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름 '덜' 먹는 미국차, 링컨 에비에이터 PHEV

입력 2020년11월0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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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모터 품은 7인승 대형 SUV
 -부드러운 주행감각 및 안락함 인상적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장점만 골라 넣은 동력계다. 기존 내연기관이 가진 편리함을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전기파워트레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PHEV는 순수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까지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며 더 이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이 됐다. 

 완성차 회사들도 앞다퉈 PHEV차 만들기에 동참했다. 대배기량 고출력 엔진을 고집하던 미국차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링컨은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흐름에 편승하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등장한 차가 바로 에비에이터 PHEV 그랜드투어링이다. 미국산 대형 SUV와 PHEV의 조합이 어떤 가치를 전달해 줄지 시승행사를 통해 직접 확인해 봤다.

 새 차는 최고 405마력, 최대 57.7㎏·m의 성능을 내는 V6 3.0ℓ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최고 75㎾, 최대 30.6㎏·m를 내는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약 500마력 수준. 여기에 굴림방식은 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이며 10단 셀렉트 시프트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부드러운 주행을 돕는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 아래에 작은 글씨로 "레디"라는 문구가 뜬다. 이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전기차처럼 고요하고 차분하게 움직일 뿐이다. 일상 속 도심 주행에서도 시종일관 침착하게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간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은 최소한의 출력만 가지고 적절히 성능을 보조한다. 덩치 큰 SUV보다는 오히려 잘 세팅된 플래그십 세단을 모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전기 모드의 활용이 무척 쉽고 편리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순수 EV"와 "보존 EV"로 나뉜다. 순수 EV는 전기의 활용을 극대화하며 보존 EV는 나중을 위해 일부러 배터리 사용을 막고 충전에만 집중하는 기능이다. 또 제동 시 브레이크코치 기능을 더해 얼마만큼 회생제동 에너지가 배터리로 회수됐는지도 %로 알려준다. 

 모든 과정은 계기판을 통해 손쉽게 알려주며 구현 과정이 간단해 몇 번 운전해보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서는 에너지 이동 흐름과 완전 충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각 급속 및 완속으로 알려준다. 또 충전 환경설정 등을 간략하게 구성해 편의를 돕는다. PHEV는 다루기 어렵고 이해가 쉽지 않다는 편견을 버리기에 충분하다.

 강남에서 양평까지 이동하면서 간편한 구성의 EV모드를 적극 활용해 쾌적한 주행을 이어나갔다. 참고로 에비에이터 PHEV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30㎞ 수준.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갈 때는 순수 EV를 활용했다.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주행하는 모습을 보며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지구를 생각하는 진정한 에코소비자가 됐다고 자평하며 남다른 차의 크기만큼 자신감도 하늘을 찌르는 순간이다.

 길이 뚫려 고속화 도로에 진입해서는 보존 EV를 사용했다. 주행가능거리가 약 20㎞ 남은 상황에서 배터리를 묶어두고 대배기량 엔진의 힘으로만 달렸다. 차는 풍부한 엔진음과 함께 앞머리를 들고 거침없이 내달린다. 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인 힘이 워낙 강한 덕분이다. 실제로 내연기관 출력만 400마력이 넘기 때문에 거구를 이끌기에는 전혀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다. 크기와 높이를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가속감에 사뭇 놀라고 두렵기까지 할 정도다. 

 이 외에 에어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은 전형적인 미국차의 특징을 따른다. 탄탄하게 요철을 거르기보다는 최대한 부드럽고 여유롭게 흡수한다. 어느 정도의 롤을 허용하는 대신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이 말은 곧 출력만 믿고 거침없이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안 된다는 뜻과 같다. 브레이크도 동일하다. 강력하게 차를 멈추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세우는 걸 추천한다. 

 전체적으로 파워트레인과 합을 맞추는 각 부품들의 성격은 이 차가 성능만 믿고 재미있게 타는 차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큰 단점으로 꼽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스포츠 모드에서만큼은 조금 역동적인 세팅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루징 시 안전 기능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먼저 링컨의 운전자 보조기능인 코-파일럿 360 플러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스톱&고, 차선유지 시스템, 충돌회피조향보조, 후방제동보조 기능 등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자동긴급제동을 더한 충돌방지보조 시스템과 사각지대정보 시스템 등이 안전성을 높였다. 과정이 매끄럽고 인식률이 뛰어나 편안한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주행보조를 활성화한 뒤 여유롭게 달리니 이제서야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수평형 센터페시아 구조와 피아노 건반을 형상화한 버튼식 변속기, 넓은 센터터널도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편의 품목은 기존 에비에이터와 동일하다. 운전자가 접근했을 때 차가 자동으로 높이를 내려 운전자를 맞는 다이내믹 로어 엔트리, 통풍과 마사지를 포함한 30방향 가죽시트,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두툼한 가죽을 아낌없이 둘렀고 큼직한 버튼과 섬세한 마감이 조화를 이뤄 대형 SUV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

 2열은 무릎 공간이 돋보인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도 넓은 수치로 다리를 꼬고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시트는 개별 이동 및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시트와 온도 등 각종 설정이 가능한 2열 전용 터치 화면도 특징이다. 3열은 형식적인 의미가 크다. 평소에는 접어두고 트렁크로 사용하면서 급하게 필요할 때만 펼쳐 쓰는 걸 추천한다. 트렁크는 기본 520ℓ이며 전부 폴딩하면 2,200ℓ까지 늘어난다. 

 겉모습도 일반 에비에이터와 동일하다. 친환경차라고 해서 무언가 구성을 빼거나 실용적으로 꾸민 부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파란색으로 칠한 링컨 로고와 펜더에 새긴 레터링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시그니처 그릴과 D필러까지 이어진 큼직한 창문,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라인도 그대로다. 빛을 내는 부분은 모두 LED이며 보닛에는 굵은 선을 그려 볼륨감을 키웠다. 

 왕복 2시간의 짧은 시승을 하면서 링컨 에비에이터 PHEV의 모든 매력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 가지 주행보조 기능을 확인해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다뤄본 게 전부다. 장거리 주행, 그리고 직접 2열과 3열을 앉아보고 이동하면서 실사용 평가를 내리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다만 PHEV의 최대 장점인 순수 전기모드 만큼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다루기 쉽고 한결 편하게 도심 속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형 SUV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경험이며 차의 크기와 성격을 고려하면 PHEV만큼 합리적인 대안도 없을 듯하다. 또 현재까지는 마땅한 라이벌도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링컨 입장에서는 꽤 유리한 조건이다. 착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리드할만한 이유가 분명한 차가 에비에이터 PHEV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9,85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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