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모르면 손해, 캐딜락 CT5

입력 2020년11월0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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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가격 갖춘 오리지널 스포츠 세단
 -어색한 10단 자동변속기는 다소 아쉬워


 수입 중형 세단하면 대부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먼저 떠올린다. 많은 라인업과 판매량을 내세워 국내 수입차 흐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 많이 보이는 만큼 구입을 고려할 때 두 차로 선택폭이 좁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시장에는 제법 다양한 수입 중형 세단이 존재한다. 개성을 강조한 프랑스부터 친환경성을 지닌 일본, 안전에 집중하는 스웨덴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기 특별한 차가 한대 더 있다. 미국차 특유의 감성과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탄탄한 유럽식 주행 감각을 더한 캐딜락 CT5다. 

 ▲디자인&스타일
 겉모습은 캐딜락의 미래 가치를 담은 에스칼라 컨셉트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 새 패밀리룩을 적용한 만큼 전체적인 모습은 앞서 시승했던 입문형 세단 CT4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방패형 그릴이 대표적이다. 다만 일자로 한 번에 내려오는 CT4와 다르게 CT5는 범퍼 부분에서 한번 끊어 놓은 게 포인트다. 또 유광 블랙으로 처리한 공기흡입구 면적을 키워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옆은 블랙 사이드스커트 몰딩과 조명을 넣은 도어 핸들, 19인치 알로이 휠로 직선형 디자인을 강조했다. 중형 세단의 이점을 살린 긴 차체와 독특한 형상의 C필러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뒤는 양쪽으로 갈라지는 세로형 테일램프를 바탕으로 가운데에 자리 잡은 번호판과 장식이 안정적인 모습이다. 일체형 스포일러와 투톤으로 마감한 범퍼, 큼직한 사각 배기구도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실내는 소재가 돋보인다. 스웨이드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과 마그네슘 패들 시프트, 곳곳에 넣은 탄소섬유 패널도 시선을 자극한다. 가죽과 스티치의 양이 광범위하고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는 쉽게 찾기 힘들다. 수평형 구조의 센터페시아는 10인치 CUE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물리 버튼의 비율을 늘려 직관성을 높였다.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보안성과 응답성을 높인 GM의 글로벌B 일렉트릭 아키텍처를 채택했는데 반응이 빠르고 터치감도 좋다.

 폭이 넓은 센터 터널에는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와 깊은 컵홀더, 전자식 변속레버가 구역을 나눠 깔끔히 놓여있다. 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 조그셔틀과 볼륨 및 각종 버튼도 가지런히 위치해 있다. 편의 품목도 부족하지 않다. 리어 카메라 미러와 웰컴 라이트, 핸즈프리 트렁크, NFC 페어링,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지원한다. 

 1열 히팅 및 통풍 시트 등의 원격제어 기능을 담은 어댑티브 리모트 스타트, 노이즈 캔슬링과 15개의 스피커를 포함한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 오디오 시스템, 에어 이오나이저, 듀얼 팬 선루프도 핵심이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계기판이다. 라이벌에서 두루 사용하는 풀 디지털이 아닌 바늘식이라서 다소 올드하다. 그나마 다양한 정보를 선명하게 표현해 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있어 위안을 삼는다.

 3m에 가까운 휠베이스를 가진 차답게 2열은 넉넉하다. 여기에 문이 열리는 각도가 넓어서 타고 내리기도 쉽다. 다만 후륜구동 특성상 가운데 턱이 높아 성인남자 세 명은 무리다. 편의 품목으로는 컵홀더와 전용 송풍구, USB 단자 등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넣은 모습이다. 트렁크는 기본 337ℓ를 제공하며 분할 기능을 제공해 2열을 접으면 꽤 깊은 짐도 수납이 가능하다.

 ▲성능
 엔진은 CT4와 같은 구조의 직렬 4기통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를 사용한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m의 힘을 발휘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뒷바퀴굴림 조합이다. 중형 세단을 이끌기에 부족함 없는 수치를 가지고 어떻게 감각적으로 구현했을지 무척 궁금했다.

