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올드카 동승 가능한 헤리티지 드라이브 운영
-30년 전 플래그십 세단의 고급스러움 여전 앞만 보고 달리던 현대자동차가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의 현대차가 있게 한 과거의 인기 차종을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여는 가하면 헤리티지를 강조한 차종들을 전시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이벤트는 회사의 복합 문화 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이 곳은 방문자가 현대차의 올드카를 직접 타볼 수 있는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운영하면서 소통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가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위해 준비한 올드카는 4대다. 포니2 해치백과 픽업, 스쿠프, 그리고 1세대 그랜저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차는 단연 그랜저다. 1986년부터 1992년까지가 생산된 1세대 그랜저는 당시 고급 아파트에 버금가는 1,600만~2,900만원 수준의 가격표를 붙여 국내 최고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관람객들은 과거에 느껴보지 못했던 성공의 상징을 지금이라도 누려보겠다며 1세대 그랜저를 타고 일종의 추억 여행을 하고 있다.
▲"각 그랜저"라 불리는 이유 그랜저 시승차는 1991년형이다. 차 상태는 약 30년의 세월을 감안하면 훌륭하다. 외관은 8090의 많은 차가 그랬듯 네모반듯한 3박스 스타일이 주목을 끈다. "각 그랜저"라 불리는 이유다. 보닛에 우뚝 솟은 현대차 엠블럼은 이 로고 디자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반길 것 같다. 특히 실내에서 보이는 모습이 색다르다. 차체 사방을 두른 플라스틱 몰딩은 지금은 보기 힘든 요소다.
외관처럼 반듯한 실내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하다. 계기판으로 볼 수 있는 정보는 담백하고 화려한 인포테인먼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크가 따로 없는 스티어링 휠은 손을 걸칠만한 게 없어서 어색하다. 그러나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은 마련해 뒀다.
시승은 동승으로 진행한다. 그래서 탑승은 회장님 자리로 통하는 조수석쪽 뒤편으로 했다. 그래야 차의 진가를 더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뒷문 트림엔 우드 그레인으로 마감한 재떨이와 파워 윈도우 스위치를 배치해 흡연자를 배려했다. 좌석 가운데 위치한 접이식 콘솔 내부엔 오디오 조절 버튼을 마련했다.
시트는 벨벳 소재로 마감했다. 지금은 나파 가죽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과거엔 이런 반들반들한 소재가 고급차는 물론, 쇼퍼에도 많이 쓰였다. 시트 등받이 높이가 낮은 점은 지금의 차들과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묘한 착좌감을 준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65㎜, 너비 1,725㎜, 높이 1,450㎜, 휠베이스 2,735㎜로, 지금의 준중형 세단과 중형 세단의 중간쯤이다. 신형 아반떼와 비교하면 215㎜ 길고 30㎜ 높지만 100㎜ 좁다. 휠베이스는 그랜저가 15㎜ 길다.
▲여전한 플래그십 세단의 승차감 1~2세대 그랜저가 미쓰비시 데보네어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다. 엔진 역시 미쓰비시의 4기통 2.0ℓ 가솔린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2㎏·m의 성능을 발휘한다. 동력성능은 충분하다. 공차중량이 1.5t이 채 되지 않은데다가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조용한 엔진음에 반해 올드카 특유의 진동이나 잡소리가 전해지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첨단 기술을 집약했던 4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충격이 적다. 물론, 구루(전문 기사)가 차를 모시듯 운전해서일수도 있으나 8~10단의 다단화를 이룬 지금의 플래그십 세단 못지않은 편안한 가속을 보여준다.
최고속도는 시승차가 한창일 때 160㎞/h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절반을 넘길 경우 차가 망가질 수 있다. 시승은 고양시내 7.2㎞ 구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60㎞/h를 넘기지 않았다. 승차감은 한때 최고급 세단이었던 만큼 안락하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구동계를 적용했지만 뒷좌석에서의 느낌은 편했다.
오래된 차 내부와 대조를 이루는 바깥 풍경은 유독 낯설다. 조금 과장하면 타임머신을 타는 느낌이다. 달리는 동안 주변의 운전자들과 행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값비싼 세단으로 보였던 옛날과 관리 잘 된 올드카로 보이는 지금의 시선은 분명 다를 것이다.
▲30여 년을 관통하는 헤리티지 한때 고급 승용차의 최고봉이었던 그랜저는 지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자리 잡았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란 점은 여전하지만 대중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그랜저를 탄다는 의미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그랜저를 대하는 시각도 달라지게 됐다. 하지만 그랜저가 30여 년간 쌓아온 헤리티지는 부정할 수 없다. 그랜저가 베스트셀러인 배경은 높은 상품성 외에도 소비자에게 아직 "성공의 상징"이란 이미지로 깊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편, 헤리티지 드라이브는 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1회 탑승 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시승 희망자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홈페이지 내 테마 시승 예약 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현장 예약도 가능하다.
고양=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시승]가족친화형 SUV,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시승]기름 "덜" 먹는 미국차, 링컨 에비에이터 PHEV▶ [시승]질리지 않는 신선함, 폭스바겐 아테온▶ [시승]닮은 듯 다른 SUV 형제, 벤츠 GLA·G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