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고성능 SUV 시장의 조미료, 재규어 F-페이스 SVR

입력 2020년11월0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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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8 5.0ℓ 슈퍼차저 넣은 중형 SUV
 -강력한 성능과 폭발적인 사운드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가 있다면 재규어에는 SVR이 있다. SVR의 SV는 재규어 특별 제작 부서인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의 약자이고 R은 고성능을 나타낸다. 한마디로 남들과 다른 특별하면서 강력한 차라는 뜻이다. 도발과 같은 재규어의 행동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이미 다양한 SVR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고 꾸준히 새로운 고성능 차가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재규어의 자신감이 묻어있는 또 하나의 차가 바로 F-페이스 SVR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SUV를 바탕으로 고성능 엔진을 넣어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오랜 시간 유럽 귀족 레이싱에서 실력을 다져온 브랜드답게 고성능 차 만들기에는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F-페이스 SVR이 달아오른 고성능 SUV 시장에서 어떤 두각을 보여줄지 시승을 통해 확인해 봤다.

 ▲성능
 차의 내외관을 살펴보기 전에 핵심이 되는 주행성능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F-페이스 SVR은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을 넣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3초이며 최고속도는 283㎞/h에 달한다. 

 시동을 켜면 묵직한 배기음을 토해내며 주변을 압도한다. 늘씬한 스포츠카에서나 들을법한 소리가 덩치 큰 SUV에서 울려퍼진다. 냉간 시에는 앙칼진 소리가 한층 짙어지는데 정신이 번쩍 들고 위협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한다. 강한 소리는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운전 모드와 상관없이 3,000rpm을 넘어가면 우렁찬 사운드가 땅에 울려퍼진다. 레드존에 바늘을 몰아붙일수록 소리는 절정을 향하며 천둥이 치는 것처럼 펑하고 터진 뒤 변속을 이어나간다.

 사운드를 증폭시켜주는 가변 배기를 활성화시키면 완전히 다른 음색으로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SVR만의 독보적인 바리톤 사운드가 차를 휘감는다. 방음이 철저한 실내에서 느낀 감정이 이정도다. 바깥에서는 살짝 민망할 정도로 우렁차며 터널에서는 가급적 컴포트 모드에 놓고 흐름에 맞춰 주행하는 걸 추천한다. 과장하면 지축이 흔들리고 터널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소리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F-페이스 SVR의 핵심인 엔진이 묻힐 정도다. 이성의 끈을 다시 잡고 파워트레인 성격을 확인해 봤다. 결론부터 내자면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하고 시원스러운 가속감이 일품이다.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감각은 크고 묵직한 SUV라는 생각을 단번에 잊게 한다. 

 고개가 꺾이고 몸이 시트에 압착된다. 시선은 급격히 좁아지고 주변 사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숫자를 겨우 확인하고 나서야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간다. 이때 센터페시아 화면 속 중력가속도는 1G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가속감을 지녔다.

 코너에서는 어떨까?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F-페이스 SVR은 의외의 실력으로 만족을 줬다. 민첩한 핸들링으로 깔끔한 코너링이 가능하며 탄탄한 섀시와 서스펜션 조화도 훌륭하다. 전자식 리어 액티브 디퍼렌셜은 F-페이스에 처음으로 SVR에 들어갔다. 전자식 리어 액티브 디퍼렌셜는 전방 및 후방 휠이 독립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극심한 코너링 시에도 토크 배분을 최적화해 롤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탈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장착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이하 IDD) 기능을 통해 접지력을 높이고 언더스티어링을 최소화한다. IDD는 후륜 구동에서 4륜 구동으로 0.165초 이내에 변경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장치다. V8 엔진의 뛰어난 퍼포먼스 요건에 맞도록 특별히 설계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여기에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다이내믹 모드를 사용하면 더 빠르고 예민한 반응성의 기어시프트, 더 날카로운 스로틀, 개선된 스티어링 응답을 통해 모든 환경에서 완벽한 주행이 가능하다.

 퍼포먼스 레드 브레이크 시스템은 2피스 디스크 구조로 공기의 흐름이 잘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또 중량 감소 효과를 통해 한결 경쾌한 제동과 핸들링을 가능케 한다. 더욱 단단해진 전후방 스프링과 하체 세팅도 보다 높은 수준의 핸들링 및 주행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F-페이스이며 다른 고성능 라이벌 SUV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최신 기술을 가득 탑재한 덕분에 다루기가 한결 쉽고 운전자의 실수도 감쪽같이 잡아준다.

 아쉬운 부분은 변속기다. 8단 자동은 정직하게 맞물리고 엔진이 가진 성능을 활용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매뉴얼 모드에서의 반응은 살짝 느리다. 라이벌과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반 박자 여유롭게 숨을 고른 뒤 단수를 오르내린다. 칼같이 맞물리는 느낌은 아니더라고 조금만 더 민첩한 세팅이 필요해 보인다. 

