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세월이 무색해…여전히 매력적인 마세라티

입력 2020년11월12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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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ℓ 트윈터보 엔진의 기블리·콰트로포르테·르반떼 시승

 수퍼카 MC20과 컴팩트 SUV 그리칼레의 등장을 예고한 마세라티. 하지만 지금 마세라티의 풀 라인업은 나이가 적지 않게 들었다. 세단 라인업인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는 데뷔한지 7년이 됐고 비교적 최근에 데뷔한 르반떼도 4년이 지났다. 그래서 최근 이들을 만났던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반가웠던 이유는 "마세라티"여서 일 것이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시승한 마세라티 삼총사는 모두 V6 가솔린 엔진을 얹고 있었다.


 ▲106년 역사 스며든 스타일
 마세라티의 모든 디자인은 포세이돈의 삼지창 엠블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윗부분이 뾰족하게 내려앉은 큼지막한 세로형 그릴과 날렵한 눈매 역시 마세라티의 패밀리룩이다. 시야를 넓히면 앞 펜더에 박힌 3개의 장식과 C필러의 삼지창 엠블럼, 살짝 치켜 올린 옆창, 수수한 캐릭터라인, 프레임리스 도어, 가운데를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으로 채운 테일램프도 공통분모다.

 그러나 실루엣은 크기와 차종이 다른 만큼 개성적이다. 기블리는 쿠페의 유려한 선과 탄탄한 면처리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르반떼는 껑충하지만 둔해보이지 않는 예리함을 품었다. 콰트로포르테는 5.2m가 넘는 후륜구동 기반 차체와 3.17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8등신 몸매 같은 이상적인 비율을 갖췄다.







 세 차의 실내는 공간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가죽과 우드 트림으로 가득하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각 소재의 마감이 섬세하게 이뤄진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비록 모니터 화면이 크지 않고 첨단의 느낌이 적은 편이지만 분위기만큼은 고급스럽다. 감성 품질로 승부하는 브랜드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돋보인 차는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의 도움을 받은 르반떼S 그란스포트다. 형태의 변화는 없지만 3중 코팅의 외장색은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의 어둑한 붉은 빛처럼 깊은 색감을 보여준다. 에디션의 핵심인 시트는 나파가죽 스트립을 교차 직조했다. 얼핏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처럼 보이기도 해서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우아한 역동성
 세 차종은 모두 V6 3.0ℓ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함께 쓴다.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의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51.0㎏·m로 같다. 르반떼S는 최고 430마력, 최대 59.2㎏·m까지 끌어올렸다. 성능은 다르지만 모두 0→100㎞/h 가속을 5초대에 마칠 정도로 강력하다. 두터운 엔진음과 짙은 배기음은 마세라티라는 걸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차고지인 마세라티 부산 전시장에서 광안대교를 건너 향한 곳은 이기대의 굽잇길이다. 이 길은 여느 고갯길보다 좁고 빠듯한 편이다. 이런 길에선 가장 작고 낮은 차가 더 유연하게 달릴 수 있다. 세 마세라티 중에선 단연 기블리가 수준 높은 몸놀림을 보여줬다. 선회 반응은 정직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탄탄한 하체 설정과 진득한 타이어가 든든하다. 간혹 보여주는 오버스티어 성향은 위험한 수준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콰트로포르테는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브랜드의 주행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기블리보다 날렵함은 덜하지만 그만큼 묵직하고 풍요로운 달리기가 가능하다. 고른 무게배분 덕분에 안정적이기도 하다. 정제된 배기음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엔진은 더 흥분한 상태로 계기판의 모든 바늘을 시원스럽게 돌려낸다. 서스펜션에도 힘이 바짝 들어가면서 승차감을 살짝 내던지기도 한다.



 르반떼는 2.2t이 넘는 차체가 무색할 정도로 출력이 넉넉하게 와닿는다. 배기음은 세 차 중 가장 크다. 마치 크로스오버 차체가 역동성과 거리가 멀 것이란 선입견을 깨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지상고를 조절하는 에어 서스펜션과 구동력을 효과적으로 나누는 AWD 시스템은 안정적인 주행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높고 넓은 시야와 공간 활용성은 SUV의 가치를 따른다.



 ▲오늘의 마세라티
 세 차는 말 그대로 지금의 마세라티다. 수년간 큰 변화를 거치지 않아 진부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시선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세라티는 최근 국내에서 40~50대의 주력 소비층 외에도 20대와 50~70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커서 재구매율도 13%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가격은 기블리 그란루쏘 1억3,120만원, 콰트로포르테 1억6,490만원, 르반떼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1억9,200만원.

부산=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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