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캐딜락이 CT4·CT5를 서킷 위에 올린 까닭

입력 2020년10월3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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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향점은 같지만 구현 과정은 극과 극
 -이상적인 무게 배분과 저 중심 설계 돋보여
 -탄탄한 서스펜션 및 하체 세팅 인상적


 지난 28일 캐딜락 대표 세단인 CT4와 CT5를 하루 종일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타볼 기회가 주어졌다. 캐딜락하우스서울에서 차를 배정받고 강원도로 향하는 내내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몇몇 슈퍼카 브랜드나 할 법한 소규모 트랙데이를 과연 캐딜락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미국 세단과 서킷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차가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몇 바퀴 돌고 금세 차가 지치거나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아침 출근길 정체를 뚫고 약 2시간을 달려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했다. 고요한 패독 안에는 캐딜락 CT4 및 CT5가 햇살을 머금고 출격 준비 중이었다. 주행은 20분씩 오전 1번, 오후 2번에 걸쳐 이뤄졌다. 총 바퀴 수는 약 20~23랩 정도로 꽤 가혹한 환경이 분명했다. 먼저 타볼 차는 캐딜락 대표 중형 세단인 CT5다. 4기통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은 최고 240마력, 최대 35.7㎏·m를 내며 10단 자동변속기와 뒷바퀴굴림 방식이 조화를 이뤄 역동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트랙에 들어가기 전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돌려놓고 변속기는 매뉴얼로 바꿨다. 이후 서서히 속도를 올리면서 서킷 주행을 시작했다. 적당히 열이 오른 245/40R19 미쉐린 타이어가 CT5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 서킷을 몇 바퀴 돌고 나니 차의 한계를 시험할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 

 기가 막힌 위치에 자리 잡은 가속페달과 패들시프트, 알칸타라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 몸에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듯했다. 몸통을 든든히 고정해 준 스포츠 시트도 만족스러웠다. 한마디로 최적화된 구조로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너에서는 차가 가진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무게중심이 낮고 앞뒤 배분도 훌륭해 안정적인 자세로 들어갔다 나오는 게 가능하다. 경사가 심한 왼쪽 코너에서도 차는 어렵지 않게 회전반경을 조절하며 깔끔하게 곡선을 그린다. 무엇보다도 코너 진입은 CT5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앞머리를 깊게 넣어도 움직임이 불안하지 않아서 보다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웬만한 독일산 스포츠 세단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코너링 외에도 전체적인 주행 능력은 만족스러웠다. 적당한 출력과 정직한 변속기를 바탕으로 좋은 실력을 가진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살피며 댐핑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발군의 실력으로 서킷 주행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석을 올라타거나 고저차가 심한 곳에서 불규칙적인 노면을 만날 때도 단단하게 차를 붙잡고 위기를 줄여준다. 

 CT5는 빠른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상적인 균형감을 보여줬다.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침착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며 스포츠 세단의 재미를 안겨줬다. 그만큼 트랙에서 탄 CT5는 제법 괜찮았다. 어디까지나 처음부터 트랙데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차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고 테스트했을 때 그랬다. 일반 도로에서는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주며 세그먼트 본분을 따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는 굽이치는 고갯길을 누비며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하다.

 오후에는 입문형 세단인 CT4와 함께 서킷을 즐겼다. 엔진 크기와 성능은 CT5와 동일하고 변속기는 오히려 8단으로 낮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다소 가볍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차이가 없어서 비슷한 성격일 거라 추측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바퀴 돌아본 뒤 내 생각은 전부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몸을 낮추고 맹렬히 질주하는 감각은 같지만 코너에서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우선 가볍고 짧은 휠베이스가 한층 쾌적하고 빠른 코너링 구사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차는 예민한 성격을 강조하며 날카롭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자세제어장치가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너 탈출 시 스로틀 양이 많아지면 뒤가 흐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스티어링휠을 잡은 두 손은 더욱 힘을 주게 된다. 전방 시야를 바라보는 집중도 또한 높아졌다. 

 엔진회전수를 레드존에 붙이고 속도감을 같이 경험하면서 코너를 짜릿하게 정복해 나갈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적당히 날뛰는 차를 내가 직접 조련하면서 경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접지력이 낮은 콘티넨탈 타이어만 빼면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모름지기 입문형 스포츠 세단이라면 이 정도 실력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만약 더 무시무시한 차를 가지고 트랙을 달렸다면 어땠을까? 고성능 V였다면 강한 출력과 하드코어 성격에 기가 눌려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을 것이다. CT4는 서킷에서 즐기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바탕으로 운전 실력을 늘리기에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경력이 엄청난 운전자라면 CT4의 성능을 200% 끌어올리면서 그 어떤 차보다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반대로 서킷이 처음이거나 차와 함께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CT4만큼 열정 가득한 피드백을 주는 차도 찾기 힘들다. 그만큼 운전자의 성격에 맞춰 최적의 스릴과 재미를 안겨준다.



 두 차 모두 끝없이 계속된 테스트 주행 후에도 브레이크 성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뜻밖의 발견이었다. 타이어 열기와 짓눌린 트레드 패턴이 유일한 변화였다. 차의 컨디션은 한결같았고 으르렁거리는 엔진음은 서킷에서 더 놀 수 있다고 부르짖는 것 같았다. 이제서야 캐딜락코리아가 트랙데이를 마련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품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력을 입증하고 싶었던 회사의 전략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인제스피디움 서킷은 CT4와 CT5를 정확하게 파악할 기회였고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두 차는 스포츠성 짙은 모습을 표방하지만 반응성과 균형, 정밀도 측면에서 극과 극의 성격을 가졌다. CT5는 매사에 정교하고 정직한 자세로 깔끔한 실력을 보여줬다. 흐트러짐 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한 모범생처럼 말이다. 

 반대로 CT4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공부도 잘하고 놀 때는 화끈하게 놀 줄 아는 우등생 같았다. 호기심 많고 통통 튀는 움직임으로 운전자에게 언제나 새로운 경험과 도전 과제를 준다. 답을 도출하면서 운전 실력과 차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높아질 듯하다.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없는 트랙에서 보여준 캐딜락의 신형 세단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차에서 내린 뒤에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미국차의 편견을 지우고 캐딜락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또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가격은 CT4 스포츠 4,935만원, CT5 프리미엄 럭셔리 5,428만원, 스포츠 5,921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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