 복합 기준 제조사가 인증받은 효율은 약 7㎞ 수준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 트립컴퓨터상 효율은 6㎞ 대에 머물렀다. 한바탕 화끈하게 즐기면 ℓ당 4~5㎞도 보여준다. 물론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큰 단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높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인
 차가 주는 강력한 성능에 취해 좀처럼 운전석에서 몸이 떨어지질 않았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차의 열기를 식힐 겸 밖으로 나왔다. 이제서야 F-페이스 SVR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외관은 기존 F-페이스와 큰 차이가 없다. 차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만 몇 군데 특이점을 발견할 뿐이다. 

 외관은 아름답다. 얇은 눈매는 조각으로 나뉜 LED와 어울려 반짝 빛난다. 여기에 단정하게 마무리한 그릴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도심형 SUV 이미지를 구현했다. 블랙 무늬 중간에는 붉은 재규어 로고가 위치해 있다. 라이다 센서 속에서 강렬한 시선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범퍼 공기흡입구 역시 큼직하게 뚫려있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작은 안개등이 있던 위치는 두툼한 스플리터로 마무리했다. 

 반짝이는 크롬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며 매트 소재로 마무리해 세련미를 키웠다. 보닛에는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해 깊은 구멍을 뚫었고 양옆 펜더에도 세로로 길게 공기 통로를 마련했다. 사이드스커트와 뒷범퍼에는 굵직한 핀을 추가해 차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21인치 휠과 새빨간 브레이크 캘리퍼도 압권이다. 타이어는 앞 265㎜, 뒤 295㎜ 사이즈의 피렐리 P제로가 기본이다. 

 뒤는 독특한 리어 스포일러와 액티브 배기 시스템이 적용된 쿼드 테일파이프가 가장 큰 특징이다. 4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쿼드 테일파이프와 범퍼 하단 모서리에 탑재된 디퓨저의 조합은 공기역학적 이점도 가져간다. 여기에 특색있는 휠 아치 스페이스와 세로로 길쭉하게 홈을 파 놓은 후방 반사등은 SVR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다. 차의 성격처럼 강렬한 울트라 블루 컬러는 덤이다.

 실내는 SVR만의 고급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요소를 반영했다. 열선 기능이 포함된 SVR 전용 스티어링 휠과 SVR 로고가 포함된 메탈 트레드 플레이트, 전용 카펫 매트, 알루미늄 패들 시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시선이 지중되는 부분은 시트다. 슬림한 라인의 퍼포먼스 시트는 측면 지지를 강화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퀼트가 적용돼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나타낸다. 디자인과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환상적이어서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시트를 보기 위해서라도 틴팅은 최대한 옅게 하는 걸 추천한다.

 전체적인 구성은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치장보다는 정갈함을 택했다. 수직 형태의 센터페시아 구조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대시보드 형상이 대표적이다. 커다란 와이드 터치 모니터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춰 불만이 없다. 티 맵 내비게이션 및 지니 뮤직 연동 기능이 포함된 인컨트롤 앱과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터치 반응이나 연동성이 신속하고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나눠 보는 맛도 좋다. 풀 컬러 디지털 계기판도 멋과 기능을 동시에 챙겼다. 센터터널에는 SVR 특성에 맞춰 조그셔틀 대신 스포트시프트 셀렉터가 장착돼 있다. 여기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저속 경사로 보조장치, 가변 배기 활성화 버튼, 미닫이 형식의 컵홀더가 깔끔하게 자리 잡았다.

 소재도 고급스럽다. 가죽의 양을 늘렸고 천장에는 알칸타라를 둘러 고급감을 표현했다. 반면 수납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도어 안쪽 수납은 물론 센터터널과 콘솔박스 등과 같은 기본적인 수납함 자체가 작은 편이다. 라이벌과 직접적으로 비교해도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2열 공간은 적당하다. 크게 좁거나 답답한 느낌을 받기 힘들다. 전용 송풍구와 열선시트, 각종 소켓 등 필요한 편의 기능만 알차게 갖춘 모습이다. 멋스러운 시트는 푹신함이 다소 떨어지지만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트렁크는 기본 508ℓ다. 4:2:4로 분할 가능한 2열을 접으면 최대 1,598ℓ까지 넓어진다. 

 ▲총평
 재규어 F-페이스 SVR은 고성능 SUV 시장의 감칠맛을 더하고 선택폭을 넓혀준 고마운 차다. 대배기량 엔진을 갖추고 튀어나가는 감각은 라이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경하다. 여기에 SVR만의 독보적인 소리는 주변을 압도하고 도로를 다스리는 리더가 된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생각하는 오리지널 고성능 차의 본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대부분의 SVR 제품군이 날 것 그대로의 본능에 취해 다루기 까다롭지만 이 차는 다르다. SUV가 지닌 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균형감도 잘 갖췄다. 덕분에 강한 출력을 활용하기 쉽고 부담이 적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다재다능한 면모까지 챙긴 진짜 SVR이 탄생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운사이징이 대세를 이룬 상황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V8 5.0ℓ 엔진을 지녔다는 사실만으로도 구입 가치가 충분하다. F-페이스 SVR의 가격은 1억2,6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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