 시동을 켜면 제법 매콤한 소리를 내지르며 등장을 알린다. 이후 페달에 발을 가져가면 시원스럽게 엔진회전수를 올리며 앞으로 달려간다. 그만큼 초기 발진가속이 제법 강하게 다가온다. 일상 속 차를 다루면서 답답함을 경험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투어" 모드에서 차는 매끄럽게 속도를 올리며 안락한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차의 본성을 알려면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된다. rpm이 껑충 뛰고 사운드는 한층 카랑카랑해진다. 스로틀 반응도 비슷한 체급의 중형 세단과 비교하면 예민한 편이다.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차는 깊은숨을 고른 뒤 빠르게 치고 나간다. 원하는 속도에 쉽게 차를 올려놓고 여유 있게 콧노래를 부른다. 운전석에서 느끼는 체감 가속은 실제 계기판 속 숫자보다 더 빠른 느낌이다. 그만큼 스포츠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역동성을 잘 표현했다.

 코너에서도 CT5의 장점이 뿜어져 나온다. 우선 무게 중심과 배분이다. 저 중심 구조의 플랫폼 영향을 많이 받아 안정적인 자세를 구현하고 적극적인 운전을 유도한다. 오토바이 경주에서 선수들이 무릎 끝을 바닥에 붙여 돌아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덕분에 한층 과감한 코너 진입이 가능해지고 앞머리를 깊숙이 찔러 넣을 수 있다. 

 탈출 과정도 매끄러운데 기본적인 차의 성격상 오버스티어가 강해 가속페달 양은 조절이 필요하다. 자세제어장치를 끄면 곧바로 뒤가 흐르면서 드리프트도 가능할 정도다.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제법 멋있는 장면도 연출할 수 있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절대 금물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서킷 내 한적한 공터에서 즐기기를 추천한다.

 낮은 시트 포지션과 50:50에 가까운 앞뒤 무게 배분도 코너링 실력을 높이는 중요 요소다. 전체적인 균형이 좋다 보니 차를 다루면서 경험하는 주행 완성도도 저절로 높아진다. 스티어링 휠 반응이 칼 같은 성격은 아니지만 무게 중심과 배분이 아쉬운 부분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일반적인 중형 세단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현상이다. 

 주행 밸런스가 좋은 만큼 아쉬운 부분도 드러난다. 특히 10단 자동변속기는 옥에 티다. 다단화를 이뤘지만 사실상 7단부터는 항속 기어 성격이 강하고 6단 안에서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일반적인 D 레인지에서 주행할 때는 큰 문제가 없다. 정직하게 맞물려 흐름에 알맞게 차를 이끈다. 

 문제는 매뉴얼로 돌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경우다. 변속 반응이 반박자 느려 살짝 답답하다. 이후에도 반복되는 코너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직결감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향후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 변속 시점과 세팅을 다시 매만져주면 좋겠다. 

 변속기의 서운함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브렘보 브레이크, 런플랫 타이어의 접지력 등으로 감춰본다. 먼저 서스펜션 감각은 명불허전이다. 탄탄하게 도로를 움켜쥐고 주행 모드에 맞춰서 운전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브레이크는 언제든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차를 멈춰 세우고 미쉐린 타이어 역시 강한 접지력으로 안정성을 높인다. 이 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HD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룸미러에 비치는 카메라 등은 고속 크루징 시 피로도를 줄이고 안락한 감각을 키운다.

 ▲총평
 캐딜락 CT5의 가치는 특별함에서 온다. 흔해진 유럽산 차들과 다른 신선한 디자인부터 미국식 프리미엄 세단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실내 소재, 감성 품질은 시선을 자극한다. 여기에 스포츠성 짙은 움직임과 기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주행 완성도가 운전하는 내내 미소를 띠게 했다. 미국 세단의 기준과 개념을 다시 잡아야 할 정도로 변모한 CT5가 대견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가격은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판매 중인 CT5는 같은 파워트레인과 등급을 가진 미국산 제품보다 최소 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여기에 환율과 물류비, 인증 관련 비용 등을 감안하면 트림별 최고 700만~800만원 이상 값이 싸다. 또 라이벌과 비교해도 많게는 수백만 원 낮기 때문에 이점으로 작용된다. 아름다움과 역동적인 매력을 품고 화려한 외출을 선언한 캐딜락의 최신 세단이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해 볼 만하다. 

 CT5는 프리미엄 럭셔리와 스포츠로 나뉘며 가격은 각 5,428만원, 5,921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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