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고성능 SUV
-세그먼트의 장점과 운전 재미 동시에 경험 고성능 SUV는 최근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시장 중 하나다. 대세 세그먼트로 자리 잡은 SUV를 기반으로 브랜드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낮은 차체를 지닌 쿠페나 세단과 다르게 개발이 까다로워 실력 차이가 분명한 시장도 바로 고성능 SUV다. 높은 차체와 강한 공기저항을 어떻게 극복하고 얼마만큼의 주행 완성도와 운전 재미를 주는지가 관건이다.
BMW는 이 분야에서 일찌감치 개발을 시작해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10년 전부터 SUV와 고성능 브랜드 M을 결합한 차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하드코어 성격을 지는 M 컴패티션을 BMW X시리즈에 속속 탑재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성능 SUV 대중화를 위해 M 퍼포먼스 트림을 다양한 체급의 심는 작업도 들어갔다.
이번에 마주한 BMW X4 M40i도 마찬가지다. 6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M카 못지않는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 특징. 과연 새 차는 커다란 SUV와 달리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봤다.
▲성능 X4 M40i의 성격을 알기 위해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SUV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거친 소리를 내지르며 등장을 알린다. 두툼한 보닛 아래에는 최고 387마력, 최대 51.0㎏·m를 내는 직렬 6기통 3.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BMW 세단과 오픈카 등에 두루 사용하는 대배기량 엔진이지만 X4에 맞춰 최적화로 설계된 게 특징이다. 풀타임 사륜구동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0→100㎞/h 가속은 4.5초만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크기와 안전을 고려해 시속 250㎞에서 제한했다.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도 6기통 터보의 깊고 날카로운 비트가 실내를 채운다. 묵직한 중저음의 사운드가 마치 8기통 차를 모는 것처럼 풍부하게 다가온다. M카에서 경험한 것처럼 천둥이 치거나 굉음을 내지르는 수준은 아니다. 은은하게 귓가에 울려 퍼지는데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버스러운 음색을 줄인 결과 실내에서는 운전자가 원할 때 아낌없이 중독성 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에 취해 주행을 이어나가다 보면 계기판 바늘은 금세 정점을 향해 올라가 있다. 고속안정성이 뛰어나 생각했던 숫자보다 20~30㎞는 더 높게 찍혀있다. 그만큼 X4 M40i의 파워트레인은 흠잡을 곳 없이 매끄럽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답답하거나 더디게 질주하는 감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허둥대거나 급하게 움직이는 자세는 더더욱 경험하기 힘들다. 어디서나 짜릿하고 경쾌하게 내달릴 뿐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두면 700rpm이상 껑충 올라가고 다시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면 500rpm을 추가로 더 활용할 수 있다. 차는 기본 3,000rpm 부근에서 머물려 언제든지 레드존을 향해 달릴 채비를 마친다. 단단해진 스티어링 휠과 하체보다도 극도로 예민해진 스로틀 반응이 더 인상적이다.
살짝 발로 터치만 해도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튀어나간다. 터보 지연 현상이나 변속기가 재 위치를 못 찾아서 굼뜨는 현상은 전혀 없다. 짧은 시간에 즉각적인 힘을 전달해 추월 가속이나 고속 시 재가속에 들어가도 무리가 없다. 6기통 잘 만드는 BMW의 장인정신을 오롯이 경험하는 순간이다.
직선 구간에서 이 정도 실력을 갖췄다면 코너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전달해 줄지 궁금했다. 바로 차를 돌려 굽이치는 산길로 향했다. 스포츠 모드는 개별 설정으로 돌려 상황에 맞게 조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 깔끔한 맛이다. 정직한 핸들링과 탄탄한 차체 강성이 만나 이상적인 자세로 포물선을 그린다.
