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시공간을 뛰어넘는 능력, 메르세데스-AMG G63

입력 2020년11월18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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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복 벗어던진 고성능 전천후 SUV

 세상엔 물과 기름, 창과 방패, 자석의 같은 극처럼 어울리지 않은 조합들이 있다. 주로 서로 섞일 수 없거나 입장이 상반되는 것들이다. 자동차에 있어서는 고성능과 오프로드가 그렇다. 곱게 깔린 길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힘과 길이 아닌 곳을 천천히 극복하는 힘이 이율배반적이어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의 최고성능 버전인 메르세데스-AMG G63은 이 둘을 하나로 묶은 복합체로 꼽힌다. 그것도 40여 년 동안 써왔던 디자인과 함께 말이다.


 ▲겉바속촉의 올드보이
 G63을 포함한 G바겐은 "군용차"라는 뿌리를 알 수 있을 만큼 정직하게 생겼다. 그러나 세대교체 아닌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차로 달라졌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외관과 현대적인 실내가 대조를 이뤄서다.

 G63의 외관 전면부는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반듯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애교 섞인 눈빛 때문에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다. 원형 헤드램프는 84개의 LED를 심었다. 야간 주행 시 밝기는 물론, 시동을 걸 때 전방을 밝히는 세레모니가 인상적이다. 사다리꼴 형태의 세로형 그릴은 AMG 라인업임을 알린다. 범퍼 흡기구의 그물망 패턴 역시 범상치 않은 이미지를 풍긴다. 펜더 위로 우뚝 솟은 방향지시등은 낯설지만 오랫동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완전한 2박스 실루엣의 측면은 투박하면서 고전적이다. 지붕은 빗물받이를 둘렀고 캐릭터라인을 대체한 플라스틱 몰딩은 펜더의 방향지시등, 도어 핸들을 이루며 차체를 가른다. 둥그런 사이드미러는 각진 차체와 어색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버 펜더와 22인치 14스포크 알로이휠, 붉은 브레이크 캘리퍼, 측면으로 삐져나온 머플러팁은 보통내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간결한 후면부는 스페어 타이어의 존재감이 크다. LED로 장식한 사각형 테일램프는 박스형 차체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AMG 엠블럼과 G63 레터링, 트레일러 후크는 고성능 오프로더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사이드스텝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 실내는 최신 벤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12.3인치 스크린 두 개를 이어 붙인 와이드 스크린 콕핏과 알루미늄 트림의 대시보드가 주목도를 높인다. 대시보드의 독특한 점은 외관 전면부의 디자인을 일부 반영했다는 것이다. 좌우의 트위터는 방향지시등을, 원형 송풍구는 헤드램프를 모사했다.

 주행에 초점을 둔 구성도 엿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엔 각 바퀴의 구동 배분 설정이 가능한 디퍼렌셜 락 버튼을 배치했고 센터 콘솔엔 주행모드, 서스펜션, 가변 배기, 저단 기어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을 준비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충전, MBUX 등의 기능이 없어도 매력적인 이유다.





 G63의 크기는 길이 4,880㎜, 너비 1,985㎜, 높이 1,975㎜다. 공간은 넉넉하다. 특히 헤드룸은 차체가 워낙 높아 여유롭다. 시트 포지션은 소형 트럭과 비슷해 전방을 내려다보며 주행할 수 있다. 더블 폴딩 방식의 뒷좌석은 6:4 분할이 가능하다. 적재공간은 기본 667ℓ에서 1,941ℓ까지 제공한다. 뒷좌석을 접었을 경우 트렁크 바닥과의 높이 차이가 꽤 커 차박 시 평탄화가 필요하다. 트렁크 도어는 옆으로 여닫는다.




 ▲어디서든 준비된 SUV
 메르세데스는 G바겐에 V8 4.0ℓ 바이터보 엔진을 얹기 위해 플랫폼을 개선했다. 덕분에 G63은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6㎏·m라는 동력성능을 갖추게 됐다. 가속력은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차 중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회사가 밝힌 0→100㎞/h 가속시간은 4.5초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차는 출발 가속을 극대화는 런치 컨트롤을 지원한다. 직접 써 본 런치 컨트롤은 엔진회전수를 최대토크가 나오는 2,500rpm까지 올린 정지 상태에서 2.5t이 넘는 차체를 가볍게 튕겨버린다. 굳이 런치 컨트롤을 쓰지 않더라도 차체 뒤편이 휘청거릴 정도로 뛰쳐나가 괴물을 탄 느낌이다.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고 얌전히(?) 달리면 8기통 엔진은 4기통의 작동을 멈추는 실린더 휴지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연료효율은 5.9㎞/ℓ(복합 기준)을 인증 받았다. 하지만 달리는 욕구를 자극하는 AMG인 만큼 누구라도 이 효율 이상의 기록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를 결합한 9단 자동으로, 엔진 회전수를 높게 끌고 가는 경향을 보이지만 부드럽게 동력을 주무른다.

 코너링은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차의 컨셉트 때문에 롤링이 큰 편이다. 물론, 주행모드를 스포츠 이상으로 바꾸거나 서스펜션만 따로 설정하면 롤링을 줄일 수 있다. 시트가 선회 방향 반대쪽 볼스터를 부풀려 몸이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점도 돋보인다.



 군용차 출신의 G63을 온로드에서만 타기엔 아쉬워 모래밭으로 이뤄진 오프로드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G63은 기대 이상의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토크가 워낙 큰데다가 샌드, 트레일, 락 등 다양한 주행모드를 갖추고 있어서다. 4WD 구동계는 기본적으로 앞 40%, 뒤 60%의 비율로 구동력을 나눈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세제어장치를 끄고 차체 뒤를 미끄러트리며 달리는 재미가 제법이다. 가끔 모래밭을 파고들기도 했지만 디퍼렌셜 락을 활용해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도 있었다. 도강은 70㎝ 깊이까지 가능하다.


 G63은 소리가 매력적인 차다. 얇은 도어가 "찰카닥"하고 여닫히는 소리는 요즘 차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이다. 벤츠의 초고가 라인업에서 볼 수 있는 IWC 시계는 센터페시아 아래에서 매분마다 고막을 간지럽힌다. 엔진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맹수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스포츠 모드 플러스로 배기음을 최대로 키우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풍절음은 의외로 적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기고서야 들리기 시작한다.

 ▲여러모로 강렬한 융합체
 G63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박스형 차체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강력한 심장을 얹은 차다. 다소 어색할 것처럼 생각했던 고성능과 오프로드, 과거의 감성과 지금의 기술을 양껏 버무려 강렬한 융합을 이뤄낸 셈이다. 그럼에도 이 차가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꼽히는 진짜 이유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강인한 매력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가격은 2억1,480만원(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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