 이루는 코너링 실력이 뛰어나다. 날카롭게 안쪽을 파고들어 탈출시점보다 빠르게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는 전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완벽하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통쾌한 코너링을 구현한다. "내가 알던 미국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없이 말끔한 실력이다. 여기에는 낮은 무게중심이 한 몫했다. 이상적인 무게배분과 1,600kg에 머무는 몸무게를 바탕으로 저중심 플랫폼의 조화가 훌륭한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캐딜락의 전매특허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여전히 장점이다. 이 시스템은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스캔해 스스로 댐핑력을 조절하고 최적화한 고속안정성을 제공한다. 도로 위 상황을 운전자가 언제 어떻게 반응하지는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탄탄하게 차체와 바퀴를 지탱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불규칙한 도로를 만나도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앞서는 이유다. 엉덩이 끝으로 꾸준히 피드백을 주면서 운전실력과 재미를 키운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과 런플랫 타이어 조합은 차를 잡아세우기에 문제가 없다. 즉각 바닥에 꽂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 번 달궈지기 시작하면 쫀득한 접지력과 제동력을 갖춰 "펀 드라이빙"에 힘을 보탠다. 또 차체의 다운포스를 유지하기 위한 리어 스포일러와, 응답성을 높인 마그네슘 패들 시프트 등은 스포츠 세단을 몰고 있다는 감성 마력을 높이기에 알맞은 구성이다.
▲총평 CT4는 스포츠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과 한계를 적절히 조율해 최적의 주행만족감을 준다. 대배기량, 푹신함 등 미국차에 대한 고정관념도 과감히 지워버린다. 오히려 잘 달리는 유럽차를 모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브랜드 정체성은 스타일과 고급스러운 상품 구성으로 마무리했고 달리는 감각은 최신 흐름에 맞춰 세련미가 가득하다.
한 마디로 CT4는 유연하지만 당차게 질주하고, 부드럽지만 매섭게 파고들며, 깔끔하지만 진하게 여운을 남긴다. 국내 판매중인 CT4는 북미 기준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스포츠 트림이며 가격은 4,935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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