차의 크기와 높이,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자세를 낮추며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덕분에 코너 진입부터 탈출까지 자신감을 갖고 차를 몰아붙일 수 있다. 당당한 움직임으로 통쾌한 와인딩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가변식 M 서스펜션은 물건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을 극명하게 나누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스포츠 플러스에서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노면의 흐름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낸다. M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모습이며 지상고가 높은 SUV에서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사뭇 놀랍다. 여기에 x드라이브가 제공하는 강력한 구동력, 일정한 접지력으로 차를 멈춰 세우는 M 스포츠 브레이크가 합을 맞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운동 실력에 대해서는 불만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주행보조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다. X4 M40i에는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을 알아서 유지하고 스티어링 휠까지 바로잡는 BMW 최신 안전 기술이 대거 들어갔다. 다만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라이벌 대비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곡률이 심한 커브를 만났을 때 스티어링 휠 조타각이 커서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또 주변 교통상황을 계기반에 3D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이 없다는 점도 차의 가격과 등급을 생각하면 서운하게 다가온다. 이를 제외하면 크게 흠을 잡기가 힘들다.
▲디자인&스타일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워 주변을 둘러봤다. 외관은 기존 X4와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인 크기와 모양을 지닌 키드니그릴과 적당한 크기의 헤드램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입체적으로 다듬은 범퍼 등이 눈에 보인다. 어느 한구석 파격적인 모습이 없어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도 안정적인 미지를 풍긴다.
옆은 쿠페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루프라인을 바탕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곳곳에 넣었다. 거대한 21인치 더블 스포크 718 M 휠(X4 M40d와 같다)과 파란색 M 스포츠 브레이크, 차체 컬러와 맞춘 휠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반짝거리는 크롬 도금은 전부 지우고 무광 형태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감각을 키웠다.
뒤는 양 끝을 살짝 올린 일체형 루프 스포일러와 가로로 얇게 디자인된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깔끔한 트렁크 한 편에 붙은 큼직한 레터링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투톤으로 마무리한 범퍼와 정갈하게 자리 잡은 번호판 및 후방 반사등, 사각 테일파이프도 마음에 든다.
실내는 운전자 쪽으로 틀어진 센터페시아와 공조장치, 변속레버 주변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최신 전자식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흐름을 맞췄고 시인성을 비롯해 연동 및 구성에 있어서도 높은 편의를 제공한다. 빨간 시동버튼과 M버튼 및 변속 레버만 없을 뿐 전체적인 구성은 X4 M과 동일하다. 이와 함께 M 가죽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시트,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적용되며 파노라마 선루프와 헤드업디스플레이, 통풍시트 등 우리가 원하는 편의 품목은 거의 다 들어있다.
2열은 무난하고 가운데 턱이 없어 성인 3명도 충분히 탑승 가능하다.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 USB 충전 단자 등도 알차게 마련했다. 다만 누워있는 뒷유리 탓에 시야가 좁고 뒷문이 열리는 각도가 넓지 않아 타고 내리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반대로 공간 활용성은 만족스럽다.
컵홀더, 글러브 박스 수납이 제법 크고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짜인 센터콘솔도 포인트다. 이 외에도 도어 안쪽에는 칸막이를 나눠 컵홀더와 수납 공간을 마련했는데 실용성이 무척 뛰어나다. 트렁크는 X4와 동일하게 기본 525ℓ이고, 폴딩 시 1,430ℓ까지 늘어난다. 열리는 각도가 넓고 폴딩 버튼이 앞뒤 곳곳에 위치해 있어 유용하다. 또 풀플랫이 가능해 차박에도 문제없겠다.
▲총평 BMW X4 M40i는 고출력 SUV의 맛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차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감칠맛을 살려 조리한 덕분에 다루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한 체급 위인 X4 M과 비교하면 약 100마력 가량 부족하지만 실제 운전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거의 없다. 오히려 M카보다 다루기 쉽고 부담이 덜하다. 차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운전 실력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는 소리다.
중독성 강한 소리에 취해 달리다가도 에코 및 컴포트 모드에서는 차분하게 성격을 고쳐 도로 위 차들과 자연스럽게 흐름을 맞춘다. 4기통 다운사이징 터보에 목이 말랐거나 본격 M카로 가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라면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SUV가 지닌 장점과 실용성, X4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그저 거둘 뿐이다. BMW X4 M40i의 가격은 9,0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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